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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 신혼초부터 여보라고 부르게 된 사연

알콩달콩우리가족

by 우리밀맘마 2011. 7. 15.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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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울 남편 저보고 한 번씩 "오빠 한 번 믿어봐" 그 노래 구절을 심심하면 부릅니다. 그러면 전 울 딸들에게 그렇게 말하는 오빠 절대 믿어서는 안된다며 아이들에게 주의를 주죠.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니 제가 울 남편을 부를 때 이때껏 거의 오빠라고 불러보지 않았네요. 남편이 저보다 다섯 살이나 위거든요. 당연 오빠라고 불렀어야 하는데 전 오빠보다는 다른 호칭으로 많이 불렀습니다. 이유가 있답니다.

요즘 교회 오빠가 뜬다고 하데요. 일단 외모가 검은 뿔테 안경에 순하고 착해 보이는 외모, 거기다 훈남의 이미지에 노래 잘 부르고 기타 잘치고, 매너 좋고..이런 이미지를 갖고 있는 남학생을 교회 오빠라고 한다네요. 울 딸들에게 요즘 교회 오빠가 대세라며? 라고 물었더니, 응 대세긴 한데 우리 교회에는 그런 오빠 없다는게 문제지. 그럽니다.

그런데 제겐 그런 오빠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울 남편입니다. 제가 친구 따라 고2 때 교회란 곳을 처음 갔거든요. 그 때 친구 따라 고등부 예배에 참석했는데, 앞에서 찬양인도 하는 교회 오빠가 있더군요. 그런데 오빠가 아니라 당시는 선생님이었습니다. 울 남편 당시 대학 4학년이었는데, 고등부 선생님으로 찬양대를 지도하고, 또 한 반을 맡아 가르치고, 하여간 교회 일에 정말 혼신의 힘을 쏟고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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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세월이 지나 우여곡절 끝에 우린 결혼하게 되었습니다. 결혼을 전제로 일년 정도를 사귀었고, 그 전에는 울 남편은 저와 결혼하려고 열심히 쫓아다녔죠. 전 그런가 보다 하고 만나주었지만  만날 때 "오빠"라는 말보다는 "선생님"이란 말이 더 입에 익어서 결혼할 때까지도 계속 선생님이었습니다. 간간히 "자기"라고도 했는데.. 으으 웬지 그렇게 부르는데 닭살이 돋고..ㅎㅎ 이름을 부른다는 건 생각도 못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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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해서 처음 경기도 부천에 신혼집을 마련했습니다. 남편 직장이 이곳에 있었거든요. 부산에 살다 난생 첨으로 부천이란 곳에 있으니 정말 힘들고 어려웠습니다. 교회도 새로 정해서 옮겨야 했는데, 이미 남편은 일년 전에 이곳에 있는 교회를 하나 정해서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저도 남편을 따라 그 교회에 등록하고 신앙생활을 하게 되었답니다.

근대 하루는 교회 담임목사님께서 저희 집에 심방(교회에서 목회자가 성도의 집을 방문하는 것) 오시겠다는 겁니다. 신혼이기도 하고, 또 제가 새로 등록했기에 겸사겸사 해서 찾아오시겠다 해서 좀 긴장하고 기다렸습니다. 시간이 되어 목사님과 몇분의 심방대원들이 함께 저희 집을 방문했습니다. 반지하 단칸방에 여러 손님들을 모시려니 좀 미안하더군요. 간단하게 예배를 드리고, 음료를 준비해서 함께 다과를 나누며 참 편안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특히 저보다 다 연배가 높으신 분들이 자신들의 신혼 이야기를 하며 적절한 충고를 해주셨습니다.



부부

다음이미지에서 퍼왔습니다.





그렇게 한창 이야기가 무르익어 갈 때 목사님께서 갑자기 제 남편에게 이렇게 묻더군요.

"박선생님 지금 아내에게 호칭을 뭐라고 하시나요?"

순간 당황한 울 남편, 좀 더듬으면서

"자기야 하던지 아니면 이름을 부릅니다."

