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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뺌하는 남편,붙들고 늘어지는 아내의 한판 대결

알콩달콩우리가족

by 우리밀맘마 2011. 6. 1.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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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싸움의 기술, 부부싸움의 이유, 내가 참지 못하고 싸우게 되는 울 남편의 태도들


<부부싸움엔 이유가 있다>


요즘 울 남편과 자꾸 티격태격 싸움이 좀 많아지는 것을 느낍니다. 일단 제가 목소리가 높아지고, 살짝 넘어가주는 센스를 발휘하지 않고 불독처럼 물고 늘어지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죠. 요즘 제 성격이 원래 이랬는가 싶기도 하고.. ㅎㅎ 이렇게 안 맞는 우리 부부 어떻게 20년을 잘 지내왔는지 새삼 신기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지난 번에 울 남편 제게 고함치는 여자랑 살기 싫다고 했다가 아주 큰 싸움으로 번질뻔한 것을 울 아들의 기지 넘치는 말로 넘어간 일이 있습니다. 혹 모르시면 아래 글을 읽어주세요. 

- 부부싸움 하다 아들의 한 마디에 완전 쓰러진 사연


사실 저도 고함치기 싫거든요. 고함치고 나면 내가 왜 그랬을까 후회가 되기도 하구요. 당하는 남편도 화가 나지만 저도 기분이 좋은 건 아니랍니다.

그런데 제가 언제 그렇게 화를 내는가 제 자신을 좀 살펴보았습니다. 화가나는 포인트가 있더군요. 저는 일단 울 남편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우기거나, 구렁이 담넘어가듯이 슬며시 문제를 무마하려고 할 때, 여지없이 고함이 나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상하게 어떻게 이런 상황이 되면 저는 대충 넘어가질 못하네요. 성격 탓인지..요즘은 남성 호르몬이 슬슬 더 많이 분비되어서 그런지 이전보다 참는 비율이 더 적어진 것 같습니다. 하여간 원인을 알았으니 이런 상황에서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한 호흡 늘여서 반응하려고 진짜 무진장 노력 중입니다.




 
 



어제 저녁 제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저녁 늦게 회의가 있다고 하네요. 그래서 남편에게 차 좀 태워달라고 부탁하는데, 회의 장소가 "거기"냐고 물어보네요. 이전에 회식한 식당이 있었는데 아마 남편은 그곳에서 회의하나 보다 그렇게 생각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가 "아니요, 어린이집에서 해요"라고 분명하고 또록하게 대답했답니다. 저녁이 되어 집을 나서는 남편, 이상하게 어린이집 반대쪽으로 가는 겁니다.

"여보! 지금 어딜 가는 거예요?"

"지난 번 거기서 회의한다며?"

헉, 순간 뚜껑이 열리려고 합니다. 이 양반 제 말을 또 잘못 알아들은 것입니다. 순간적으로 최대한 자제하면서 남편에게 말했죠?

"아까 제가 분명히 어린이집에서 한다고 말씀드렸잖아요?"

그러자 남편, 무슨 말 하냐는 표정으로

"아까 거기서 회의한다며? 난 그 식당인 줄 알았지"

그래서 제가 아까 통화내용을 다시 정확하게 리바이벌 해주었습니다.

"여보, 당신이 오늘 회의 거기서 하냐고 해서 제가 아니요, 어린이집 이라고 분명히 말했잖아요. 이상하게 왜 제 말은 그렇게 잘 까먹으세요? 어제도 냉장고에 생닭가슴살은 냉장고에 냉동은 냉장실에 넣어달라고 했는데 몽땅 냉동실에 넣어두고.. 왜 그러세요?"


"어제 그거야 혼동이 되서 그런거지. 오늘도 내가 잘못 들은 거야? 이상하다. 왜 난 당신 말만 제대로 알아듣질 못하는 거지? 그것도 참 신기하네."


울 남편 표정을 보니 언짢아 하는 표정이 역력합니다. 저도 이미 말 소리에 짜증이 섞여 있구요. 그렇게 우리는 아무 말 않고 갔습니다.


부부싸움_사자

사자의 부부싸움,우리 부부도 저렇게 살벌할까요?


