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연애 착한 남자의 고백
ㅎㅎ 오늘로써 착한 남자 시리즈 마지막 편입니다. 제목처럼 오늘은 제가 세 번이나 차번린 그 착한 남자의 프로포즈에 넘어가버린 사연을 소개할까 합니다. 그 남자나 저나 참 대단하죠? 짐작하시겠지만 그 착한 남자 지금 저의 남편이랍니다. 글을 쓰다보니 남편에게 좀 미안해지네요. 혹 이전 글을 읽지 못하셨으면 아래 글 제목을 클릭하시면 보실 수 있습니다.
착한 남자를 떠나보낸 후 저는 전과 다름없이 정신없는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겨울을 보내고 봄이 왔을 때 제겐 좀 다른 변화가 있었습니다. 바로 이전에 사귀던 남자랑 헤어진 것이죠. 지금 생각해도 참 힘든 사랑을 했습니다. 그 때문에 제 마음은 너무 힘들었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이렇게 힘들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을 그 때 알았습니다. 그렇게 힘든 시간들을 보내다가 마침내 우린 헤어졌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헤어지고 보니 언제나 제 마음을 편하게 해주었던 그 착한 사람이 떠오르더군요. 저 사람은 최소한 날 이렇게 힘들게 하진 않을거야.. 그렇게 생각이 미치니 보고 싶더라구요. 전화를 해볼까 하다가 제가 한 짓이 있어 차마 그러진 못하고 친구를 통해 그 착한 남자의 근황을 알아보았습니다.
그런데, 친구가 전해준 소식을 그리 좋은 내용이 아니었습니다. 대학원진학을 위해 이전에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시험공부하러 몇 주 후면 서울로 떠난다네요. 그 말을 듣자 말자 저는 그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보험회사에 다니고 있었는데, 저 때문에 착한 남자 보험까지 하나 들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보험금을 납입하지 않고 있어 제가 꽤 오랜동안 대납을 하고 있던 참이었습니다. 서올 올라가기 전에 보험 해지시켜서, 제가 대신 낸 돈은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솔직히 가기 전에 한 번 더 보고 싶은 마음이 더 컸구요. 그래서 전화를 했는데, 이전과는 달리 상당히 퉁명스럽게 전화를 받습니다. 내일 회사로 오겠다고 말하더니 그렇게 전화를 끊어버리네요.
다음 날 약속 시간이 되자 회사에 왔습니다. 각종 서류를 작성하고 마침내 돈을 인출해서 제가 대납한 것을 제한 뒤 드리면서 제가 점심을 사겠다고 했습니다. 근처 충무김밥을 잘하는 집으로 가서 그의 옆자리에 앉아 좀 친절을 떨었습니다. 제가 그렇게 상냥하고 친절하게 대하니 당황스러웠는가 봅니다. 그런데 분명 내가 밥값을 내려고 했는데, 그분이 먼저 밥값을 계산했네요. 정말 미안해서 말을 했지요.
"제가 밥을 사려고 했는데, 어떻하죠. 죄송해서."
"그러면 담에 커피 한잔 사줘."
그렇게 말을 하고 헤어졌습니다. 그런데, 그 담날 전화가 왔더군요. 마치는 시간에 회사 앞으로 오겠다네요. 퇴근 시간이 되자 저는 바로 건물 로비로 내려갔습니다.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는데, 그는 평소와는 많이 다른 모습입니다. 말쑥하게 정장을 했구요, 제가 다가오니 장미꽃 한송이를 건네줍니다.
저녁을 먹으러 가기 전 서면에 있는 서점으로 데리고 가더니 선물이라며 책을 한 권 사줍니다. 그리고 마침내 간 곳은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이었습니다. 그는 이미 예약한 자리에 절 이끌고 가더니 자리를 내어주며, 매너남으로서 손색이 없을 정도로 정성을 다하네요. 살짝 감동~ 미안한 마음도 들구요. 우린 아주 유쾌하게 저녁을 먹었습니다.
식사를 마치자 2차를 가자고 합니다. 그러면서 제 손을 이끌어 택시를 타고 광안리 해수욕장으로 가는 겁니다. 노을이 지는 바닷가, 그는 슈퍼에서 맥주 두 캔과 과자 한 봉지를 사더니 해변에 자리를 잡고는 제게 건배하자고 하네요. 그래서 저는 오빠의 합격을 위하여를 외치며 기분 좋게 건배를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 착한 남자 오늘은 뭔가 단단히 준비를 한 모양입니다. 장비꽃 한 송이에서 선물, 분위기 있는 식사에 낭만적인 바닷가에서의 맥주 한 잔..
