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남편 오늘 인터넷 검색하다 좀 흥분하네요.
"이런 말도 안되는..뭐 이 따위가 있냐? 에잇"
평소 모습과는 사뭇 다릅니다. 무엇이 울 남편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을까요? 궁금해서 모니터로 눈을 옮겼더니, 글 제목이 '한 눈에 보는 우리나라 대학의 서열'입니다. 보니 우리나라 유명 대학의 로고들이 쭉 나열되어 있더군요. 남편이 부산대학교 로고를 손으로 가리키며, 이게 말이 되냐고 그럽니다. 보니 가운데 정도에 위치해 있네요.
아래 내용을 보니 서울에 있는 대학들이 대부분 상위권에 위치해 있고, 그 이후는 대부분 지방대학인데, 이 글을 올린 이의 의견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학은 서울에 있으면 일단 상위권 지방에 있으면 모두 하위권이라는 식입니다.
어쩌면 현재 우리나라의 현실이기도 하겠죠. 인구의 1/4이 몰려 있고, 대학 수 역시 그러니 말입니다. 거기다 성적이 안되면 서울에 있는 낮은 대학이라도 가려고 하지, 지방에 있는 우수대학 지원하려고 하지 않으니 말입니다. 그리고 지방에서 공부 좀 하고, 경제력이 되면 서울 가려고 하지 지방에 남으려고 하지 않으니 일단 서울에 있어야 인재로 대접받는다는 공식이 나오는 겁니다.
좀 씁쓸하네요. 우리나라를 두고 서울공화국이라고 하는 이유를 새삼 느끼겠더군요.
울 남편 80년대에 대학을 다녔는데, 그 당시에 서울, 연고대 다음으로 부산대 경북대 순이었다고 하더군요. 서울대 갈 성적이면 서울로 갔고, 연고대 갈 성적인데 경제적인 능력이 안되면 부산대나 경북대에 남았다고 하더군요. 그래서인지 은근히 자기가 나온 대학에 대한 자부심이 있습니다. 그런 남편이 이전 서울에서 10여년 살았습니다. 대학원 공부하면서 동네 아이들에게 과외 알바도 하고 그랬는데 그 때 한 아이가 갑자기 이런 말을 하더랍니다.
"선생님, 대학 어디 나왔어요?"
"응, 부산대학교 나왔지."
"에이 선생님, 공부 좀 열심히 해서 동아대학교 가지 그랬어요."
헐~ 남편이 그 아이의 말을 듣고 순간 멍해졌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은게, 동아대학교에는 운동부가 강해서 메스콤을 많이 탔거든요. 그리고 유도에 하형주 선수같이 올림픽 금메달 리스트도 있어서 서울에서는 부산하면 동아대학이 생각나는데, 부산대학은 별로 알려진게 없으니까 그냥 부산에 있는 대학이구나 생각한 것이죠.
부산대학교 인문대학 건물,이전에는 본관건물이었답니다.건축대상을 받았다네요.
또 한 번은 남편이랑 함께 시장에 갔는데 물건을 파시는 아주머니가 이렇게 묻더군요. "말씨가 경상도 사람 같은데 어디서 왔수?" 그래서 부산에서 왔다고 말씀드렸죠. 그랬더니 아주머니 왈~ "에구 촌에서 왔네." 그러는 겁니다. 순간 좀 울컥 하더군요. 그런데 저보다 울 남편이 더 울컥해서는 "아주머니 인구 4백만이나 되는 촌 보셨어요?"남편의 갑작스런 말에 아주머니 무안해지셔서는 이럽니다. "서울 아니면 다 촌이지 뭐.." 서울 아니면 모두 촌이 되는 세상, 바로 우리나라의 자화상이라 생각하니 많이 씁쓸해집니다. 뭐 촌도 좋죠. 전 진짜 촌에서 지금 생활하는데 얼마나 좋다구요.
그런데 촌에 살던 대도시에 살던 서울에 살던 왜 사는 것으로 서로 차별하려고 할까요? 그게 많이 속상합니다.
남편 말이 참 이상한 것이 지방자치제 하기 전에는 도리어 부산대나 경북대 등의 지방대학이 대우를 받았는데, 지방자치제 이후에 더 괄시를 당하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그게 참 이상하다고 합니다.
뭐 우리 남한 땅덩어리 다 해봐야 미국의 한 주도 채 되지 않는데, 그냥 전 국토를 서울시라고 하면 어떨까요? 대한민국 서울시 부산구 ...뭐 이렇게 주소를 만들면 이런 지역 차별이 좀 없어지려나요? 그냥 갑갑한 마음에 한 번 적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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