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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미치게 만드는 울 엄마의 뻔한 거짓말

치매 엄마

by 우리밀맘마 2011. 11. 2.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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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제 몸이 힘들다 보니 가족이나 다른 사람 신경쓸 겨를이 없네요. 제가 봐도 요즘 신경이 많이 날카로워져 있습니다. 그래서 조금만 제 신경을 거슬리는 일이 생기면 바로 반응이 나옵니다. 안그래야지 하면서도 참을수가 없구요, 그 덕에 울 남편 한 번씩 정말 어쩌다 절 웃기는 그 썰렁한 개그도 하질 못하고 제 눈치만 슬슬 봅니다. 역시 몸이 편하고 건강해야 여유가 생기나 봅니다.

그래도 울 아이들이랑 남편은 제 입장이 어떤지를 알고 잘 살펴주는데, 전혀 제 형편을 고려하지 않은 분이 한 분 있습니다. 바로 울 엄마입니다. 벌써 저희 집에 오신 지 두 달이 되었네요. 이런 저런 적응도 잘하셔서 요즘은 혼자 집에 계셔도 스스로 밥도 챙겨드시고 건강이 많이 좋아지셨습니다. 참 감사하죠. 치매기도 많이 회복되셨구요.


그런데 한 번씩 울 엄니 제 속을 완전 뒤집어 놓을 때가 있습니다. 원래 그런 성격탓인지 아님 치매로 인한 것인지 분간이 잘 안가는데요, 예를 들어 이런 일입니다.


하루는 화장실에서 나오시더니 제 손을 끌고 변기를 보여주시면서 엄청 걱정을 하시네요. 뭔가 하고 들어봤더니 오줌에서 거품이 너무 많이 나온다는 겁니다. 그런데 제 눈에 그리 걱정할 정도가 아니었거든요. 또 당뇨가 조금 있으시기 때문에 당연 그 정도의 거품은 일 것 같은데, 울 엄니 엄청 걱정하시면서 갑자기 신부전증이 아닐까 하십니다.

헐~ 무슨 신부전증, 그래서 제가 알고 있는 의료 상식으로 자가진단을 아무리 해봐도 울 엄니 신부전증과는 엄청 거리가 있거든요. 일단 식욕이 왕성해지셔서 밥 한그릇 뚝딱, 화장실 자주 가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어지럽다거나 소화불량인 것도 아니고, 피부는 요즘 더 좋아지셔서 아기 피부처럼 뽀얗는데 무슨 신부전증.. 내가 아니라고 해도 우 엄니는 확신에 차 있습니다. 그러면서 병원에 검사하러 가자고 보채는 겁니다. 제가 아니라며 한번은 제가 소변 눈 것을 보여드렸습니다. 엄마 거품이나 제 거품이나 별 차이가 없거든요. 그런데 울 엄니 그러냐며 수긍하더구요.






그런데 울 엄니 돌아서면 또 이야기합니다. 아무래도 몸이 이상하다는 겁니다. 하고 또 하고 또 하고, 한 스무번쯤 더 들었을 겁니다. 하루는 그 때문에 걱정이 되어서 밤에 잠도 자지 못했다며 보챕니다. 그거 거짓말이거든요. 어제 제가 살짝 들여야 봤는데 제가 온 줄도 모른 채 잘 주무시더라구요. 그리고 엄마는 당뇨가 조금 있어서 그정도 거품은 나오는게 정상이어요라고 하니, 갑자기 정색을 하시면서

"내가 언제 당뇨가 있었다고 그래? 난 당뇨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어"

라고 딱 잡아떼십니다. 헐~ 이제까지 병원에 누가 모시고 다녔는데.. 아우~ 가만 생각해보니 제가 지금 이리 아픈 거 울 엄니탓도 꽤 있는 것 같습니다. 전라도 말로

" 딱 미쳐부러~"

남편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울 남편도 어이없는지 엄마에게 그러네요.

"어머니, 신부전증 아닙니다. 신부전증에 걸리면 ..아 ~ 아니다 또 내가 이런 말 하면 내일부터 또 이렇게 아프다고 병을 만드실 것 같아서 증세를 말씀 못드리겠네요. 어머니 신부전증 어디서 들으셨는지 몰라도 절대 아닙니다. 어머님 몸에 그런 증상이 전혀 보이질 않아요. 그러니 걱정 마세요."

사위가 이렇게 말하니 그제야 그런가 하고는 수긍을 합니다. 전 그래서 이제 됐구나 했죠. 그런데 다음 날 아침 울 엄니 눈이 퉁퉁 부어 있는게 아닙니까? 왜그러냐고, 잠을 못주무셨냐고 그렇게 물으니, 한숨도 못잤다는 겁니다. 왜냐고 물으니, 또 다시 그 신부전증 이야기를 합니다.

"아이고 나 죽어요..엄마, 엄마가 신부전증으로 돌아가시기 전에 내가 속터져서 먼저 죽을 것 같다." 

그러자 울 엄니 다시 그 진지 모드로 제 손을 꼭 잡으시면서 그러는 겁니다. 

"맘마야 어떡하니? 이러다 나 정말 죽을 것 같다. 병원에 가서 진찰 받아보자. 신부전증 그거 무서운 병이래. 나 죽으면 어떡하냐? "

제 마음은 그 날 당장이라도 엄니 모시고 병원 가고 싶은데, 제 몸도 그렇고, 또 이 근처엔 병원이 없어서 한 시간 정도 차를 타고 부산으로 가야 하거든요. 도저히 자신이 없더라구요. 남편도 계속 바빠서 도저히 말을 못 꺼내겠더라구요. 그리고 이번 주 금요일이면 정기검진 받는 날이라 병원에 가야하는데 그 때 진료를 받으면 될 것 같아서 그렇게 하자고 달랬습니다. 그런데요, 얼마나 들들 볶였는지 엄마 얼굴만 봐도 무섭습니다. 왜 갑자기 신부전증일까? 혹시 또 TV에서 이 병에 대해 들은건가 싶기도 하고, 그 놈의 신부전증 정말 치가 떨립니다. 

요즘 말끝마다 늙었으니 어서 죽어야제..하시는데, 그러면서도 이렇게 신부전증 걸리면 어떻게 하냐며 걱정이 말이 아닙니다. 그래서 세계 3대 거짓말 중 하나가 처녀 시집 안간다는 말과 장사꾼들 밑지고 판다는 것과 노인들 어서 죽어야지 하는 말인가 봅니다.  

아침 출근길에 남편에게 단단히 일렀습니다. 이번 주에 병원가면 신부전증 확실하게 정리하고 오라구요. 그러자 울 남편 빙긋이 웃으면서 그럽니다. 

"차라리 신부전증이 나을 걸, 이 병 끝나고 나면 다시 무슨 병을 들고 나오실지 몰라. 그냥 아는 병이 더 낫지.ㅎㅎ" 

솔직히 정말 그럴까봐 더 걱정이 됩니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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