 
오늘 퇴근하고 보니 남편이 있네요. 보일러가 고장이 나서 수리공을 불렀는데 방금 수리를 마쳤다고 합니다. 이거 주인에게 청구해야하겠는데 순순히 주실 지 또 고민이 되네요. 그리고 저녁을 먹으며 남편에게 물었습니다.

"오늘 점심은 어떻게 드셨어요?"

"오늘은 사무실에서 라면 끓여 먹었지. 라면에 만두 넣고 파랑 양파랑 갖가지 채소넣고 그렇게 맛있게 먹었지."

"왜 라면 드세요? 몸에도 안좋은데, 집에 오셔서 밥 차려 드시면 될텐데, 밥통에 밥도 해놨구요."

제가 걱정이 되서 그렇게 말했더니 울 남편 아침은 밥을 먹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밥통의 밥은 그대로고, 또 아까 이야기 중에 아침은 식탁에 있는 떡 두덩이로 떼웠다고 했거든요.

"밥통에 밥이 그대론데 무슨 밥을 드셨다고 그래요?"

"냉장고에 있는 얼려논 밥 있잖아 그거 녹여서 국에 밥말아 먹었어"

"점심은 라면 드셨다면서요, 라면에 밥말아 드신 거예요?"

"아니 아침 식사로 먹은 거라니까?"

"아침은 떡으로 떼웠다면서요."

"아니 떡도 먹고, 밥도 먹었어. 걱정하지마.."

울 남편 귀찮다는 듯이 그리고 별거 아닌 걸로 이제 그만하자는 표정이 역력합니다. 여기서 그만 둬야되는데..그만둬야 되는 줄 알면서도 저의 추궁은 끊이질 않습니다. 제가 다시 다그쳐 물으려고 하니 그 옆에 있는 울 이삐가 한 마디 합니다.

부부싸움_화해_사자

사자도 화해할 줄 아는가 봅니다.




"엄마는 그냥 아빠가 밥 먹었다면 그런 줄 알면 되지. 아빠도 좀 엄마가 믿을 수 있도록 정직하게 대답하세요. 아빠가 자꾸 그러니까 엄마가 더 그러는 거 아네요."

울 이삐 아니었음 아마 저는 좀 더 물고 늘어지고, 귀찮은 울 남편은 그만하자며 고함질렀을 것입니다. 이삐야 고마워~ 이삐가 제 맘을 잘 알아주네요. ㅎㅎ

"이삐야, 엄마는 정직한 거 좋아하잖아. 아빠가 자꾸 저렇게 구렁이 담넘어가듯이 슬며시 발뺌하는 거 정말 싫다. 했으면 했고, 안했으면 안했고, 좀 정직하면 엄마도 그냥 그만둘텐데.."

그러자 울 이삐 믿기 힘들다는 표정으로 제게 묻습니다.

"정직한 걸 좋아하신다구요? 정말~~~정말 정직하게 말하면 다 이해해 주는 거야?"

"그럼 엄마는 정직한 걸 좋아해. 진짜야."
 
그런데 이삐의 그 말 듣고 나니 좀 심통이 나네요. 이 녀석 날 어떻게 보고.. 그래서 한 마디 했죠.

"너 학교 갔다 와서 숙제부터 했니?"

그러자 울 이삐 아주 장난스런 목소리로 대답합니다.

"울 어머니는 정직한 걸 좋아하시니까 정직하게 대답해드리죠. 안 했습니다."

그러면서 제 방으로 쏙 도망가 버립니다. 그런 그 녀석의 뒤통수에 대고 바로 잔소리 공격을 하려고 했는데, 방금 제가 했던 말이 생각나네요. 정직하게 말하면 이해해준다고요.

헐~ 턱밑에까지 올라온 잔소리 .. 침 한 번 삼키며 저 밑으로 내려보냈습니다. 에구 한 마디 해야되는데 안하고 삼킬려니 힘드네요. ㅎㅎ 이해한다고 했지 잔소리 안한다고는 안했는데.. 그래서 울 남편 자꾸 발뺌하는건가 ㅎㅎ

그래도 여보~ 제가 사랑하는 거 알죠? 삐치지 마세요. 지난 번엔 제가 먼저 사과했잖아요. 사랑해요~~~





 
 

*이글은 2014.1.26.10:44pm에 수정update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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