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아이들 열공 모드입니다. 지금 중간고사 기간이거든요. 셋째 뚱이가 제일 먼저 시험을 마쳤고, 어제 희야가 마쳤고, 오늘부터는 울 우가가 시험입니다.울 남편 아이들 시험 잘 치자려 피자와 통닭, 훈제 오리까지 아낌 없이 쏩니다.
그저께 밤이었습니다. 울 남편 늦게 퇴근해서는 옷도 갈아입지 못한채 울 희야에게 붙잡혔습니다. 내일이 영어 시험인데 아빠에게 물어볼 것이 있다며 붙잡고 놓아주질 않네요. 희야는 우리집 식당 탁자를 전세 놓고 거기서 공부합니다. 둘이 공부하는 소리가 제 방까지 들리네요. 그런데 한참 영어를 가르쳐 주던 아빠 갑자기 껄껄거리며 웃습니다. 그 웃음에 희야의 애교띤 말이 섞여 나옵니다.
"아니야, 이건 내가 아니라니까, 뚱이야, 이거 뚱이보고 하는 거야. 봐 엄마와 아들 이야기잖아"
잉? 순간 엄마라는 말에 움찔, 계속 누워있지만 못하겠더군요. 슬며서 열공하는 부녀 사이로 쓰윽 다가섰습니다. 그리고 뭔데 그러냐고 물어봤지요. 갑자기 나타난 저의 모습에 두 사람 움찔하더니 책을 보여줍니다. 보니 엄마와 아들이 영어로 대화하는 내용이 보입니다. 울 남편 절 위해서 친절히 해석해주기까지 하네요. 울 남편 영어실력이 이 정도인줄 몰랐습니다. 근대 왜 외국인 만나면 한 마디도 제대로 못하는 걸까요? ㅎㅎ
책 내용을 보니 엄마와 아들이 이런 대화를 합니다.
저녁 먹으러 오라는 말에 아들은 건성으로 대답만하고 내려오질 않습니다. 엄마가 아들 방에 가보니 게임을 하고 있네요. 이 장면에서 두 모자가 말다툼을 합니다. 엄마는 아무래도 네가 게임에 중독되어 있는 것 같아 걱정이 된다. 내 생각에는 이렇게 집안에 틀어박혀 게임하는 것보다는 밖에서 친구들이랑 스포츠하는 것이 훨씬 좋겠다고 말합니다. 아들은 그런 엄마에게 전 게임에 중독된 것이 아니라 지금 제 또래의 아이들은 대부분 이렇게 하고 있다고 항변합니다. 그렇게 이야기하는 중에 아들의 핸드폰은 쉴세 없이 문자가 왔다는 표시를 하고, 아들은 엄마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한 채 문자질하기 바쁩니다. 아들에게 엄마는 네가 길갈 때에도 문자질을 하다 전봇대에 머리를 박아 다치기도 하고, 이렇게 컴퓨터 게임하다 식사도 거르는 정도가 아니냐? 이건 건강에도 좋지 않다고 또 지적하고, 아들은 엄마 말대로 나가서 놀려고 해도 놀 아이가 없으며,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아이들에게 왕따 당한다고 대답합니다.
이런 내용으로 모자가 옥신각신 하는 내용이 실려있네요. 책을 읽다보니 완전 우리 집 이야기입니다. 단지 문자질하다 다치는 수준은 아니라는 것만 차이가 나네요. 그리고 지난 겨울 방학 때 제가 울 아들에게 한 말이 정말 그대로 적혀 있습니다. 제발 방에서 게임만 하지 말고 나가서 놀아라, 울 아들은 놀 아이가 없어요. 아이들 만나려면 게임방가야 하는데, 거기서 게임하는 것보다 집에서 하는 것이 더 좋아요 하며 방학 내내 실갱이를 벌였거든요.
"엄마, 엄마도 읽어보니까 이거 뚱이 이야기 맞지?"
ㅎㅎ 제가 보기에 울 희야보다는 뚱이가 더 해당사항이 많긴 하지만 둘 다 비슷한 처지입니다. 누구 편들 수 있는 내용이 아이더군요. 울 남편은 너도 동생과 다를 것이 없다면 몰아붙이구요. 이러다가는 아빠와 딸이 공부하다 싸우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제가 한 마디로 두 부녀의 다툼을 잠재웠습니다.
"공부하세요 공부, 지금 그거 따지고 있을 시간입니까?"
ㅋㅋ 두 부녀 잔말 않고 다시 공부하더군요. 그런데 정말 신기합니다. 그 영어 교과서에 있는 내용 어떻게 저와 우리 아들의 대화내용을 그대로 적어놨을까요? 우리집에 와보지 않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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