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큰 딸이 패션디자인학원을 다닌지 1년이 되었네요. 크리스마스 선물로 저의 원피스를 만들어 준다고 해서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몸에 맞춰 봐야 한다며 몇 번을 가져 왔는데, 소매를 달기 전엔 스타일이 제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그런데 딸은 소매를 좀 색다르게 디자인했더군요. 저는 옷입는 것에서는 많이 보수적인지라, 그저 평범한 스타일이 좋은데, 딸은 좀 색다르고 창의적인 옷을 만들었더군요.그래서 평범하게 해달라고 부탁을 했어요.
그런데요, 며칠 고심하던 우리 아이, 소매를 아예 없애버렸습니다. 겨울인데, 소매를 없애면 어떻게 하냐며 싫은 소리를 좀 했더니, 우리 아이 울컥하네요. 엄마에게 정말 예쁘고 멋진 원피스를 만들어 주고 싶어 나름 고민하여 디자인한 것인데, 엄마가 맘에 들어하지 않는다고 하니 속상했던 거죠.
"엄마는, 내가 얼마나 열심히 만들었는지 아세요. 엄마가 원하는 데로 하려면 더 이상해지기 때문에 아예 없애버린 건데, 예쁘게 만들려고 그전보다 몇 배를 더 열심히 만들었는데... 흑흑흑....."
"너는 노력한 건 알겠지만, 엄마 맘에 안드는 것은 안드는 것이지 어떻게? 한번 물어보고 소매를 없애지."
"전화했는데, 엄마가 없잖아요. 흑흑흑...."
이렇게 좋은 날 괜히 아이를 울리고 말았네요. 만들어 준 것 만으로도 고마운데, 제가 좀 욕심이 과했나 봅니다.
오늘 성탄절, 예배가 마친 후 지인들끼리 가족모임으로 점심식사 약속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아이가 만들어준 옷을 입고 나가려고 단장을 했더니 그 모습을 본 우리 딸, 겨우 기분이 풀어지네요.
저는 참 멋을 부릴 줄 모릅니다. 옷에 달 수 있는 제대로된 브로찌도 하나 없네요. 그전에 남편이 사다 준 것이 있었는데, 제가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더니 목이 부러져있어 차지도 못하고.. 아무리 봐도 원피스가 좀 허전해보입니다. 우리 딸이 그리 애썼는데도 제가 받침이 되질 않네요. ㅎ 그래도 어쩝니까? 좀 허전하지만, 입고 갔습니다.
내심 한마디 안해주나, 식사 자리에서 음식은 눈에 들어오지 않고, 누가 아는체라도 해주면 이거 우리 딸이 성탄 선물로 직접 만들어준 옷이라고 자랑하고픈데, 그런 사람이 없네요. 속상합니다. ㅜㅜ 그런데요~ 다행히 한분이 옷 디자인이 멋있다고 칭찬 해주십니다. 기회다 생각하고 말을 했죠.
"울 큰 딸이 직접 만든 거예요."
"오~ 그래요. 잘 만들었네. 우가야, 내 꺼도 하나 부탁한다. 내가 보는 눈이 있는데, 참 괜찮다."
비록 한 분이지만, 그래도 격려를 받으니 모든 사람들에게 칭찬 받은 것처럼 기분이 좋네요. 옆에서 안 보는 척 하면서도 귀를 쫑긋세우며 듣고 있던 우리 딸, 이 한 마디에 기분이 많이 좋아진 것 같습니다 . 그 때부터 아주 맛있게 식사를 하더군요.
사실 많이 부족하죠. 제가 봐도 엉성한 부분이 많이 보입니다. 그러나 첫 술에 배부를 것이 있겠습니까? 언젠간 정말 맘에 드는 옷을 선물 받을 날이 오겠지요. 우리 딸이 만든 옷, 불편한 부분도 있었지만, 이렇게 딸이 만들어 준 옷을 입고 예배도 드리고, 점심도 먹고 기분이 너무 좋았네요. 그래서 우리 남편에게 사진 찍어달라고 했더니, 에휴~ 부탁한 내가 바보지.. 절 이렇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래도요 ~~ 제 생애 최고의 성탄 선물을 받았습니다.
우가 고마워 사랑해. ^^
아참 아래 글을 클릭하시면, 우리 딸 패션디자인 다니게 된 내용을 읽으실 수 있습니다. 우리 딸의 스케치 솜씨도 구경하실 수 있구요. 이글을 발간했을 때 무려 15만명이 읽어주셨는데, 관련된 학원에서 신고를 하는 통에 한 달간 스크린 되어 있다, 이번에 무혐의 판정을 받아 다시 여러분에게 보여드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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