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세탁소의 불쾌한 추억, 다시 가고 싶지 않은 동네 세탁소

알콩달콩우리가족

by 우리밀맘마 2012. 3. 1. 06:54

본문


세탁소, 단골 세탁소에서 가진 배신감, 세탁물을 찾을 찾을 때 꼭 확인해야 할 것들

 

오늘 세탁소에서 온 세탁물을 받아보곤 아주 기분이 상했습니다. 대부분 집에서 할 수 없는 세탁물이라 맡기지 않을 수도 없고 그렇게 맡긴 세탁물 받을 땐 기분 좋아야 하는데 돈만 낭비한 꼴이 되는 경우가 심심찮습니다. 왜 방금 받은 세탁물에서 곰팡이 핀 냄새가 나며, 전혀 세탁한 흔적을 찾을 수 없이 얼룩은 그대로 먼지도 묻은채로 왔는지 모르겠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비닐이 하나 씌워져 있다는 것 뿐입니다.

이전 부산에 살 때 저희 아파트에는 매일 아침마다 "세탁"을 외치며, 옷을 수거해가는 분이 계십니다. 이곳에 이사온 후 계속 이 가게에 옷을 맡겼습니다. 맡긴 옷을 제가 찾으러 갈 필요도 없이 다시 배달해주기 때문에 상당히 편리하기도 하였지만, 세탁하는 솜씨가 좋으셔서 이제껏 세탁 때문에 맘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세탁소 주인이 바뀌고 난 뒤부터 문제가 생기더군요.  

웬만한 일에는 그저 덮고 가는 무던한 성격인 남편이 갑자기 세탁소를 바꾸는 것이 좋겠다고 합니다. 그 날 배달해온 세탁물을 보여주는데, 하얀 얼룩이 양복 바지에 묻어 있고, 또 양복 상의가 번들거립니다. 며칠 전에도 남편 양복을 그렇게 만들어놔서 출근하다 돌아와 다른 옷으로 갈아입고 갔거든요. 양복을 두 벌이나 버렸으니 이런 말 할만도 합니다.

다리미집에서 저도 다림질 잘한답니다.



저도 속상한 것이 백화점에서 산 블라우스를 못입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래서 동네 사정을 잘 아는  아이친구 엄마에게 물어보았더니, 저희 집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세탁소를 소개해 주었습니다.
  
세탁할 옷을 가지고 찾아가 보니 아저씨도 인상이 좋아 보이고, 또 세탁을 다한 후엔 집까지 배달을 해준다고 해서 가지고 간 옷을 맡겼습니다. 나시 하나를 포함해서 12벌을 맡겼습니다. 그리고 양복 바지단을 하나 해야해서 42.8인치 사이즈로 단을 해달라고 부탁을 드렸습니다.

며칠 후 세탁소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여보세요. 여기 세탁소인데 지금 배달 갈께요. 그런데 맡긴 바지가 다 길이가 다르던데, 정확한 바지가 있으면 새바지를 줄일텐데... 지금 갈테니까 정확한 바지를 하나 주세요. 그럼 바지를 줄일께요."


이거 참, 분명히 치수까지 말씀드리며 그렇게 해달라고 부탁드렸는데 잊어버린 모양입니다.

"아주머니, 이전에 42.8인치로 줄여달라고 했는데요. 말씀드린 치수대로 줄여주시고, 함께 좀 가져와주세요."

그리고 저는 세탁소의 일을 잊어버렸다가 토요일 저녁이 되자 갑자기 생각이 나네요. '이런 내일 남편 입고갈 옷이 없네..'그래서 전화를 했습니다. 

"여보세요. 사장님? 여기 00아파트인데요, 세탁한 옷을 배달 안해주시나요?"

그런데 사장님이 뭔 일로 화가 났는지 아주 투박하게 대답하십니다.

"목요일에 배달하려고 했는데, 아줌마가 하지 말라고 했잖아요."

"오늘은 배달 안돼나요?"

"지금은 어쩌고 저쩌고.... 배달 못해줍니다."

" 예 그럼, 언제까지 문을 여시나요. 제가 가지러 갈께요."

"10시까집니다."


세탁소 많은 옷들이 걸려 있는 세탁소 내부

 



조금 기분은 상했지만 채비를 해서 세탁소로 가려고 나서는데, 세탁소 사장님이 직접 옷을 들고 오셨네요. 그렇게 말은 했지만, 맘에 좀 걸렸나 봅니다. 세탁비를 계산해서 드리고 난 뒤 세탁물을 세어보니 하나가 모자랍니다. 이런~ 옷을 받을 때 개수를 세어야 했는데.. 그 때 제대로 확인해 보지 않았던 것이 후회가 됩니다. 그래서 전화를 했습니다.

"사장님 그런데, 우리 옷 갯수가 어떻게 되나요?"

"나시 빼고 11개요."

"그죠, 그런데 나시까지해서 11개이고, 나시를 빼면 10개인데요. 1개가 안온 것 같아요."

