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예정대로 아버님을 병원에 모셔다 드린 후 조카 원이를 데리고 집에 가기로 했습니다. 평소보다 좀 일찍 병원에서 돌아왔네요.
"어머니, 병원 다녀 왔습니다."
"벌써 왔나? 오늘 일찍 왔네."
문을 여는 순간, 헉~ 어머니께서 원이 머리를 참빛으로 빗기고 계시네요. 이가 있는 모양입니다.
"없는지 알았는데, 아직 조금 남아있네. 3마리 잡았다."
"어머니, 이가 있으면 우리집에 데리고 가면 안되는데요. 이 한 마리만 떨어뜨려도 다 번질수도 있어요. "
"괜찮다, 데리고 가라."
우리 어머니의 포스. 그리고 원이랑 약속을 했으니 어떡합니까? 저는 더이상 아무 말 않고 원이를 데리고 왔습니다. 좀 걱정이 되더군요. 왜냐면 몇 년 전에 우리 집에도 이가 있었습니다. 요즘은 샴푸도 천연재료로 해서 순할 걸 사용하고, 옷이나 이불도 면을 소재로 하기 때문에 이가 다시 번지고 있다는 뉴스를 봤지만 우리 아이들이 이가 있을 줄은 생각지도 않았습니다. 아이들에게 이가 옮은 줄 알고는 박멸작업에 들어갔는데, 거의 2달이 걸렸습니다. 으~ 지금 생각해도 끔찍해요. 네 아이 모두 정말 고생 많이 했거든요.
우리가 시댁을 나설 때 어머니께서 참빛을 주시면서 몇번 빚어주라고 하셨는데, 집에 들어와서는 새카맣게 잊어버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아이들을 재울 시간이 되니 기억이 나네요.
"얘들아, 엄마가 지원이와 함께 할께 있다. 모두 밖에 나가 있어라, 엄마가 부를 때까지 들어 오지마라."
추억의 참빗
엄마가 왜 원이와 단 둘이 있겠다는 거지? 궁금하기도 할텐데 다행이 묻지를 않네요. 저는 어머니께서 주신 참빗으로 원이의 머리를 빗었습니다. 역시 3마리가 나오네요. 그리고 잠자기 전에 이를 없애는 샴프로 머리를 감게 하는 것이 낮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원이에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원아,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 없애는 샴프로 머리를 감는게 나을 것 같은데, 머리를 감아도 되겠니?"
"아침에 감았는데요. 내일 감으면 안돼요?"
"미안한데, 혹시 이를 옮기게 되면 서로 맘이 좋지 않을 것 같아서... 사실 언니,오빠는 이 사실을 모르거든... 힘들더라도 한번 더 머리를 감자." 미리 감겼으면 좋았을 것을, 9시가 넘어 머리를 다시 감게 하니, 좀 미안해집니다. 그래도 우리 원이 예쁘게 말을 잘 듣네요. 머리를 말린 뒤 잠이 오지 않는다며 책을 읽다가 같이 자겠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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