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정말 오랜만에 남편과 영화를 보러갔습니다. 황정민이 주연한 모비딕이란 영화입니다. 이 영화의 광고를 보며 나름 기대하고 있었거든요. 예고편 대사 중에 "니들이 원하는 세상이 올 것 같아?" 라는 부분이 있었는데, 주인공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정말 궁금했습니다. 그리고 저나 남편 둘 다 황정민이란 배우를 참 좋아합니다. 그의 프로정신과 캐릭터의 변화.. 이번엔 어떤 인물로 변신을 꾀할지 넘 궁금하고 기대가 되더라구요.
영화는 아쉽게도 제가 좋아하는 장르는 아니었습니다. 이건 울 남편 스타일이네요. ㅎㅎ 완전 울 남편을 위해 만든 영화 같았습니다. 시대적인 배경도 그렇고, 다루는 주요한 사건 역시 그렇고, 울 남편도 옛날에 기자생활 쪼금 했기 때문에 주인공의 직업에 대한 것도 그렇고..역시 지금은 지나가는 486이지만 한 땐 386의 정점에 선 역사를 살았기에 공감하는 부분이 엄청난 것 같았습니다. 영화를 보다 남편의 얼굴을 보니 ㅎㅎ 완전 몰입해있더군요.
배우 김상호씨의 모비딕 인터뷰장면
저는 이 영화를 보면 주연을 맡은 황정민 보다도 김상호라는 조연의 연기에 마음이 더 끌리더군요. 사실 이 분 성함이 김상호라는 것도 이번 영화를 보며 알았습니다. 영화가 마치고 자막이 나올 때 이분 연기에 끌려 성함이 어떻게 되는지 유심히 봤거든요. 영화나 드라마에서 정말 약방의 감초처럼 많이 나오는 분인데, 어떻게 그 모든 역을 자연스럽게 다 소화하시는지, 이번에도 착하고 예의바르지만 한 번 물면 놓지 않는 불독 기자로 어찜 그리 연기를 잘하시는지..그 분 장례치르는 장면에 저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지더군요.
그림자 정부, 정부 위의 정부.. 권력을 잡으면 기껏해야 4-5년이지만 그 막후를 지배하면 영원히 지배자로 살아갈 수 있다는 욕망을 지닌 무리들.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고, 또 자신들의 권력을 위해서는 어떤 일도 서슴치 않는 그런 무리들이 우리 사회에 있을 것 같은 그런 생각이 많이 들더군요. 영화를 보니 자연스럽게 김현희의 칼기 폭파 사건이 떠오르고, 내가 알고 있는 사실 중 과연 진실은 어느 정도일까 그런 고민이 들더군요.
그래도 기자 생활 좀 했다는 남편에게 물었습니다.
"여보, 신문에 보도되는 내용 중 진실은 어느 정돈가요?"
그러자 울 남편 이렇게 말하네요.
"영화에 나오는 저런 기자들이 우리나라에 얼마나 될까? 솔직히 내가 기자 생활할 때 저런 기자 한 사람도 보질 못했다. 그래도 저런 사람들이 있었기에 신문사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겠지만, 신문사에서도 가장 골치 아픈 존재가 저런 사람이지. 어쩌면 대형신문사일수록 저런 의협심과 기자정신으로 뭉친 사람들 덕을 많이 보고 그 때문에 인지도를 높였지만, 때가 되면 다 퇴출시켜버리는 잔인한 동네이기도 해. 진실이 어느 정도냐구? 일단 이런 사실이 있었다는 정도 외에는 다 기자 맘이고, 편집장 마음이란 것만 알면 될거야. 요즘은 일어나지 않은 것도 일어났다고 하는 정도니 신문에서 진실을 기대하는 것은 ... 글세~~ 그래서 난 관심 있는 사건은 여러 신문들과 인터넷에 떠도는 카더라는 소문까지 다 섭렵해서 나름대로 재구성을 해보지만 그래도 제대로된 진실을 알았다고 할 순 없을거야."
황정민,김민희,박인재 감독, 진구, 김상호
그런데, 영화를 보는 내내 제 머리속을 맴도는 의문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천안함 침몰사건입니다. 정부에서는 북한의 잠수함에 의한 소행이라고 발표했었고, 저도 그러려니 했습니다. 그런데 영화를 보다 보니 이 영화에서 사실을 조작하는 수법과 천안함 침몰이 너무 일치하더군요. 먼저 사건이 일어난 시기가 선거가 막바지에 이를 즈음이라는 것과 정부로서는 뭔가 국면을 전환해야 할 그런 사회적 분위기였다는 것이죠, 그리고 사건이 일어난 후 국방부의 발표가 너무 뒤죽박죽이고, 지금까지도 사실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가슴 후련하게 밝혀진 진실은 없는 듯 보입니다.
전 그래도 정부가 발표한 것이니 그게 가장 정확한 내용일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영화를 보니 혹시나 싶은 그런 의문이 드네요. 특히 영화에서 핵을 얻기 위해 민간 항공기 한 대 폭파시키는 것을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결정하는 모습을 보고 정말 섬뜩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정말 저런 사람들이 있을까?
당신이 믿는 모든 것은 조작되었다. 정말 그런가요?
하여간 영화를 보고 마음이 이렇게 혼란스럽기는 첨입니다. 영화는 개인적으로 정말 재밌었습니다. 한 순간도 긴장을 늦추지 못하게 하더군요. 뭐 이 영화와 대적할만한 특별한 영화도 없기에 재밌는 영화를 갈망한 분들에겐 가뭄의 단비같은 그런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제 생각엔 대박이 날 것 같은데..대박 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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