"아~ 나시까지 11개 맞습니다."

"아깐 나시빼고 11개라고 하셨잖아요."

"아~ 그러니까 어쩌고 저쩌고.. 나시까지 11개 분명이 맞아요. 우리가 하는 것은 정확합니다."

기분이 나빴지만,최대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부드럽게 말을 했습니다.

"사장님, 그럼 혹시 우리옷이 하나 있는지 눈여겨 보시고 보이시면 말씀 좀 해주세요."


"아~ 그럴리가 없습니다. 우리가 갔다 준것이 정확합니다."

저의 말을 다 듣지도 않고 무조건 자신이 정확하다고 우기네요.

"사장님, 물론 제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장님도 잘못 생각하셨을 수도 있으니까 한번 눈여겨 찾아봐달라는 이야기 입니다."

그제서야 사장님은 자신은 틀릴리가 없지만, 알겠다고 하더군요. 물론 제가 틀릴 수도 있지만, 기분 나쁘지 않게 말을 했는데도 듣기도 전에 자신만을 방어하기에 급한 모습이 참 당황스러웠습니다. 인상이 좋아 보여 여길 단골로 삼으려고 했는데, 영 실망스럽습니다

전화를 끊고 
다시 세탁물을 하나씩 정리를 하다보니, 이런~ 바지 하나가 여기 저기 무엇인가 묻어있고, 세탁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이 아닙니까? 당장 가져갈까 하다가 방금 통화한 것도 있고, 그래서 며칠 후 세탁할 옷과 같이 가져갔습니다.

이번엔 세탁할 옷을 하나하나 적어 둔 후 저번에 세탁이 제대로 되지 않은 바지를 합쳐 8개를 가져 갔습니다. 

"사장님, 이 옷~ 저번에 세탁했던 옷인데 뭐가 묻었는데 안졌네요."

"그럴리가 있나? 우린 그렇게 세탁 안합니다."

사장님은 세탁옷을 보지도 않고, 마치 제가 그 옷을 입었다가 얼룩을 묻혀 가져온 것처럼 말하네요. 많이 황당했지만, 사장님이 기분이 나쁘지 않게 부드럽게 저의 주장을 했습니다.   

"사장님, 이거 저번에 세탁하고 한번도 안입은 옷입니다."

"그럴리가 없는데, 우리는 깨끗하게 세탁하는데..."

"사장님, 여기 보세요. 아직 이것도 안땠잖아요."

보여 준 바지에 우리 아파트 호수가 적혀있는 하얀 천이 붙어 있는 것을 보고서야 인정을 합니다. 다행입니다. 그게 없었으면 제가 입은 옷을 가져 온 꼴이 될 뻔 했습니다. 그제야 사장님은 조금은 당황하고 미안해 하는 것이 보이더군요. 

"그렇네, 아~ 이거 이건 안진다. 보세요~ 이렇게 문데도(밀어보아도)  안지잖아. 뭐 묻었는지 모르겠는데,이건 안집니다."
 
"어쨌든 한번 더 세탁을 해주세요."

"알았습니다."


세탁물 세탁물표를 떼기 전에 세탁물을 꼼꼼히 살펴봐야겠더군요.

 



 그리고 며칠후 옷을 가지고 왔습니다. 

"띵동, 세탁소입니다."

"예~" 

세탁비를 드리고 이번엔 사장님 앞에서 세탁물을 세어보았습니다. 그리고 가져온 세탁물을 하나하나 꼼꼼하게 살펴보았습니다. 혹 기분이 나쁠 수도 있지만 이렇게 하는 것이 서로에게 나을 것 같았습니다.

"사장님, 사장님을 못 믿어서가 아니라, 이렇게 확인하는 것이 서로가 좋을 것 같아요."

" 아예~ 그게 좋죠. 저는 정확하고 틀리지 않지만, 그전에 다른 사람들 말을 들어보니 세탁한 옷을 잃어버린 적이 있다고 하더군요. 뭐 그런 세탁소도 있나봅디다." 

그래도 처음으로 긍정적인 대답을 하시네요.  뭐 많은 사람들을 상대하다보면, 이런일 저런일이 많이 있어서 저렇게 자신을 방어하는  것이겠죠. 그런 사장님이 좀 안타깝습니다. 그래도 저번보다는 저를 대하는 태도가 많이 긍정적으로 변한 것 같아 보입니다. 비록 처음은 이렇게 부딪혔지만,서로를 알아가다보면 차츰 편하게 세탁을 할 수 있는 날이 오겠지요.

이런 일을 겪다보니,이전에 참 성실하게 잘 해주셨던 그 세탁소 사장님이 생각나네요. 요즘은 일을 그만 두시고 이제 여생을 좀 즐기시겠다며 부부가 매일 산으로 들로 다니시는 모습이 참 좋아보입니다.

그 땐 그저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시는 분이구나 생각했는데, 지금은 얼마나 고마운 분인지. ^^

 

 



 

 

by우리밀맘마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