저녁을 준비하고 있는데 울 남편과 막내가 식탁에 토닥거리고 있습니다. 두 부녀가 다정하게 앉아서 서로 뭐라고 속닥거리고 있는데 엄청 궁금하더군요. 그런데 그 속닥거림이 슬슬 신경에 거슬리기 시작합니다. 울 남편이 제 아닌 딴 여자랑 저렇게 다정하게 있으면 웬지 심술이 슬슬 올라오거든요. 도대체 저 둘은 뭐하는 것일까? 얼른 밥해놓고 찌개 올려놓고 가봐야지. 제 손이 분주해지고, 도마에 칼질하는 소리가 좀 숨가쁜 소리를 냅니다. ㅎㅎ
그리고 슬며서 그 두 남녀에게로 가보았죠.
"에이 아빠.. 그거 오른쪽 아니 거기 말고..왜 그렇게 못해? 비켜봐 내가 할께"
"야 안된다. 이거 아빠가 해야지..좀 잘 가르쳐줘봐!"
에구 뭐하는가 했더니 핸폰으로 게임을 하네요. 그 애니팡이라는 거 있잖아요. 병아리, 사슴, 고양이 같은 그림 세개를 한데 모으는 게임요. 울 남편 어떻게 애니팡을 알았는지 열심입니다. 그런데 보니 손을 덜덜 떨고 있네요.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손가락이 어디를 가야할지 길을 잃고 헤메고 있습니다. 점수가 ㅋㅋㅋ..그런데 갑자기 울 남편 막내에게 그럽니다.
"야~ 이삐야 우리 같이 하자."
그러자 울 막내 기다렸다는듯이 현란한 손가락질을 시작합니다. 와 ~ 화면에 갑자기 애니팡 그림이 달라집니다. 계속해서 터지고 모아지고 점수는 팍팍 오르기 시작하는데, 남편 혼자 하면 겨우 몇 천점이던 점수가 무려 십만점을 넘어갑니다. 그리고 끝나자 팡파레가 울리고 최고 점수를 올렸다며 베스트 칭찬 문구가 뜨네요.
애니팡 화면
"아빠 이번엔 2십만점 도전! 콜?"
좋아 콜! 오늘 2십만점 넘으면 울 이삐 맛있는거 아빠가 쏜다"
"정말?"
다시 두 부녀 엄청 집중합니다. 남편의 느린 손가락 사이로 막내의 현락한 손가락질이 시작되는데, 아까보다 더 빵빵 터지면서 화면에 난리가 납니다. 사운드 역시 죽입니다. 쥐 잡는 소리가 대단하네요. ㅎㅎ 그리고 결과는~
"아 아깝다 좀만 더 했으면..아빠 좀 잘해봐요. 나만 혼자 하고 있어."
"얌마~ 아빠도 열심히 했다. 근대 내가 겨우 하나 봐서 할려고 하면 니가 먼저 하고 순서가 바꿔지고 그러는데 어떡하냐? 에이 한 판 더, 콜?"
"오케이..이번엔 꼭 2십만점! 화이팅"
그걸 지켜보는게 재밌더군요. 보다가 저도 슬쩍 손가락을 질렀습니다. ㅋㅋ 그러는 모습을 본 다른 울 아그들, 우르르 몰려오더니 나도저도 다 훈수를 떨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순식간에 우리집 검지 손가락들이 남편 핸폰 화면에 모여들더니 난리가 났습니다. 우와~ 삼십만점...
"와, 삼십만점 .. 오빠 오늘 아빠가 2십만점 넘으면 과자 쏜댔어!"
정말.. 그렇게 애니팡은 순식간에 우리집 가족 게임이 되어버렸습니다. 일단 남편 핸폰이 노트라서 화면이 크니까 괜찮더군요. 그날 울 남편 기분좋게 통닭 두 마리 쐈습니다. ㅋㅋ 그리고 퇴근해서 돌아오면 여지없이 핸폰을 내려놓고는 아이들을 불러모읍니다.
"애들아 붙어라..오늘도 한 판 하자!"
그러면 울 애들 만사를 제쳐놓고 모두 아빠 핸폰을 중심으로 거실 바닥에 빙 둘러 엎어서는 현란한 손가락질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5십만점을 돌파했네요. 이 기록은 아직 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모두 몰려서 하다가 이젠 내기 게임으로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둘씩 셋씩 이렇게 편을 먹고 게임을 하는데, 진 팀이 설겆이 하기, 청소하기, 쓰레기 갖다 버리기 등의 벌칙을 하는 것이죠.
이거 정말 피튀깁니다. ㅋㅋ 이렇게 치열할 수가 없습니다. 저도 그 때문에 안하던 핸폰 게임을 하게 되네요. 요즘은 남편보다 점수가 높습니다. 살짝 남편 생각이 나면 전 도전장을 내밀죠. ㅎㅎ 그러면 울 남편 제게 하트를 하나 보내줍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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