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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주부파업 도무지 그 이유를 이해못하는 남편

알콩달콩우리가족

by 우리밀맘마 2012. 2. 15.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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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교회 지인들과 차 한잔 할 일이 있어 이야기 꽃을 피웠습니다. 첨엔 교회 일로 의논할 것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자 자연스레 이런 저런 이야기를 쏟아져 나옵니다. 그런데 이야기를 하다 우리 모두 "맞아 맞아..그렇다니까!" 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한 주제가 나왔습니다. 뭐겠습니까? ㅎㅎ 주제는 "우리 남편 이게 문제다"라는 것이죠.

우리들 중 제일 나이 많은 언니가 최근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하십니다. 정말 현모양처형의 언니로 그저 외모만으로도 신앙의 내공이 엿보이는 분입니다. 이제껏 그분이 남편 흉을 보는 일이 거의 없었는데 오늘은 그간 마음에 담아두었던 이야기를 꺼내시네요. 이야기를 듣다 많이 놀랐습니다.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았는데 그 분 역시 우리랑 같은 고민과 어려움을 겪고 계시더라구요.

이 언니 이번에 주부 파업을 일으킬 뻔 했답니다. 우리가 눈이 휘둥그레져서 언니의 말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이번에 시동생이 좀 어려운 일을 당했는데, 아니 이 사람 나한테 상의도 하지 않고 우리 집에서 보살펴야겠다는 거야. 물론 우리집 빈방이 있지만 그래도 어떻게 이런 중대한 일을 나한테 말도 안하고 그냥 혼자 결정해서는 이렇게 되었으니까 그리 알라고 하잖아. 너무 화가 나는 거 있지? 그래서 한 마디 했어."

언니가 화가 나는 건 바로 남편의 이런 독선적인 태도였던 것이죠. 물론 시동생의 딱한 처지야 이해가 되지만 이런 식으로 일을 진행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확실하게 자기 의사를 밝히며, 이렇게 일을 진행하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파업을 선언했다고 합니다. 그러자 그 남편 집사님 당황해서는 그제야 태도가 달라지더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언니의 말을 듣고 보니 그 이야기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집 이야기더군요. 저랑 울 남편 별로 싸울 일이 없지만 한 번씩 대판 싸울 때 보면 이런 일 때문입니다. 시댁과의 일 뿐만 아니라 가정의 대소사도 저랑 상의해서 결정하기보다는 먼저 결정을 해놓고는 제게 통보를 하는 것이죠. 옛날 서울에서 살 때 울 남편 난데없이 제게 그러는 겁니다.

"어머니께서 편찮으시다네. 당신 부산에 좀 다녀와. 내 걱정은 말고."

헐~ 자초지정도 없습니다. 일이 이리 됐으니 하라는 것이죠. 첨에는 화가 나도 알았다고 하고 따랐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건 변하지 않더군요. 그래서 제가 나중에 참다 참다 또 그런 일이 있을 때 따졌습니다.

"어떻게 당신은 이런 일을 제게 상의 한 마디 없이 혼자 결정해요? 도대체 전 뭔가요? 그냥 당신이 시키면 시키는대로 하는 종인가요? 왜 절 이렇게 무시하세요? "


 
 

울 남편 제가 그렇게 험악하게 따져드니까 그제야 놀라서는 왜 그러냐고 합니다. 어머니가 편찮으시니까 맏며느리인 당신이 내려가서 좀 보살펴드리는 것이 당연한 거 아니냐? 당연한 일을 하라고 하는 것이 뭐가 잘못이냐? 그렇게 시어머니 좀 보살펴 드리는 것이 힘이드냐?
 
헐~ 완전 사태파악을 엉뚱하게 하더군요. 전 부부로서 가족의 일, 그리고 제가 해야할 일이라면 함께 의논해서 해야 하지 않냐고 말한 것을 울 남편은 그렇게 시집 일 하는 것이 싫냐고 따집니다. 완전 핀트가 어긋난 것이죠. 이런 식으로 참 많이 싸웠습니다. 그런데 한 몇년 싸우고 나니까 그제야 울 남편 제가 뭘 원하는지 알기 시작하더군요. 그리고는 어느 날 이렇게 말합니다.

"아! 여보, 어떡하지. 이번에 아버지 생신인데 아버지가 우리집에 와보고 싶으시다네. 아마 며느리가 해주는 생일상을 받아보고 싶으신가봐. 그래서 내가 그러자고 해버렸네. 당신이 많이 힘들텐데 내가 의논도 하지 않고 그냥 결정해버려서 미안해!"

흠~ 아직도 통보 수준이긴 하지만 그래도 좀 많이 나아졌습니다. 남편이 이렇게 나오니 제가 뭐 별 수 있나요? 알았다고 했죠. 그리고 울 남편 이런 문제에 있어 점점 태도가 달라지더군요. 요즘도 한번씩 통보를 해오긴 해도 저의 분노를 자극하는 수준은 아닙니다.

남자들의 일방통행, 제 남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더군요. 그런데 심각한 것은 남자들, 이런 일방통행이 왜 문제인지를 알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저처럼 대판 싸우면서 문제가 된다는 것을 각인시키는 것 외에는 별 뾰족한 수가 없어요. 아마 가부장적인 우리 사회의 분위기 속에서 저절로 그렇게 체질화된 것이어서 그럴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지만 우리 남편님들, 이제는 쌍방통행으로 바꾸셔야 가정이 행복하답니다. 제발 아내를 존중해주세요.

 



 

 

by우리밀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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