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미 FTA 때문에 정국이 많이 시끄럽네요. 전 사실 경제쪽에는 완전 문외한이라 여러 블로그나 뉴스에서 설명하는 걸 읽어도 도무지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요. 한쪽에서는 미래의 한국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또 한편에서는 우리나라를 미국의 경제속국으로 만드는 악법이라고 합니다.
이 문제 교회에서도 교인들 간의 화두가 되었습니다. 점심식사를 하는데, 남자들이 모여서 이 문제로 밥알을 튀겨가며 논쟁하더라구요. 하도 큰 소리로 이야기해서 첨엔 싸우는 줄 알았습니다. 솔직히 궁금해서 저도 밥을 먹으며 귀는 그 쪽으로 살짝 옮겨놨습니다. 그런데 울 교회 남성들 하는 이야기 뉴스에 나오는 이야기와 별반 다를게 없네요. 모두 카더라 하는 내용을 두고 싸우고 있지 실제로 한미 FTA가 무슨 협정인지도 제대로 모르는 것 같았습니다,
찬성하는 쪽 분들은 정부가 나라 잘되려고 추진하는 일이니 잘하도록 지지해야 한다는 논리고, 또 한편은 이 정부가 하는 일이니 더 못믿겠다는 논리입니다. 그러자 이건 이전 정부가 시작한 일인데 지금 와서 반대로 돌아서는 것은 내가 할 땐 로맨스와 니가 하면 불륜이라는 이중적인 태도가 아닌가며 반박하구요. 이렇게 정치적인 논리로 한미 FTA를 논하지, 정작 그 FTA의 내용이 무엇인지, 그리고 무엇이 문제인지, 또 이걸로 우리 경제가 정말 어떻게 달라지고 좋아질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아는 분이 거의 없는 것 같았습니다.
제 생각에 한미 FTA 에 대해 논하고 있는 문제가 이렇게 갈등으로 번지는 이유도 이와 같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솔직히 국회의원들 모아놓고 한미 FTA에 관해 시험을 쳤으면 좋겠습니다. 찬성하든 반대하든 일단 이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논의를 하고, 협상을 할터인데, 이걸 담당해야 할 국회의원들이 이 협정문을 제대로 한 번도 읽지 않고, 또 무슨 내용인지 이해도 못하면서 결정한다면 이건 정말 무책임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것도 우리나라의 미래가 달려있는 중대한 사안인데 말입니다.
그런데 그 자리에 우리 목사님도 함께 계시더군요. 그저 묵묵히 듣기만 하시다 다른 집사님 한 분이 목사님은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으니 울 목사님 아주 재밌는 예를 들어 한미 FTA를 설명하시네요.
"여러분 저기 수영에 있는 수영로 교회 아시죠? 성도 수가 만명을 넘고 교회 건물 또한 어마어마하잖아요. 시설도 없는게 없는 교회와 거기서 20km정도 떨어져 있는 기장에 있는 2백명정도의 교회가 협정을 맺었습니다. 아무런 조건없이 서로의 시설을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고, 운영하고 있는 각종 프로그램도 차별없이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죠. 그래서 서로에게 필요한 도움을 주자는 협정을 한다면 어떨까요? 가만 생각해보면 작은 교회가 마다할 이유가 없잖아요. 우리에게 없는 것을 아무 제제없이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데, 그리고 우리는 가진 것이 없어서 그 교회에서 이용하려고해도 할 것도 없고, 절대 손해볼 것이 없다는 판단이 서질 않겠어요? 그래서 협정을 맺었어요.
그런데 그 협정에 두 교회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셔틀버스를 운영한다는 조항이 있습니다. 이것도 말되잖아요? 그런데 그 안에 또 다른 조항이 하나 있는데, 셔틀버스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일단 누구든 버스에 타면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내리지 못한다는 규정도 들어있습니다. 주일도 예외가 아니라는 조항도 있구요. 자 일년이 지났을 때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아마 그 교회 성도의 절반이 빠져나갔을 것입니다. 또 일년이 지나면 그 교회엔 차를 타기 힘든 노인과 어린아이만 남아 있을 것이고, 조금 더 지나면 그 교회는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입니다. 모두 수영로교회 성도가 되어 있는 것이죠. 한미 FTA 도 전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경제협정은 상생할 수 있으면 가장 좋은 것인데, 사람의 욕심이 그걸 잘 허락하질 않습니다. 자기 이익을 우선 챙기려고 하죠.
앞서 예를 든 두 교회의 협정에서 가장 큰 독소조항이 바로 셔틀버스 운영하는 것입니다. 그것도 주일까지 포함해서 운영한다는 것이고, 게다가 한 번 타면 못내리니 싫어도 가봐야 하는 것이죠. 합법적으로 교인을 빼돌리는 수단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제가 보기에 한미 FTA에도 이 셔틀버스 같은 독소조항이 있습니다. ISD라는 것도 있고, 레칫조항 그리고 그 비슷한 위력을 지닌 10여개의 조항이 있는데, 만일 이대로 협정을 맺는다면 어떤 위기를 맞을지 장담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전 여당도 야당도 아닙니다만 한미 FTA는 당을 떠나서 먼저 이 협정문에 무슨 내용이 담겨있는지 세세하게 살펴봐야 합니다. 안타깝게도 여당이나 야당이나 정부관리나 심지어 대통령까지도 한미 FTA에 어떤 내용이 담겨있는지 제대로 살펴보지 않은 것 같아서 마음이 무겁습니다. 요즘 제 새벽기도 제목입니다. "
순간 교인들 모두 할 말을 잃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오후예배 시간이 다 되어서 하나둘 자리를 떠서 더 이상 이야기가 이어지지 않았는데, 목사님 설명을 들을 때 좀 섬찟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든 생각이 일단 이 협정을 승인하기 전에 우리 국회의원들 한미 FTA에 관한 시험부터 쳐봐야겠다는 생각이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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