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들 뚱이 초등학교 6학년입니다. 6학년이 되더니 키도 부쩍 커졌고, 몽정도 하고, 목소리도 변색이 되더니, 사춘기에 확실하게 접어들었습니다. 누가 그러더군요. 남자애들이 사춘기에 들면 1단계가 문을 "꽝"하고 닫는답니다. 그런데 울 아들은 좀 색다르게 자신의 사춘기를 우리에게 알려주네요. 궁금하시죠? 바로 직접 말로 풀어줍니다. 요즘 공부를 잘 하지 않아서 제가 아들에게 공부 좀 하는 것이 어떻겠니?라고 말하니 사춘기 울 아들
"엄마, 제가 지금 사춘기거든요. 그냥 제가 알아서 하게 내버려두세요."
화~ 이거 사춘기가 뭔 벼슬도 아니구.. 그런 우리 아들을 보면서 누나들이 이구동성으로 뚱이 사춘기 확실하니까 건드리지 마세요, 터집니다. 뭐 그렇게 옆에서 유경험자들이 진단까지 내려주니 사춘기가 확실한가 봅니다.
그제는 제가 아들을 좀 놀렸죠. 우리 뚱이 엄마가 한 번 안아보자. 얼마나 큰지 함 보자. 그러면서 볼에 뽀뽀를 해주었더니, 저를 밀치면서 화를 막냅니다.
"아~ 엄마 좀 그러지 마세요."
한 날은 아침에 아빠 옆에 누워있더군요. 그러자 아빠도 뚱이를 살살 놀립니다. 겨드랑이를 간지르고, 울 아들 얼마나 컸는지 보자며 슬쩍 시비를 거니
"아~ 아빠 좀 그러지 마세요."
그러면서 아주 신경질적으로 반응합니다. 남편 순간 움찍했는지 저보고
"우~ 우리 아들 사춘긴가 봐.. 어쩌면 좋아~"
에휴~ 아들이 사춘기라니 부모가 그걸 알아주고 자중해야 하는데, 우리 부부 도리어 그런 아들이 재밌다며 더 놀려댑니다. ㅎㅎ 아들아, 우린 이미 그 사춘기들을 몇 번 겪어봐서 별로 무섭지 않단다.
그런데, 그저께는 사춘기 아들, 갑자기 학교가 가기 싫다며 딩굴거립니다. 조금 있다가요를 벌써 세 번이나 반복하며, 좀 만 더 있으면 확실히 지각할텐데 그러고도 딩구네요. 그걸 보고 있던 우리 남편, 아들에게 다가가 속삭입니다.
"어이 아들, 뭐 학교 가는게 그리 중요하냐. 그냥 오늘 팍 쉬어라. 공부하기 싫을 땐 그냥 쉬어보는 것도 좋아."
아들 눈을 반짝이며 아빠에게 묻습니다.
"정말 아빠 학교 안가도 돼죠?"
"그럼, 이 아빠는 사실 용기가 없어서 학교를 빼먹는 그런 일을 해보지 못했는데, 우리 아들, 넌 할 수 있어. 용기를 내봐.. "
정말 못말리는 울 남편입니다. 제가 듣다 듣다 기가차서 쓸데 없는 소리 말고 얼른 출근이나 하라고 했더니, 울 남편 계속 아들을 부추깁니다.
"아들, 학교도 걍 쉬어보는 것도 사춘기 초딩이 해볼만한 일이야, 알았지? 화이팅"
아예 제 속을 태우는 것으로 부족해서 완전 염장을 지르고 달아납니다. 제가 미쳐요. 울 아들 어떻게 됐냐구요? 아빠가 나가고 나니 이렇게 말하데요.
"에이, 집에만 있어도 심심할 거 같네. 학교나 가서 놀자~ "
그리곤 주섬주섬 챙기더니 학교에 갑니다. 그렇게 학교에 보내고 집안 일을 대충 정리해놓고는 좀 쉴까 하고 누웠습니다. 아침에 아들때문에 얼마나 애를 썼는지 피곤이 살짝 밀려오네요. 그렇게 눈을 붙이려는 순간, 전화 벨이 울립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울 아들 콜렉트 콜로 전화를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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