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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같은 장남인데도 울 남편과 오빠 왜 이리 다른거죠?

알콩달콩우리가족

by 우리밀맘마 2010. 6. 11.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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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남 장남 장남 그리고 난 맏며느리

 이번 주는 저의 기말고사시험기간입니다. 성적에 연연해 할 나이는 아닌데도 매번 시험칠 때마다 그 중압감에서 벗어나질 못하네요. 울 아이들은 시험기간 시험공부만 하면 되는데, 저는 시험기간에도 엄마, 아내, 며느리, 딸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시험첫날인 화요일 시댁에 추도예배가 있어 전날 월요일에 장을 보고, 화요일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계속 바빴답니다. 이날은 공교롭게도 엄마가 통장을 잃어버려 일하는 도중에 친정에 가야했답니다. 가서 해결을 해주고 왔지요. 통장을 잃고 밤새 한숨도 못잔 엄마도 넋이 나간 상태였지만, 저도 거의 지칠대로 지쳐버렸습니다.  

다음 날 수요일, 공부를 좀 하고  시험을 칠까 했더니, 울 작은언니가 서울에서 내려온다고 하네요. 몸이 천근만근이지만 멀리서 내려오는 언니, 오랜만에 오는데 가야죠. 그렇게 친정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엄마의 상태가 너무 안좋아졌네요. 제가 통장을 다시 주었는데도 언제 주었냐는 둥, 다시 찾아주었더니 금새 또 잊어버립니다. 안경을 금방 가지고 있다가 금새 없다고 하고, 또 찾았다가는 어디에 둔지를 모릅니다. 했던 이야기도 다시 묻고, 또 다시 묻고, 똑같은 이야기를 4-5번 반복해서 이야기를 해야 했답니다. 제가 아무래도 이상하여 엄마에게 물었습니다.

"엄마, 요즘 약은 드시고 있어요? 언제 약먹었어요?"

"응? 통장을 잃어버리고 난 그날부터 약을 언제 먹어야 될지 몰라서 못 먹었다. "

"엄마, 그래서 엄마가 정신이 더 없나봐요. 지금이라도 어서 약을 드세요."

그런데 약봉지가 보이지 않습니다. 엄마의 상태를 보면 약을 꼭 드셔야 할 것 같은데, 약이 없으니 정말 답답하더군요. 조금 고민 끝에 제가 병원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언니도 기차 시간이 다되어 같은 길이라 같이 길을 나섰습니다. 오랜만에 엄마 보러 내려온 언니 마음에 짐만 가득지고 가게 되어, 얼굴색이 무겁네요. 언니를 역에 배웅하고, 병원에서 처방전을 받아 약국에서 약을 받아 왔습니다. 

아픈 엄마를 보니 제 마음은 더 아파오구요, 그러니 저의 몸도 마음도 지칠대로 지쳐버렸습니다. 그래선가요? 이런저런 생각이 나면서 순간 오빠가 얄미워집니다. 사실 울 남편도 장남이거든요. 그런데 울 남편은 아무리 바빠도 부모님 일이라면 최선을 다해 보살핍니다. 그런데 울 오빠는 바로 엄마집 가까이에 살면서도 병원 한번 따라가는 것도 그리 힘들어 한답니다.

그런 오빠 생각을 하니 괜히 화도 나고, 불평 불만이 점점 쌓이더니 마침내 화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내속에서 갑자기 이런 음성이 들렸습니다. 

"맘마야, 그렇게 불평불만을 하려거든 하지마라."

"예? 그럼 엄마를 누가 돌봐드리나요?"

"그건 상관하지 말고, 네가 오빠를 미워하고 불평하려거든 하지마라."

"........"

흠,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얄미운 오빠 생각에 화가 났는데, 하나님은 그런 저를 위로해주시지 않고 도리어 나무라시니 좀 서운하기도 하구요. 저녁이 되었습니다. 오늘 수요예배에는 남미에 계신 선교사 한 분이 오셔서 설교를 해주셨습니다. 그분은 그곳에서 모진 고난을 겪었던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해주시며, 지금 상황이 아무리 힘들어도 그것이 하나님이 허락한 것이라면 그 속에는 우리가 모르는 하나님의 계획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 때는 하나님을 바라보며 자신의 마음을 비우며 낮은 마음을 품고 하나님의 뜻을 살펴야 한다며, 우리가 그렇게 겸손해질 때 불평과 불만이 아니라 감사하는 생활을 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선교사님의 설교를 듣는 동안 오늘 내 마음에 들려진 그 음성이 다시 생각이 나더군요. 순간 고개를 숙여 회개했습니다. 
 제속에 있는 지꺼기같은 마음들은 다 버릴 수 있도록, 그리고 제게 주어진 상황들을 모두 감사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믿음을 달라고, 또한 엄마가 전과 같이 다시금 건강해 질 수 있도록, 그리고 오빠가 엄마를 돌볼 수 있도록 삶에 여유를 달라며 기도했습니다. 

오늘따라 울 큰언니 목소리가 듣고 싶네요. 큰언니는 몇 년 전 부산에서 청도로 이사가 그곳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습니다. 전화를 하니 언니 목소리가 들립니다.

"응, 맘마냐? 지금 밖에 나왔다. 안그래도 상추며, 마늘, 양파 붙여주려고 내일 전화하려고 했는데, 내일 내가 다시 전화할께."

큰 언니 목소리를 들으니 마음이 편안해지고 또 힘이 나네요. ㅎㅎ 이런게 가족인가 봅니다. 때로는 힘들게도 하지만, 또 이렇게 음성만 들어도 마음에 위안이 되고, 힘이 나게도 하구요, 이러며 서로 엉켜 살아가는 것이죠.

"언니 고마워~~ 사랑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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