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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이의 가출과 반려견의 빈자리 그리고 우리 엄마

치매 엄마

by 우리밀맘마 2011. 12. 14.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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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 10년 전부터 시추 부부를 입양해 키웠습니다. 남편의 이름은 대박이, 아내의 이름은 이삐, 이 두 부부가 홀로 사시는 엄마의 가족이었죠. 엄마가 우리집에 들어오시는 날 이 부부도 함께 들어왔습니다. 우리 가족만 해도 여섯 식구인데, 반려견까지 아홉식구가 한 집에서 살게 된 것이죠. 집안에서 애완견을 키워보지 않은 우리 가족에게 대박이와 이삐는 정말 별난 존재였습니다. 이삐는 차도녀의 기질을, 대박이는 순진한 눈빛으로 우리 가족의 사랑을 독차지 했답니다. 하지만 전 대박이가 마냥 이쁠 수만 없었죠. 가장 힘든 것이 바로 대소변을 가리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거의 전쟁 수준이었죠.


기저귀 찬 대박이

배변으로 반항하다 결국 기저귀를 차게된 대박이






그렇게 한달이 지나자 대박이도 이삐도 완전 우리 식구로 적응이 되어 서로 정이 쌓여갈 때쯤 사건이 터졌습니다. 건강염려증에 치매기가 심해진 울 엄마, 저와 남편이 출근하고 나면 집에 가만 있지 못하고 두 강아지를 끌고 밖으로 나들이를 나온 것입니다. 목줄이라도 제대로 매고 나오면 좋으련만 목줄 맬 줄도 모르니 두 강아지를 껴안고 무작정 집을 뛰쳐 나왔습니다. 그렇게 나와서는 일단 사위 사무실로 갔는데, 마침 그 때 남편은 라면을 하나 끓여서 먹고 있는 중이었다고 합니다.




"어머니, 잠시만 기다리세요. 이거만 먹고요.."

갑자기 들이닥친 장모 일행에 놀란 사위, 먹던 라면 마저 먹는동안 잠시만 기다리시라고 했는데, 잠시 후 엄마가 사라져 버렸습니다. 놀란 남편 그 때부터 엄마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 3시간을 헤맸지만 결국 못찾고 허탈한 마음으로 사무실로 돌아왔는데, 세상에 엄마가 사무실에 와 계시더라는 것입니다. 연유를 물어보니 갑자기 대박이가 밖으로 뛰쳐나가 한 손에는 이삐를 차고 대박이 잡으로 뛰어나갔는데, 대박이가 평소 가는 길로 가지 않고 반대편으로 달아났다는 것입니다.


대박이 부부

이렇게 같이 아침 볕을 쬐며 사랑하며 살았는데 이제 이삐 과부가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남편 대박이 찾으러 다시 온 동네를 헤매며 다녔지만 대박이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동네에 방송도 하고, 벽보도 붙이고,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도움을 구했지만 도대체 어디를 갔는지...그래도 엄마 잃어버리지 않은 것만 해도 넘 감사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넘 마음이 아픕니다.

겨우 한 달 정들었을 뿐인데 마치 우리 식구 중 하나가 사라진 그런 느낌입니다. 길을 나서면 대박이가 바로 앞에 머리를 디밀고 따라올 것 같고, 집에 들어오면 그녀석 저랑 눈 마주치며 아주 간절한 눈빛으로 안아달라고 할 것 같습니다. 길 가다가 개짖는 소리만 들려도 우리 대박이 아닐까 싶구요. 그런데 저만 그런 것이 아니라 우리 가족 모두 같은 증세를 앓고 있더군요. 그래서 애완견이라고 하지 않고 반려견이라고 하는구나, 그 의미를 이제야 몸으로 느끼겠네요.


 
 


바깥나들이

차를 타고 동네 나들이 간 대박이 부부, 바깥 세상이 신기한가 봅니다.




겨우 한 달 정든 우리가 그런데 울 엄마는 어떻겠습니까? 태어나자마자 집에서 10년을 그렇게 자식처럼 키웠는데.. 또 그렇게 대박이가 사라진게 엄마탓이 크니 그 자책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죠.한동안 우울증이 심해지더니 치매와 겹쳐 엄마를 볼 때 한 번씩 겁이 덜컹 나기도 하더군요.  저러다 큰 일 나는 거 아닌가 싶어서요. 다행히 요즘은 안정을 많이 찾았습니다.






이제 포기할 때도 되었는데 울 남편 오늘 아침도 기도하면서 대박이 속히 집으로 돌아오게 해달라고 하네요. 빨리 돌아왔으면 ..그리고 예전처럼 사랑해달라고 드러누워 애교도 부리고, 안아달라고 간절하게 절 바라봐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더 잘해주지 못한 것이 못내 미안하기도 합니다.







대박아 돌아와줘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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