우린 해변을 거닐기 시작했습니다. 노사연의 '만남'도 부르고, 정태춘의 '촛불'도 불렀습니다. 제가 좀 추워하는 듯 하자 겉옷을 벗어 제게 입혀주었고, 어느 샌가 우린 손을 잡고 해변을 거닐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노을이 지는 바다를 향해 서더니 제게 이렇게 말합니다.
"내게 약속해줄래? 이제부터 나 말고는 다른 남자의 품에 안기지도 말고 안으려고도 않았으면 좋겠다"
이게 그 착한 남자가 저에게 한 처음이자 마지막 프로포즈였습니다. 여러분 이 대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ㅎㅎ 그 말을 듣고 제가 대답해주었습니다.
"아뇨~"
착한 남자 충격을 받았는지, 눈이 둥그레지며 어쩔 줄을 몰라하더군요.
"오빠, 말로는 무슨 약속을 못하겠어요. 하지만 저는 앞으로 행동으로 보여드릴께요."
울 착한 오빠, 감동의 눈빛으로 절 바라보더니 절 포옹합니다.
"고마워, 사랑해~"
정말 영화의 한 장면 같지 않나요? ㅎㅎ 우린 그 때부터 결혼을 약속하였고, 일년 후 결혼하였답니다. 그가 제게 프로포즈 한 날이 이맘 때구요, 그가 그렇게 프로포즈 한 지 만 18년이 지났네요. 제가 남편에게 프로포즈 하는 날 그렇게 작정하고 나왔냐구요. 그랬더니 남편 하는 말,
"사실 그 날 네가 그렇게 친절하게 대하니 넘 헷갈리더라. 그래서 교회 가서 몇 시간을 기도했다. 솔직히 다음 주 선보기로 했는데 그 여자 진짜 내 맘에 드는 사람이거든. 그런데 네가 그러니 얼마나 헷갈리겠어? 그래서 하나님께 내일 제가 마지막으로 프로포즈 해볼께요, 그녀가 승락하면 다 포기하고 그녀만이 제게 준 사람인 줄 알고 평생 사랑하며 살겠습니다.그랬지. 그런데 네가 승락하더라. 쪼매는 아쉽더라 ㅎㅎ 근대 니는 무슨 맘으로 그랬노?"
우리 남편 옛날의 그 착한 남자가 아닌 것 같습니다. 한 번씩 저를 꼭 이렇게 놀려먹습니다. 그래서 저도 이렇게 복수해주지요.
"응, 솔직히 오빠는 내 하기(내가 갖기는) 좀 그렇고, 남주기는 아까웠는데, 그때는 정말 남 주면 후회할 것 같아서 살짝 찔러봤지. 근대 딸려오더라. 난 살짝 찔러만 봤는데, 술술 끌려오니까 그냥 잡았지."
그러면 아이들에게 큰 소리로 그럽니다.
"봐라, 애들아, 엄마가 아빠한테 먼저 찔렀다는 거 너희들 들었제?"
그러면 울 큰 딸이 그럽니다.
"엄마가 아빠 불쌍해서 구원해준거야. 고맙게 생각해야지? 그렇지 엄마?"
ㅋㅋ 애들은 모두 제 편입니다. 한 번씩 제게 교회의 청년들이 묻습니다. 어떤 사람 고르면 좋으냐구요. 그러면 이렇게 말합니다.
"내 하기는 그렇고 남주기는 쪼매 아까운 사람, 바로 그 사람이 딱이다. 울 남편 봐라. 좀 손해보는 듯이 밑지는 장사 한다는 생각이 드는 그런 사람과 사는 것이 좋더라."
성경에 보니 하나님은 하와를 아담의 돕는 배필로 주셨다고 했습니다. 아담이 좀 모자라니 그 모자라는 것을 채우라는 것이죠. 좀 모자라는 듯한 사람이 바로 천생배필이라고 하시네요. 저도 그런 마음으로 결혼해서 살아보니 그 말씀이 딱입니다. ㅎㅎ
저의 연애이야기는 여기서 그칠께요.
끝까지 읽어주셔서 고맙구요.
행복하시구요, 사랑하며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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