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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만든 토스트 아이들은 외면해도 난 먹을 수밖에 없는 이유

알콩달콩우리가족

by 우리밀맘마 2013. 1. 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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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은 정말 몸이 좋지 않았습니다. 
울 큰 딸에게 아침을 부탁했지요. 울 큰 딸은 먹는 것도 좋아하고 요리도 제법 잘 한답니다. 그런데, 오늘은 자신도 컨디션이 안좋다고 하네요. 
전 농담을 종종 하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말을 했지요.

"그래, 이 어미는 요리하다 쓰러져도 너희들은 상관쓰지 마라."

한번씩 농담으로 써먹는 얘기라 아이들은 도리어 까르르 웃습니다. 그런데 오늘 휴가라 옆에서 자던 남편이 저를 잡습니다.

"그냥 누워있어."

"애들이 배고프데요. 아파도 내가 해야지 누가 하겠어."

"내가 해줄께. 있어봐."

"정말? ㅎㅎㅎ 진짜지?"

저는 결혼할 때까지 직장생활을 했기 때문에 따로 음식을 배울 기회가 없었습니다. 밥도 제대로 할 줄 모르는 상태에서 결혼을 했죠. 

그런데 울 남편은 오랜 시간 자취를 했기 때문에 이런 저런 요리를 곧잘 한답니다. 그래서 신혼 초에는 남편이 자주 실력을 발휘했고, 저는 그 음식을 아주 맛나게 먹어주었죠. ㅎㅎ 그런데 갈수록 안하더군요. 뭐 제가 만든 음식이 젤 맛있다나요? 

그런 세월이 계산해보니 15년이 넘었습니다. 아주 안한 건 아니고, 한번씩 라면을 끓이거나, 달걀후라이, 만두 굽는 것 정도, 아 그리고 삽겹살도 잘 굽습니다. 방금 나열한 것들은 아직도 제가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남편의 솜씨가 탁월합니다. 


그런데 오늘은 토스트를 해주겠답니다. 저는 살짝 기대가 되는데, 아이들은 영 못미더운가 봅니다. 반응이 좀 그렇네요. 너도 나도 한마디씩 합니다.  

"아빠가 하도록 두어도 될까요? 엄마. "

"아빠가 한다고 하니 걱정되요?"

"있어봐. 원래 아빠가 요리를 잘하거든. 한번 기대를 해보자."

저는 몸이 안좋다는 핑계로 계속 누워 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잠결에 소리가 들리네요.

"얘들아, 이제 아침 먹자."

남편이 다했다며 아이들을 부릅니다. 그런데 모여든 아이들 ...


"어~ 이건 뭐예요?"


" 난 이거 안먹을래요."

첫째와 셋째가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그래도 우리 막내 역시 아빠의 사랑을 받을만해요.

"그래도 난 아빠가 해준거니까 먹을래요."

하지만 첫째 우가의 태도는 아주 단호합니다.


"나는 그냥 내가 해 먹을께요."

남편이 아이들에게 애원조로 말하네요.


"한 번 먹어봐. 음~ 맛은 있어. 정말이야. 한 번만 먹어봐."


그러면서 자기가 먼저 먹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래도 아빠가 정말 오랫만에 해 준 요리인데, 우리 아이들 넘 솔직한게 탈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예의상 먹는 시늉이라도 하지. 다음에 시켜먹긴 아무래도 영 그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신랑에게 제가 더 미안하네요. 

그래도 울 둘째와 막내는 먹어주는 것 같더니 잠시후 

"아빠 이제 그만먹을께요."

모른 척 그냥 계속 자려했는데, 저도 좀 배가 고파서 살짝 일어나 봤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만들었길래~ --  으윽 ~
달걀에 야채를 넘 굵게 썰어서 오래 익혔는지, 아님 센불에 해서 그런지, 겉은 아주 시꺼멓고, 기름을 얼마나 먹였는지 번들거립니다.

울 아이들이 너무 하지 않는가 싶은었는데, 그게 아니더군요. 저도 먹을까 말까 조금은 망설이다 하나 집어서 먹어보았습니다. 그래도 그 속에 남편의 사랑이 담겨 있는데, 또 제가 안먹으면 누가 먹겠습니까? 

그리고 먹으면서 신혼 초 남편이 다시금 고마워집니다. 아예 요리를 해보지 않은 채 결혼한 제가 만든 음식, 솔직히 간도 잘 안맞고 맛도 별론데도 한번도 인상을 찡그리거나 음식을 남긴 적 없이, 그저 맛있다며, 당신 요리가 최고라며 그렇게 먹어주었거든요. 저는 그런 남편에게
 
"내가 요리 솜씨가 안 느는건 다 당신탓이야, 맨말 맛있다니 정말 그런 줄만 알았잖아"

하면서 볼멘 소리도 하였구요. 옛날 생각도 나구, 살짝 미안해져서 남편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습니다.  


"아이들이 잘 안먹어서 마음이 좀 안좋겠네요?"

"아니야, 우리 둘째는 잘 먹었어. 우리 둘째만 잘 먹어줘도 기쁜데~."

성격 좋은 울 남편은 뭐 그정도로 기분 나빠하진 않나보네요. ㅎ

"여보~ 나도 나도 잘 먹고 있어요~."

"그래? 고마워."

울 첫째가 와서 말을 겁니다.

"엄마. 먹을만 해요?"

"기름기가 좀 많긴 한데, 맛은 괜찮은데."

울 아들은 끝까지 안먹네요. 유기농 미코볼을 우유에 타서 먹습니다. 
ㅎ 비록 너무 오랫만에 해본 요리라 실패작으로 남은 토스트이지만, 제 맘속에는 남편이 준 큰 선물이 되었습니다. 

피곤에 못이겨 다시 자리에 누웠는데, 살짜기 손을 제 머리에 올립니다. 
눈을 떠 보니 기도하고 있네요. 

"고마워요, 여보." ^^
  

 

by 우리밀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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