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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울 남편이 해주는 싹쓸이 비빕밥, 이거 특허낸다면

알콩달콩우리가족

by 우리밀맘마 2011. 7. 7.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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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쉬는 토요일, 이 날을 놀토라고 하는데, 전 정말 오래만에 가져보는 놀토였습니다. 더 환상적인 것을 남편 출근하고 울 아이들 모두 등교하고 집에는 오직 저 혼자 있다는 것이죠. 이렇게 환상적인 날 뭐할까요? ㅎㅎ 전 아침도 아이들 보고 알아서 차려먹으라고 하고 잠을 잤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맛보는 단잠.. 정말 정신 없이 잔 것 같습니다. 그러다 눈을 떴죠. 배가 고팠거든요. ㅎㅎ 부시시 자리에서 일어나니 11시를 훌쩍 넘겨 거의 정오가 다 되었네요. 뭘 먹을까 하고 부엌으로 나와보니 해놓은게 없으니 먹을 것도 없습니다. 탁자에 앉아 이 점심을 어떻게 해결해야 오늘 이 환상적인 휴일을 제대로 보낼 수 있을까 살짝 고민이 되는 순간입니다. 그런데 그 때 현관문이 열리면서 울 남편이 들어옵니다.

"어~ 일어났어? 더 자지 않고... 그런데 뭐 좀 먹을 거 있나?"

울 남편 점심먹으러 들어온 겁니다. 아침을 해주지 않았으니 귀찮은 거 싫어하는 울 남편 아마 그냥 지나친 모양입니다. 그러니 정오가 되기도 전에 배고프다며 집으로 온 것이죠. 그런데 집에 와보니 제가 이 모양으로 망연자실하고 있는게 안돼 보였던 모양이네요.

"그냥 그대로 있어. 오늘은 내가 점심을 해줄께"

그러면서 냉장고 문을 열더니 이것저것 꺼내들기 시작하네요. 도대체 뭘 만들어주려고 저러나? 궁금하기도 하고, 오늘 같은 날은 왕비가 되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남편이 하는대로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요..울 남편이 만들어주는 요리가 가관이 아닙니다. 저걸 정말 제대로 먹을 수 있을지 슬슬 걱정이 되네요. 어떤 음식인지 궁금하시죠? 제가 그날 워낙 정신이 없었던 고로 남편이 만든 음식 사진을 찍어두질 못한 것이 정말 아쉽습니다.

먼저 울 남편 밥통에 밥이 있는 것을 확인하네요. 그리고는 큰 양푼이를 내옵니다. 거기다 밥을 따뜻하게 뎁혀서 넣네요. 냉장고에 보니 안먹고 둔 참치캔을 꺼내더니 참치를 밥 위에 쏟네요. 그리고 양파를 하나 꺼내서 총총 썰더니 집어넣습니다.

거기다 지난 번 삼겹살 먹다 남은 상추와 풋고추 그리고 깐마늘도 총총 썰더니 넣구요. 고추장을 한 두 숟가락 담더니 그 위에다 참기름을 한 스푼 집어 넣고는 비벼댑니다. 고개를 갸우뚱 하더니 묵은 김치도 꺼내서 총총 썰어 넣네요.

그리고 후라이팬에 두부 한 모를 썰어서 걍 굽고, 계란 후라이를 반숙합니다. 두부 옆 빈자리에 냉동실에 보관 중이던 돈까스를 꺼내서는 튀깁니다. 그리고 불을 하나 더 지펴 냄비에 아무 것도 넣지 않은 순수 그 자체의 라면을 끓입니다. 다 비빈 밥을 큰 대접에 쏟아 붙고 그 위에 계란 후라이를 얹어서 내 놓네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남편표 비빔밥, 냄새가 아주 신비롭습니다. ㅎㅎ 그리고 물김치와 두부, 돈까스를 내오고, 다 끓은 라면을 냄비채로 식탁 한 가운데 올려둡니다.



전주비빔밥

다음이미지에서 퍼왔습니다.




짜쟌~~ 드뎌 환상 주말 남편이 차린 럭셔리 점심이 완성되었습니다. 울 남편 아주 씩씩하게 자기가 만든 밥을 한 숟가락 크게 떠서 입에 넣습니다. 아주 푸근한 미소로 '바로 이맛이야' 라는 표정을 짓습니다. 제가 미심쩍은 눈으로 바라보자 맛있다며 먹어보라고 권하네요. 슬며시 한 숟갈 떠서 먹어보았습니다. 흠 그 맛은 뭐랄까? 양푼이에 넣은 재료 맛이 비빔밥으로 어울린 것이 아니라 그 제각각의 맛이 입안 구석구석에서 각각 느껴지는  아주 신묘한 맛이었습니다. 뭐 그런대로 먹어줄만 하더군요. 그리고 국물 김치를 한 스푼 먹으니 뭔가 아주 잘 어울리는 듯한 그런 산뜻함이 느껴집니다. 두부도 같이 먹고, 계란도 먹고, 라면 국물에 라면 사리를 곁들여 먹으니 어느 새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우고 말았습니다.

이 음식을 더 맛있게 해 준 것은 상을 차린 남편이 절 바라보며 "맛있지?" 그러면서 이것도 먹고 저것도 먹고 하면서, 반찬을 제 숟갈 위에 올려주고, 또 입에 넣어주고, 그렇게 눈웃음을 살살치는데...ㅎㅎㅎㅎㅎㅎ 완전 신혼 분위깁니다.


"내가 그렇게 예뻐? 양푼이 비빔밥 먹는 아줌마가 뭘 그리 예뻐?"

그러자 울 남편 오늘 아내를 행복하게 해주려고 작정한 듯이 말합니다.

"응 예뻐.. 세상에서 네게 젤 예뻐"

에구 말도 이렇게 이쁘게 하네요. 착한 울 남편, 나도 남편이 최고야..ㅋㅋ 이렇게 깨소금이 쏟아지는데, 우리의 이 환상적인 시간을 방해하는 훼방꾼들이 하나 둘씩 집으로 들어옵니다. 그리곤 식탁에 밥먹고 있는 우리 부부를 발견하더니 모두 똑같은 말을 하네요. 뭐라고 했냐구요?

"헐 ~ 정말 환상적인 한쌍의 바퀴벌레일세"

그럽니다. 이것들이 엄마 아빠를 뭘로 보고 이런 말을 ..감히 ~ 그래도 기분이 좋네요. 에구 이런 날 또 언제 오려나.. 아참 남편에게 이렇게 요리할 생각 어떻게 했냐고 물었더니 울 남편 대답이 재밌습니다.
 
"아 그거 옛날 자취할 때 많이 해먹었던 방법인데, 일명 싹쓸이 비빕밥이라고 냉장고에 넣어둔 음식 한꺼번에 처리할 때 해먹는 요리지. 그래도 맛있지?"

아하~ 남자들의 생활의 지혜가 여기 있었네요. 싹쓸이 비빔밥, 자칫하면 버리기 쉬운 이런 남은 음식들을 한끼 식사로 해치우는 묘수였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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