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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딱이는 아내 느긋한 남편 우리 부부가 살아가는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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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리밀맘마 2023. 9. 4.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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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성격차이 극복 비결, 팔딱이는 아내 느긋한 남편과 함께 살아가기

 

 

전 성격이 급한 편입니다. 결혼 전엔 그리 급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밥도 천천히 먹고, 행동도 그리 빨리 하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결혼하면서 조금씩 달라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맏며느리라는 부담감도 있구요, 또 아이들 넷을 키우다 보니 저도 모르는 사이에 성격이 그렇게 변해 간 것이 아닐까 싶네요. 그래서 저에게 있어 기다림은 정말 힘든 일입니다. 



달력을 볼 때 25일이 지나가면은 벌써 달력을 때고 싶은 충동을 느낍니다. 이런 저의 성향이 아이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애요. 우리 애들도 은근히 급하거든요. 아마도 제가  빨리하도록 다그친 영향을 크게 받은 것 같아요. 그런 걸 생각하면 아이들에게 미안하기도 하구요 그래서 이제 성격을 좀 다시 고쳐보려 노력합니다.

요즘 이번 달이 아직 5일이나 남았을 때에도 달력을 떼고 싶은 충동을 이기기 어려웠는데, 지금은 저 한테 이렇게 말합니다. 

'사슴아, 기다려, 다음 달 1일이 되면 때자.'

그리고 기다려봅니다. ㅎㅎ 손이 근질거리지만 그래도 참고 있습니다. 오늘 드뎌 이번 학기 성적이 나왔습니다. 정오가 지나야 성적이 인터넷으로 확인이 되는데, 제 마음은 아침부터 인터넷 속에 들어가 있지만 꾹 참았습니다. 대신 하루 휴가 낸 남편과 수다도 떨고, 이런 저런 다른 일에 몰두하면서 시간이 되길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기다려지네요. ㅎㅎ

예전에 비하면 기다릴 때의 초조함도 많이 없어졌고, 아이들에게도 그전엔 '빨리 해라'고 말했던 것들을, 이젠 '괜찮아, 천천히 해도돼.'라고 말을 합니다. 진작에 그랬음 좋았을 것을요. ㅎ


남편은 저에 비하면 정말 느긋한 사람입니다. 어쩔땐 그 성격이 부럽고, 어쩔땐 정말 화가 날 정도로 답답할 때도 있습니다. 그런 까닭에 아마 우리 부부의 부부싸움 절반은 이 성격과 직간접적으로라도 연관된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좀 기다렸다 말하면 좋게 대화로 해결될 것을 기다리지 못해 때에 맞지 않게 이야기가 튀어나오고 이것이 또 오해를 불러일으켜 싸움이 되거든요. 


 

달빛_바다_평화
우리 남편이 찍은 사진입니다. 잘 찍었죠. 울 남편의 내면을 보는 것 같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이렇게 느긋한 아빠가 좋은데, 아빠 편들기 하면 제가 섭섭해할까봐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 


"아빠는 아빠로서는 점수를 많이 줄 수 있는데, 내가 볼 때 남편으로서는 아닌것 같아."

" 왜?"

" 돈도 잘 못 벌지, 매일 늦게 들어오지....."

"그래도, 엄마를 사랑해 주고, 성격이 좋잖아."

그건 그래 ~

그렇게 말하곤 웃었습니다. 사실. 전 남편에게 좋은 점수를 주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매일 늦게 들어오기 때문이죠. 저를 항상 기다리게 하니까요. 전 어려서부터 일찍 자는 습관이 있어 밤 10를 넘기는 것이 그리 힘이 듭니다. 하지만 남편은 10시 넘어야 집에 들어오거나, 아님 11시가 넘길 때도 있습니다. 남편을 보고 자야하는데, 남편 들어올 때까지 기다리려니 너무 힘이 들어요. 남편은 그냥 일찍 자라고 하는데, 그럴 수 있나요. 남편은 저의 이런 사정을 너무 몰라주는 것 같아 더 속상하기도 하구요.

그런데 이번 주일 예배 시간에 우리 목사님 설교 제목이 "깊은 곳에서의 기다림"입니다. 제목이 상당히 철학적이죠? 문학적인가? 그 설교 말씀에는 하나님께서 우리 인간들을 구원하기 위해 그토록 오랜 세월을 포기않고 기다리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설교를 듣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기다림이야 말로 진정한 사랑의 표현이 아닐까?"
 
옛날 "테스"라는 소설을 읽을 적이 있습니다. 그 소설에 테스의 엄마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런 구절이 있었던 것이 기억납니다. '테스의 엄마는 황혼이 지는 저녁 아기 젖을 물리며, 아빠가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그녀에게 이렇게 아기에게 젖을 빨리며 아빠를 기다리는 이 시간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 때 이 구절을 읽으며 아주 분노했더랬습니다. 그런데 이제 조금씩 그 구절에 공감이 느껴지네요.

남편은 쉬 변화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생활환경이 바껴지지 않으니 어쩔 수 없겠죠. 늦게 오고 싶어 그러겠습니까? 우리 가족 먹여살리기 위해 그리 하지 않으면 안되니 그런 것이겠죠. 그래서 저의 기다림의 사랑은 오래도록 계속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예전처럼 그리 힘이 들지는 않습니다. 간혹은 정말 얄미울 때도 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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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23.9.4.에 업데이트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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