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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남편들은 악역을 아내에게 시키는가?

알콩달콩우리가족

by 우리밀맘마 2010. 6. 10.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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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추도예배 풍경

추도예배(기독교식 제사의식)가 있는 날이라 오늘은 우리 시댁 가족들이 모두 모이는 날입니다. 저는 손아래 동서를 만난다는 생각에 벌써 들떠 있습니다. 지난번에  만났을 때 함께 외식하기로 약속을 했는데, 서로가 시간 맞추기가 힘들어 다시 시댁에서 보게 되네요. 남편이 오늘은 시장까지 함께 가주고, 또 시댁까지 운전기사 노릇을 톡톡히 해줘서 참 편안한 마음으로 시댁에 왔습니다. 그래서인가 기분도 좋구요. 도착해보니 동서가 먼저 와있네요. ㅎ

"형님, 친정엄마가 형님조끼 짰는데, 맘에 들지 모르겠어요. 같다드릴까요?"

"정말? 나야 좋지."

"그런데, 좀 안예뻐서, 그냥 집에서 입으면 괜찮은데.."

"내가 좀 원래 촌스럽잖아~ 동서가 입은거 예쁜데. ㅎㅎ"

이렇게 즐거운 대화로 만남을 시작했습니다. 울 동서와 저는 친자매처럼 사이가 좋습니다. 울 동서 넘 착하거든요. 저는 어른들께 애교를 부릴줄도 그리고 말도 그렇게 많이 하지 않습니다. 좀 곰같다고나 할까요? 사실 저희 친정과 시댁은 문화차이가 너무 많이 나서 처음에 시댁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거든요.

그런데 울 동서는 자라온 환경이 저희 시댁과 너무 유사하더군요.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동서의 아버님도 저희 시아버님과 성격이랑 하시는 행동이 너무 닮았다고 하더군요. 시집와서 얼마나 시부모님과 할머님께 사근하게 잘하는지 그래서 울 동서를 여우같다고 하네요.  곰과 여우가 동서지간이 되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둘이 환상의 콤비를 이루는 겁니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 만나는 것이 즐겁구요, 또 그렇게 수다를 떨면서 일하다보니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입니다. 

보통 저희가 도착하기 전에 어머니께서 생선과 산적 등은 저희가 일하기 쉽도록 준비를 해놓으시는데, 오늘은 몸이 좋지 않으신지 저희가 모두 도맡아 하게 되었네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런 일을 하게 되면 울 동서 겁부터 먹고는

"형님, 전 그거 못해요."

라고 말을 하죠. 그래도 제가 동서가 하도록 시키고 또 며느리 경력도 쌓이다 보니 혼자서도 어찌나 척척 잘하는지요. 우린 부엌에서 일하면서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런데 오늘 울 동서 하나밖에 없는 아들 민이 때문에 속상한 이야기를 하더군요.
 



"울 민이가 저보고 엄마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데요. 남편은 민이에게 혼을 거의 내지 않고 제가 혼을 내니, 민이가 아빠는 자기를 좋아하고, 엄마는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나 봐요."
 
보통 때 같으면 동서 편이 되어 위로하거나 애들 다그렇다고 이야기를 했을텐데, 요즘 들어 조카 민이의 행동이 이전과는 다른 것을 보고 걱정하고 있던 터라, 조심스럽게 조언을 하는 쪽으로 말의 가닥을 잡았습니다.

" 그런데,민이가 그전엔 안그랬는데.. 요즘은 행동이 좀 달라져서 혹 동서가 민이를 많이 혼내나 그런 생각을 하긴 했어"


'예? 울 민이가 어땠는데요?"

"응, 그전엔 아니었는데, 내가 잘못 볼 수도 있지만..  언젠가부터 좀 불만이 있어 보였어. 울 아이들도 그런 것 같애. 자신이 잘못을 했다고 생각할 땐 혼이 나도 도리어 그것이 엄마가 자신을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생각을 해 주더라구. 잘못을 했을 땐, 아이들이 자신이 잘못한 만큼 혼이나면 괜찮은데, 자신이 잘못한 것보다 더 혼이나거나, 자신이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안는데, 혼이 나면 아이들은 불만을 갖게 되는 것 같아."

그런데, 제가 걱정한 대로 동서가 마음이 좀 상한 것 같습니다.
 
" 형님, 이말을 하면 형님이 기분이 나쁠 수도 있지만, 이렇게도 들릴 수도 있어요. 형님은 형님아이들을 잘 키우는데 저는 잘못키웠다는..."

"에그 ~  그런 말 아닌데. 나라고 뭐 다르겠어? 그래도 민이가 자기 생각을 엄마에게 제대로 말할 수 있다는 것은 동서가 아이를 잘 키웠다는 증거지. 정말 엄한 부모 밑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그런 말도 못하잖아"

"형님, 요즘 난 정말 좋은 엄마가 아닌가보다라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그리고 이사람 저사람 절 더러 그런 식으로 말하니 속도 상하구요. "

"좋은 엄마가 어딨겠어. 그저 서로 좋은 엄마가 되도록 노력을 하는거지. 기분이 나빴다면 맘 풀어, 그런 뜻은 아니란거 알지?"

이구~ 괜시리 말을 꺼내서 동서 맘을 상하게 했네요. 제가 볼 땐 울 동서 조카에게 정말 잘하거든요. 그런데 악역까지 혼자서 다하려니 많이 힘든 모양입니다. 저도 아이들을 키우면서 제일 힘들었던 것이 악역을 감당해야 했을 때였습니다. 울 남편 일이 많다 보니 집에 들어오면 아이들에게 아부하기 바쁩니다. 때로는 혼을 내야 할 땐데도 그러질 못하고, 그걸 제게 일러서 제가 혼내도록 만들곤 합니다. 저도 아빠와 아이들의 관계가 좋기를 바라기 때문에 주로 제가 혼을 내지만, 그것도 어느정도이지요.


아버지와 아들

울 삼촌과 조카랍니다.




대학에서 가르치는 울 삼촌도 일중독증이 심합니다. 아마 형보다 더 심한 것 같습니다. 그러니 어쩌다 시간이 나서 아이랑 같이 있을 때, 애가 해달라는 거 무조건 다 들어주니, 아이 생각에 엄마는 자길 혼내는 나쁜 사람이고, 아빠는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가진 거죠. 그리고 늘 외롭게 만드는 삼촌 때문에 울 동서도 예민해진 부분도 있는 것 같구요. 사실 아이 키우기 힘들잖아요. 그럴때 남편이 힘이 나도록 격려하고 지지해 주어야 할텐데. 늘 바쁘다 한번씩 집에 있는 삼촌은 아이를 혼내는 동서를 보고 '왜 그렇게 하냐며' 나무랐나 봅니다. 

그저 자신이 힘들다는 것을 들어줄 형님이 필요했을텐데, 제가 도리어 삼촌처럼 꾸중하는 셈이 되었으니 울동서가 더 많이 힘이 들었을 것 같네요. 울 동서 기운내야 할텐데..

'동서~ 내가 얼마나 동서를 좋아하고 고마워 하는지 알지, 동서 힘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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