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한주에 한번정도는 친정엄마를 만나고 있지만, 허리가 많이 아팠던 몇달은 한달에 한번정도도 찾아보지 못했지요. 그래서인지 부쩍 엄마의 치매가 눈에 띄게 나빠진 것 같았습니다. 금방한 말을 잊어버리고 반복하는 것은 예사이구요. 엄마가 평소에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들을 어디에 둔지를 모르시구요. 하루는 이런 일도 있었네요.
"어! 엄마 냉장고 얼마 주고 샀어요."
"중고가게에서 샀는데, 천오백만원을 주고 샀다."
" 하하하 엄마, 중고인데 왜 천오백만원이예요. 십오만원아니예요?"
"아니다. 천오백만원이 맞아. 천오백만원 주고 샀다니까."
"엄마 천오백만원이 있기는 해요?"
"아니."
"그럼 어떻게 천오백만원을 주고 사요?"
"그래? 그럼 내가 얼마주고 샀는데?"
"그거야. 나도 모르죠."
그리고 어느날은 식당에서 엄마가 밥값을 냈습니다. 밥값을 내고 돌아오니 엄마는 또 돈을 꺼내시는 것이였어요.
"자, 밥값내라."
"엄마, 조금전에 돈 줘서 냈잖아요."
"그래? 내가 돈을 줬어?"
요즘은 대화를 하면 반이상은 틀린말을 하시지요. 제가 아는 내용은 틀린말인지 알지만, 모르는 내용은 맞는말인지 아닌지 알수가 없답니다. 그리고 상대방의 말이 무슨뜻인지, 그전에 알던 단어도 무슨뜻인지 잊어버리더군요. 며칠전에는 또 그러시네요.
"맘마야, 작은오빠가 내게 빌린돈을 갚아주었는데, 돈이 하나도 없어. 어디갔는지 돈이 하나도 없어."
그리고, 치매약을 잘 드셔야 될텐데, 약이 계속 밀려서 한달치가 넘게 남아 있답니다.
"엄마, 약을 잘 드셔야 되요. 그래야 건강하게 사시죠."
"약은 꼭 챙겨먹는다. 한번도 빼먹지 않았어."
"그럼 왜 약이 이렇게 많이 남아있어요?"
"나도 몰라."
누구라도 곁에 있어야 하는데, 그리 혼자 계시니 맘이 놓이지가 않습니다. 약이라도 챙겨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으련만. 고민한 끝에 장기노인요양보험을 한번 신청해 보기로 했습니다. 엄마는 낯선사람이 싫다고 하지만, 매일 4시간이라도 힘든일도 도와드리고, 말벗도 되어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생기네요. 그래서 지금처럼만 건강하셔서, 아니 지금보다는 더 건강해지셔서 엄마가 원하는대로 사실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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