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직장을 다니다 보니 남편과 데이트 하는 시간을 갖기가 넘 힘드네요. 옛날에는 남편이 바빠 잘 못하다가 지금은 제가 바빠 잘 못합니다. 세상사 돌고 돈다고 하더니 우리가 그렇네요.
그런데 어제 데이트 잘 하다가 막판에 엉망이 되어 버렸습니다. 아니 오늘만 그런 것이 아니고 요즘 남편과 같이 있으면 막판에 꼭 싸우게 됩니다. 속이 많이 상하데요. 집에 돌아와서 둘 다 시큰둥한 표정으로 분위기가 살벌하니 아이들도 우리 눈치를 봅니다.
무슨 일로 싸웠는지 궁금하시죠? 식사를 하다가 울 남편 제게 할 말이 있다네요. 무슨 말인지 해보라고 하니 요즘 제가 너무 고함을 자주 지른다는 것입니다. 별거 아닌데도 막 성질내고, 고함치고 그래서 무섭다는 거죠. 기가 죽어서 자기가 힘드니 좀 봐달라는 것입니다. 남편의 말을 듣고 보니 제가 요즘 신경이 좀 날카롭긴 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제가 남편에게 그렇게 소리를 지를 때는 셋 중 하나입니다. 남편이 어거지(억지)를 부릴 때와 거짓말로 은근슬쩍 넘어가려고 잔머리 굴릴 때, 약속해놓고 약속을 지키지 않을 때입니다. 은근히 화가 나더군요. 그래서 나도 화를 내고 싶지 않은데 자꾸 당신이 화 나게 만드니까 당신이 먼저 좀 자중해주면 좋겠다 그랬죠. 여기서 실갱이가 붙어 좀 따지다보니 둘 다 기분이 팍 상해버린 것이죠. 그러다가 울 남편 결코 해서는 안될 말을 했습니다. 그 말 듣고 보니 눈에서 눈물이 콱 쏟아지네요. 울 남편 농담이라고 했지만 이상하게 그게 농담으로 들리지 않았습니다. 뭐라고 했냐고요?
"담에 연애할 기회가 될 때는 소리지르지 않는 여자랑 사귈거야. 소리 지르는 여자 싫어"
그 말 듣자 밸이 꼴리면서 화가 북받쳐올랐습니다. 그래서 살짝 비아냥거려주었습니다.
"그런 여자가 어디 있대? 그리고 그런 여자가 당신을 좋아한대?"
저의 그 말에 이미 마음이 삐뚤어질대로 삐뚤어진 울 남편 대놓고 그러네요.
"이미 두어명 봐뒀다. 걱정 안해도 된다"
헉~ 벌써 봐둔 여자가 있다고? 그 여자 누구야?
우린 그렇게 밥 먹다 말고 대판 싸우고 집으로 돌아온 것입니다.
울 부부 오랜만에 분위기 좋은 곳에서 식사하다 대판 싸웠습니다.
아이들도 다 집에 들어오고, 울 남편 제게 점수 딸려고 하는지 부엌에서 요리도 다하네요. 전 짐짓 아픈척 하며 자리에 누워 있었구요. 아들과 남편 속닥이며 저녁을 채비하는 모습 괜시리 배아픈 거 있죠? 그래서 아들을 불러 일렀습니다.
윗트 넘치는 말로 엄마의 마음을 달래주는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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