목사님께서 제게도 물으시네요.

"자매님은 뭐라고 부르세요?"

헉~~ 정말 답하기가 좀 곤란하더군요. 전 그때까지만 해도 아직 남편을 부르는게 익숙하지 않았습니다. 자기라는 말도 그렇고, 여보는 더더욱 그렇고, 오빠는 불러본 적도 없고, 결혼한지 한 달이 지났지만 저는 아직도 울 남편은 선생님으로 불렀습니다. 그러다 한번씩 자기라고 부르구요. 그래서 제가 아무말도 못하고 머뭇거리니까 목사님께서 저희에게 말씀하시네요.

"부부가 되었으면 서로를 높여주는 바른 호칭을 사용해야 합니다. 우리는 예로부터 부부가 서로를 부를 때 여보라고 하였는데, 결혼해서 서로를 여보라고 부르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어색하죠. 그래서 훈련을 해야 합니다. 오늘 두 분 제 앞에서 서로를 여보라고 부르는 연습을 해보세요. 그럼 아주 수월하게 그렇게 부를 수 있을 겁니다."

그러면서 먼저 남편에게 절 보고 "여보"라고 부르게 하고, 저에게도 남편에게 "여보"라고 부르게 합니다. 이렇게 사람들이 있는 앞에서 여보라고 부를려니 얼굴이 빨개오고 ㅎㅎ 쉽지 않더군요. 하지만 목사님 앞이라 끽소리도 못하고 할 수 없이 몇 번을 그렇게 여보라는 말로 말잇기 놀이를 했습니다. 어느 정도 자연스러워졌다고 생각했는지 목사님 자리에서 일어나시네요. 목사님이 가고 난 뒤 우리 둘만 남았을 때 괜시리 더 쑥스러워지는 거 있죠? ㅎㅎ 그런데 그렇게 하고 나니까 여보라고 부르는게 쉬워지네요. 그래서 우리 부부 그 때부터 여보라고 자연스럽게 부르며 지금까지 살아오고 있습니다.

어떤 분은 여보를 한자로 해석해서 여보(如寶)는 같을 여(如)자와 보배 보(寶)자로 이루어진 말로 보배와 같이 소중하고 귀중한 사람이라는 의미이며, 당신(當身)이라는 말은 마땅할 당(當)자와 몸 신(身)자로 이루어진 말로, 따로 떨어져 있는 것 같지만 바로 내 몸과 같다는 의미가 '당신'이란 의미라고 해석하기도 하더군요. 그래서 남편이 아내를 부를 때는 여보, 아내가 남편을 부를 때는 당신이라고 하는 것이 좋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부르는 동요에도 그런 노래가 있잖아요.

그런데 이 말이 어원적으로는 그리 맞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ㅎㅎ 여보는 여기보오의 준말로 순수 우리말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학설이더군요. 예전 대부분 정혼하여 결혼했기 때문에 서로를 부르는 것이 쉽지 않아서 여 보오라고 하던 것이 여보라고 그렇게 굳어졌다고 하더군요. 또 좀 야한 민담에는 그보다 좀 더 야한 ㅋㅋ 여기서는 입에 담기 힘든 그런 이야기도 있구요.

저희 부부 결혼한지 올해로 20년이 되어갑니다. 지금 호칭은 어떠냐구요? 남편은 제게 아주 다정하게 이름을 부르기도 하고, 여보라고 하기도 하고, 자기라고 하기도 하고, 내사랑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저는 남편에게 여보 또는 자기 라고 하죠. 아 하나 더 있다. 요즘은 "신랑"이라고 부릅니다. ㅋㅋ 그러면 울 남편 이렇게 낡은 신랑도 있냐고 구박주죠

 뭐~ 그럼 어떤가요. 다정스럽게 불러서 사랑하는 마음이 와닿은 그런 호칭으로 서로를 보담고 살아가면 되는 것이죠.

요즘은 울 남편 자기보고 "오빠"라고 불러보랍니다. 이름을 넣어서 불러보라고 하는데..ㅎㅎ 그게 왜 그리 안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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