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후 첫 부부싸움, 칼로 물베기라는 부부싸움, 우리 부부의 첫부부싸움 이유는 '초반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려는 데서 시작하였다.
부부싸움 한 부부 둘다 가출하다
날씨가 엄청 더워졌습니다. 그런데 밤이 되면 기온이 뚝 떨어져서 으슬으슬 춥기까지 하네요. 남편이 밤에 잘 땐 속옷바람으로 자더니, 한 밤 중에 갑자기 일어나서는 주섬주섬 잠옷을 겹쳐 입습니다. 왜그러냐고 하니 목이 칼칼하니 아무래도 감기가 오는 것 같다며 보일러까지 트네요. 그러면서 당신은 괜찮냐며 살며시 제 이마에 손을 올려줍니다. ㅎㅎ 닭살이죠?
그런데 우리 부부 지금도 한 번씩 싸우고 삐치고 다시 화해하고, 그래서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라고 하지만 신혼 초엔 정말 무서울 정도로 싸웠습니다. 저는 사실 잘 모르겠는데, 울 남편은 그 때 정말 무서웠다고 하더군요. 오늘은 우리 부부 결혼 후 첫 부부싸움한 이야길 하려고 합니다.
결혼 후 우리 부부 경기도 부천에서 신혼살림을 꾸렸습니다. 사실 남편이 대학원 석사과정을 밟고 있었기에 온전한 직장 생활을 하지 못하고, 그저 우리 부부 끼니나 연명할 정도의 그런 알바 형태의 직장 생활을 병행했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 때 어떻게 살았나 싶고, 무얼 믿고 그렇게 결혼했을까 정말 무모함의 극치를 이룬 그런 생활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린 정말 사랑했고, 그렇기에 그 어려움을 나름 잘 이겨내며 살아갈 수 있었습니다. 깨소금 냄새가 진동할 정도로 그렇게 행복한 시간이 지나가는데, 누군가가 그러더군요, 삼개월이 고비라구요. 정말 삼개월이 지나면서 우리 부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된 동기가 우리 둘 모두에게 동시에 찾아온 듯합니다.
먼저 남편이 조금씩 달라지더군요. 뭔가 권위적이 되고 있다고 할까요? 이전에는 싸근하게 대답하던 사람이 갑자기 명령조로 이야기하기 시작합니다. 뜻대로 안되면 고함도 치구요. 그런데 그만 그런 것이 아니라 저도 그때부터 상냥하게 대답해도 될 것을 신경질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그 땐 몰랐는데 우린 어느 새 "기 싸움"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남편은 선배들의 영향을 받았다더군요. 지금 잡아야 한다. 안그럼 영원히 헤어나올 수 없다. 우릴 봐라. 이게 사람 사는거냐? 너는 그래서는 안된다, 뭐 이런 식으로 아내를 잡아야 만수무강한다는 이야기를 계속해서 듣다 보니, 저에게 권위적으로 바뀌게 된 것이죠. 저 또한 친정집 식구들이 지금 남편 잡아야 앞으로 바람 안피고 애처가가 된다며 계속 걱정하시는 통에 어느 새 저도 방어적이 되어서 남편의 그런 작은 변화가 아주 크게 보였던 것입니다.
우리 부부는 그렇게 살짝 틈이 벌어지면서 팽팽한 긴장감을 높이고 있었습니다.
강춘님의 블로그에서 슬쩍 가져왔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꿰맨 자국이 더 아름다울 수 있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전운이 감돌던 우리 부부 드뎌 전쟁이 일어나고야 말았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아주 사소한 것이었습니다. 누가 그러더군요. 세계 평화와 우리 민족의 통일을 위해 부부싸움하지는 않는다구요. 우리도 그랬습니다. 지금은 너무 오래된 일이라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았지만, 남편은 제게 나를 너무 무시한다고 고함을 쳤고, 저는 우린 부부라 당신과 평등한데 왜 그러면 안되냐고 맞받아쳤습니다. 몇 번의 고성이 오간 끝에 저는 너무 속상해 눈물을 흘리며 집을 뛰쳐 나왔고, 남편도 저를 따라 집을 나왔습니다. 전 남편이 절 잡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제가 가는 길 반대편으로 가버리더군요.
저는 너무 속이 상해서 훌쩍이며 계속해서 길을 걸었습니다. 12월 겨울 바람이 정말 매섭웠지만 추운지도 잊고 그저 밤거리를 배회했답니다. 한 두어시간쯤 걸었을까요? 결혼 전에는 하늘의 별이라도 따다 줄 듯이 절 사랑하던 남자가 이럴 수가 있나, 어떻게 이 밤거리를 혼자 배회하도록 내버려두는가? 정말 날 사랑하는 게 맞나 싶고, 이런 사람을 믿고 이 낯선 곳으로 결혼해서 온 제가 너무 어리석어 보였구요. 정말 후회가 막 밀려오면서 서럽고 그래서 또 울고.. 이젠 이혼이다.. 이런 생각이 제 마음에 가득찼습니다.
그런데, 좀 느낌이 이상하더군요. 아까부터 누군가 제 뒤를 따르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순간 섬뜩하더군요. 웬 이상한 남자가 계속 절 따라오는 것이 아닙니까? 제가 서면 서고, 가면 다시 가고, 가슴이 콩닥콩닥거리며 너무 무서운 나머지 집을 향해 뛰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그 남자도 절 쫓아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도대체 누굴까 싶어 뒤를 돌아보았더니 그 사람 벌써 제 뒤에 바짝 쫓아와 있네요. 허억~ 너무 놀라 소리를 지를까 하는 찰라..
"그만 뛰어라, 내다 ! 헉헉 .."
휴우 ~ 남편이었습니다. 놀라 제 자리에 서 있는 제게 남편은 다가오며 제 손목을 잡더군요.
" 무슨 여자가 힘도 좋다.."
남편인 것을 확인한 저는 남편의 가슴을 주먹으로 토닥이다, 가슴에 묻혀 엉엉 울고 말았습니다. 남편이 그런 저를 살며시 안아주더군요.
"미안하다, 내가 잘못했다. 다신 안그럴께.. 그만 집에 가자"
그렇게 제게 사과하며 제 어깨에 손을 얹고 절 집으로 이끌었습니다. 집에 오는 내내 한 마디도 안했죠. 그렇게 우리는 집에 돌아왔습니다. 남편 며칠은 제 마음을 풀어주려고 애교도 부리고, 먹을 것도 사다주고, 제 환심을 사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가상하여 저도 마음을 풀었습니다. 그리고 우린 언제 그렇게 싸워느냐는 듯이 예전처럼 닭살 행각을 벌이며 신혼을 이어갔답니다.
누가 그러더라구요. 신혼 때는 단칸방에서 살아야 한다구요. 방이 두개면 이렇게 부부싸움 후에 각방을 쓰게 되고, 그러면 화해하기가 너무 어렵다는 것이죠. 다행히 우린 그 때 반지하 단칸방에서 살았거든요. 참 힘든 시절이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슬며시 미소가 지어지는 아름다운 시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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