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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미치게 만드는 치매 환자의 뻔한 거짓말

치매 엄마

by 우리밀맘마 2025. 2. 24.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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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제 몸이 힘들다 보니 가족이나 다른 사람 신경쓸 겨를이 없네요.
제가 봐도 요즘 신경이 많이 날카로워져 있습니다.
그래서 조금만 제 신경을 거슬리는 일이 생기면 바로 반응이 나옵니다. 
안그래야지 하면서도 참을수가 없구요, 
그 덕에 울 남편 한 번씩 정말 어쩌다 절 웃기는 그 썰렁한 개그도 하질 못하고 제 눈치만 슬슬 봅니다. 
역시 몸이 편하고 건강해야 여유가 생기나 봅니다.

그래도 울 아이들이랑 남편은 제 입장이 어떤지를 알고 잘 살펴주는데, 
전혀 제 형편을 고려하지 않은 분이 한 분 있습니다. 
바로 울 엄마입니다. 
벌써 저희 집에 오신 지 두 달이 되었네요. 
이런 저런 적응도 잘하셔서 요즘은 혼자 집에 계셔도 스스로 밥도 챙겨드시고 건강이 많이 좋아지셨습니다. 
참 감사하죠. 치매기도 많이 회복되셨구요.

 



그런데 한 번씩 울 엄니 제 속을 완전 뒤집어 놓을 때가 있습니다. 
원래 그런 성격탓인지 아님 치매로 인한 것인지 분간이 잘 안가는데요, 예를 들어 이런 일입니다.

하루는 화장실에서 나오시더니 제 손을 끌고 변기를 보여주시면서 엄청 걱정을 하시네요. 
뭔가 하고 들어봤더니 오줌에서 거품이 너무 많이 나온다는 겁니다. 
그런데 제 눈에 그리 걱정할 정도가 아니었거든요. 
또 당뇨가 조금 있으시기 때문에 당연 그 정도의 거품은 일 것 같은데, 
울 엄니 엄청 걱정하시면서 갑자기 신부전증이 아닐까 하십니다.

헐~ 무슨 신부전증, 그래서 제가 알고 있는 의료 상식으로 자가진단을 아무리 해봐도 
울 엄니 신부전증과는 엄청 거리가 있거든요. 일단 식욕이 왕성해지셔서 밥 한그릇 뚝딱, 화장실 자주 가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어지럽다거나 소화불량인 것도 아니고, 피부는 요즘 더 좋아지셔서 아기 피부처럼 뽀얗는데 무슨 신부전증.. 
내가 아니라고 해도 우 엄니는 확신에 차 있습니다. 
그러면서 병원에 검사하러 가자고 보채는 겁니다. 제가 아니라며 한번은 제가 소변 눈 것을 보여드렸습니다. 
엄마 거품이나 제 거품이나 별 차이가 없거든요. 그런데 울 엄니 그러냐며 수긍하더구요.

 



그런데 울 엄니 돌아서면 또 이야기합니다. 아무래도 몸이 이상하다는 겁니다.
하고 또 하고 또 하고, 한 스무번쯤 더 들었을 겁니다. 하루는 그 때문에 걱정이 되어서 밤에 잠도 자지 못했다며 보챕니다. 그거 거짓말이거든요. 어제 제가 살짝 들여야 봤는데 제가 온 줄도 모른 채 잘 주무시더라구요. 그리고 엄마는 당뇨가 조금 있어서 그정도 거품은 나오는게 정상이어요라고 하니, 갑자기 정색을 하시면서

"내가 언제 당뇨가 있었다고 그래? 난 당뇨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어"

라고 딱 잡아떼십니다. 헐~ 이제까지 병원에 누가 모시고 다녔는데.. 아우~ 
가만 생각해보니 제가 지금 이리 아픈 거 울 엄니탓도 꽤 있는 것 같습니다. 전라도 말로

" 딱 미쳐부러~"

남편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울 남편도 어이없는지 엄마에게 그러네요.

"어머니, 신부전증 아닙니다. 신부전증에 걸리면 ..아 ~ 아니다 또 내가 이런 말 하면 내일부터 또 이렇게 아프다고 병을 만드실 것 같아서 증세를 말씀 못드리겠네요. 어머니 신부전증 어디서 들으셨는지 몰라도 절대 아닙니다. 어머님 몸에 그런 증상이 전혀 보이질 않아요. 그러니 걱정 마세요."

사위가 이렇게 말하니 그제야 그런가 하고는 수긍을 합니다. 전 그래서 이제 됐구나 했죠. 

 

 


그런데 다음 날 아침 울 엄니 눈이 퉁퉁 부어 있는게 아닙니까?
 왜그러냐고, 잠을 못주무셨냐고 그렇게 물으니, 한숨도 못잤다는 겁니다. 

왜냐고 물으니, 또 다시 그 신부전증 이야기를 합니다.

"아이고 나 죽어요..엄마, 엄마가 신부전증으로 돌아가시기 전에 내가 속터져서 먼저 죽을 것 같다." 

그러자 울 엄니 다시 그 진지 모드로 제 손을 꼭 잡으시면서 그러는 겁니다. 

"맘마야 어떡하니? 이러다 나 정말 죽을 것 같다. 병원에 가서 진찰 받아보자. 
신부전증 그거 무서운 병이래. 나 죽으면 어떡하냐? "

제 마음은 그 날 당장이라도 엄니 모시고 병원 가고 싶은데, 제 몸도 그렇고, 
또 이 근처엔 병원이 없어서 한 시간 정도 차를 타고 부산으로 가야 하거든요. 도저히 자신이 없더라구요. 
남편도 계속 바빠서 도저히 말을 못 꺼내겠더라구요. 
그리고 이번 주 금요일이면 정기검진 받는 날이라 병원에 가야하는데 

그 때 진료를 받으면 될 것 같아서 그렇게 하자고 달랬습니다. 그런데요, 

얼마나 들들 볶였는지 엄마 얼굴만 봐도 무섭습니다. 

 

 

왜 갑자기 신부전증일까? 혹시 또 TV에서 이 병에 대해 들은건가 싶기도 하고, 그 놈의 신부전증 정말 치가 떨립니다. 

요즘 말끝마다 늙었으니 어서 죽어야제..하시는데, 
그러면서도 이렇게 신부전증 걸리면 어떻게 하냐며 걱정이 말이 아닙니다.

아침 출근길에 남편에게 단단히 일렀습니다. 

이번 주에 병원가면 신부전증 확실하게 정리하고 오라구요.
그러자 울 남편 빙긋이 웃으면서 그럽니다. 

"차라리 신부전증이 나을 걸, 이 병 끝나고 나면 다시 무슨 병을 들고 나오실지 몰라. 그냥 아는 병이 더 낫지.ㅎㅎ" 

솔직히 정말 그럴까봐 더 걱정이 됩니다. ㅜㅜ 
 
by 우리밀맘마

 

*이 글은 2025.2.24.에 수정 업데이트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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