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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엄마 모시기, 따뜻한 말한마디가 정말 필요했던 위기의 순간

치매 엄마

by 우리밀맘마 2014. 2. 19.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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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엄마 모시기, 치매엄마와 살면서 겪은 세번째 위기 우리에겐 따뜻한 말 한마디가 정말 필요해,




최근 제가 읽은 책이 이상병리학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재밌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정신병 중 정말 힘든 병인 정신분열증의 증세가 치매증세와 비슷한 점이 많다는 것이지요. 과대망상, 현실적인 해석불가, 이상행동.....

그런데 이런 정신분열증에 걸린 청년을 부모가 대할 때는 사랑과 배려를 가지고 대하되, 해서는 안돼는 행동에 대해서는 아주 엄하게 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엄마는 치매이지만 비슷한 증세가 많아서 저도 한번 시도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엄하게 대할 때에 조심해야 할 점이 있더군요. 엄하더라도 좋은 감정으로 대하는 것과 나쁜 감정이 들어가는 것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이런 감정이 들어간 행동이라는 것을 엄마가 느끼게 되면 감정싸움이 되고, 일은 더 커지게 되는 것이지요. 한결같이 사랑과 배려의 마음을 가지되, 정말 아닌 것에는 단호하고 엄하게 대해야 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그런데 이건 이론이구요. ㅎㅎ 실제로 항상 한결같은 사랑과 배려의 마음을 가지고 평정심을 찾기가 그리 쉬운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특히 제 몸과 마음이 여러 가지 일로 지치고 아플 때는 더욱 그러 한 것 같습니다.

최근 계속되는 격무로 몸살이 왔습니다. 피곤한 몸으로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을 돌본다는 거 정말 힘듭니다. 몸과 마음이 지칠대로 지친 상태로 집에를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헐~ 치매에 걸린 우리 엄마, 정말 절 미치게 만드네요. 

엄마는 우리집 군식구가 되는게 싫은가 봅니다. 그래서 뭐라도 자기 손으로 해보고 싶은지, 이런 저런 잡일을 스스로 하려고 합니다. 절 돕고자 하는 행동이란 것은 알겠는데, 솔직히 그저 가만히 있는게 도와주는 것이라는 걸 받아들이기가 어려운 모양입니다.

피곤에 지쳐 퇴근해 집에 들어와 보니 엄마는 부엌에서 밥을 하고 있습니다. 엄마 뭐해? 하고 부엌에 가보니, 울 엄마 손으로 뭔가를 감추며, 말을 얼버무립니다. 혹시나 싶어 밥통을 열어보니 하~ 정말 말이 안나오더군요.

울 엄마, 밥을 한다고 하는 것이 식은밥이 남아 있는 전기밥통에 생쌀을 넣고, 거기다 제가 먹으려고 사다논 한약으로 된 감기약을 그 안에 풀어놓은 것입니다. 밥통을 여는 순간 코끝에 강하게 자극하는 한약 냄새, 순간 제 머리에 뚜껑도 함께 열렸습니다. 

“엄마, 제가 와서 밥을 해도 되는데 왜 이렇게 해놨어요? 밥통에 한약은 왜 풀어 놓았어요. 제발 좀 이러지마세요.”

그러자 우리 엄마

“내가 무슨 한약을 풀어 났데. 난 그런적 없다.”

치매 걸린 우리엄마, 불리할 때 쓰는 18번 행동은 부정하는 것입니다.  아주 흔한 수법이지요. 그런 엄마의 행동에 더 열이 뻗힌 저는 언성을 높였습니다. 저녁 늦게까지 화가 좀처럼 풀리지를 않네요.

그런데 울 엄마, 저의 이런 행동에 충격을 받으셨는지, 이 추운날 저녁 엄마는 또 짐을 싸며 집을 나가겠다고 합니다. 어후~ 몸도 마음도 힘들어 싸울 기력이 없는 저는 남편에게 sos를 보냈습니다. 그런데 남편은 바쁜일로 올 수가 없답니다.


밥솥_김채미걸린 엄마 한 번씩 제 속을 이렇게 끓입니다.

 



급한 마음에 오빠들에게 전화를 하였습니다. 큰오빠와 엄마는 한참 전화통화를 했습니다. 저에게는 말도 안되는 말들을 늘어놓더니 글쎄 큰오빠에게는 자기의 진심을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가만히 통화하는 걸 엿들어보니, 엄마 말로는 요즘 제가 변했다는 것입니다. 물론 제가 몸이 안좋아서 그렇게 느낄 수도 있지만, 사실은 몇 달 쉬었다가 다시 직장을 나가면서 일하기 전보다 엄마에게 소홀해진 것이 사실입니다. 그전처럼 엄마 곁에 있어줄 시간도 여력도 없게 된 것이지요. 근대 이런 엄마의 속마음을 알게 되니 한결 제 마음이 가벼워지며, 살짝 웃음도 나옵니다. 

다시 둘째 오빠와 통화를 했습니다. 그런데 울 엄마 둘째 오빠와 통화하다 갑자기 저 들어라는 듯이 크게 말을 합니다.

“맘마야, 니 오빠가 말하는데 모실려면 끝까지 잘 모셔야 된단다.”

금방 자기가 집나가겠다며 말도 안되는 얘기를 해놓고는 꼭 제가 나가라고 한 것처럼 말을 합니다. 어이 없어 헛웃음만 나옵니다. 헐~ 울 엄마 대박!

그런데, 엄마가 소리 치며 한 그 말이 묘하게 제 기분을 풀어줍니다. 그렇게 아들과의 통화를 끝낸 엄마, 두 아들과 통화 끝에 엄마 기분도 많이 풀어진 것 같네요. 저도 상한 마음이 추스러졌구요.

그래서 엄마 방에 들어가 요즘 제가 많이 힘들다고 엄마에게 저의 사정을 이야기했습니다. 제가 먼저 화낸 것을 사과하자 엄마도 고개를 끄덕이며 받아 들이네요. 그리고는 쌌던 봇짐을 하나씩 푸십니다. 

에구~~ 이렇게 치매 걸린 울 엄마와 살아가는 세 번째의 고비를 넘겼습니다.  ^^




 


by 우리밀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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