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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활동 다녀온 아이,어땠냐고 꼬치꼬치 캐물었더니

알콩달콩우리가족

by 우리밀맘마 2011. 8. 12.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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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만 되면 아이들이 서로 정보를 교환하며 열심히 찾아 애쓰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봉사활동이죠. 어디 가면 잘 받아준다더라, 어디는 좀 편하더라, 거긴 너무 더워서 패스 등 전화기를 붙들고 열심히 통화하며 자신들의 경험담을 주고 받습니다.

봉사활동 시간 채우기. 방학마다 벌어지는 진풍경이죠. 학교 다닐 때 공부만 하지 말고, 사회봉사도 해야 한다는 교육적인 취지는 좋은데, 그것을 시행하는 방식은 거의 관료적인 행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래서인지 인터넷 뒤져보면 이거 없애야 된다는 목소리가 더 많더군요.


울 아이들, 이번 여름방학에도 봉사활동 시간 채우기 미션에 돌입했습니다. 막내는 초등학생이라 그게 뭐꼬 하는 표정이고, 다른 애들은 이제 방학이 가기 전에 해야한다며 바쁘게 움직입니다. 제일 여유 있는 것은 울 큰 딸. 역시 학교생활 오래 한 노하우가 있는지 이미 봉사활동 시간을 다 채워놓았습니다. 학교 다니는 틈틈히 놀토나 휴일에 복지시설에서 청소도 하고, 주방일도 돕고 했다네요. 그래서 아주 느긋합니다.

둘째는 친구들과 여기 저기 우르르 몰려다니기 바쁩니다. 주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공략하네요. 이곳도 봉사활동으로 인정해주는 곳도 있고, 없는 곳도 있어서 잘 골라야 합니다. 일단 가면 청소와 잡일을 하지만, 에어콘이 있어서 시원하고, 때마다 간식이 나와서 좋답니다. 열심히 인터넷으로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검색하고, 또 전화하며 약속 잡더니 드뎌 시간을 다 채웠다고 합니다.

이제 셋째 이번에 중학교에 들어간 아들입니다. 첨 해보는 일이지만 이미 누나들로부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터라 울 아들도 그렇게 어려움 없이 봉사할 곳을 정했습니다. 가까이에 있는 시립도서관에서 하기로 했다는군요. 이틀 동안 아침에 도서관 가서 오후에 돌아옵니다. 무슨 일 했냐고 물어보니, 청소도 하고, 책도 나르고, 책꽂이 책 정렬도 하고 그랬다네요. 힘들지 않았냐고 하니, 책이 그렇게 무거운 줄 첨 알았답니다. 그래도 재밌었다며 아주 흐뭇해합니다.

울 아이들 의무감에 봉사활동을 하지만 저는 아이들이 활동하고 돌아온 후에 몇 가지를 묻습니다. 첫째는 네가 그 일을 할 때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도록 했느냐? 짜증을 부리거나 건성건성 하며 시간을 때우려고 한 것은 아닌가? 그 일을 해보니 그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무엇인 힘들었고, 보람된 것은 무엇이냐? 등을 좀 꼬치꼬치 묻는 편입니다. 그런데 울 아이들 엄마와 아빠랑 이런 일로 대화하는걸 재밌어 한답니다.






올해는 울 아이들 그래도 아주 수월하게 봉사활동 시간을 채웠네요. 그런데 봉사활동 시간 채우기. 사실 봉사활동 해야겠다는 마음보다는 이거 안하면 내신과 대학가는데 지장이 있어서 할 수 없이 어쩔수 없이 해야겠다는 생각에 하다보니 건성으로 하는 경우가 많구요. 그리고 우리 사회에 아이들이 봉사활동 할 수 있는 곳이 마땅치 않다는 것도 문제구요. 그러다보니 아이들에게 봉사심을 키워주는 것이 아니라 또다른 교과목으로 자리 잡은 형태입니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하지도 않은 봉사활동을 했다고 거짓으로 조작하기도 하고, 어떤 경우는 봉사활동을 돈 주고 대신 시키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어떻게 해야 봉사활동이 제 취지에 맞게 그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딱히 산뜻하게 떠오르는 생각이 없습니다. 왜냐면 이것도 대학진학에 필요한 일에 걸려있기 때문이죠. 우리나라에서 제일 힘센 종교가 대학교이기 때문에 여기에만 걸리면 거의 이성적인 행동이 안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더 안타까운 것은 아이들은 내신과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봉사활동을 기를 쓰고 하려고 하지만 실제 우리네 대학들 아이들의 봉사활동을 중요하게 생각할까요? 그런 의식도 갖춰지지 않았는데 아이들만 무거운 짐을 지운 것은 아닌지..그렇다고 이 마저도 안하면 아이들 봉사와는 정말 빠이빠이할 것 같구요...참 답답합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아이들의 봉사활동 시간채우기는 폐지하고, 대신 학교 동아리나 또는 종교단체, 기타 봉사활동을 하는 단체, 또는 개인적으로라도 2년이상 장기적으로 봉사활동을 한 아이들에게 한해서 가산점을 주는 것은 어떨까요? 요즘은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하는 학교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하던데, 단지 봉사활동시간을 채워 점수화되는 것보다 어디서 어떤 일을 얼마동안 그 봉사활동을 했는지를 프로필에 기록하도록 하는 것이죠.

그리고 아이들에게 봉사시간 채우도록 강제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대학이나 기업 그리고 국가기관에서 봉사활동 하는 이들을 점수 조금 더 받는 이들보다 더 소중하게 여기고 이들을 우대하는 풍토가 조성된다면 우리 사회가 좀 더 남을 배려하고 희생하며 사랑하는 사회로 발돋움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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