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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성년식날 세가지 선물을 들고찾아온 남자의 추억

사랑과 연애

by 우리밀맘마 2010. 5. 11.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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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그래도 처녀 때는 인기가 상당히 좋았답니다. ㅎㅎ 지금은 오로지 한 사람만 보고 있지만 그 때는 저를 오매불망하는 사람들을 거느리고 살았죠. 그 중의 한 사람은 정말 적극적으로 절 좇아다녔습니다. 어느 정도 정성을 들였느냐 하면, 매일 아침 제가 출근을 하면, 그 시간에 맞춰 제게 전화를 해줍니다. 상냥한 아침인사와 함께 아침을 기분좋게 시작하라고 감미로운 음악을 수화기를 통해 보내주죠.


저녁에 퇴근할 때가 되면 그는 어김없이 제 사무실이 있는 빌딩 앞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제 사무실 주위에 어떤 집이 맛있는지 이미 정탐을 해놓고, 맛있는 저녁을 사주구요, 식사를 마치고 나면 당시 제가 대학입시학원에 다니고 있었는데, 학원까지 바래다 주었습니다. 무거운 짐이 있으면 당연히 들어주고, 그리고 수업이 마치고 나면 또 어김없이 학원 앞에 서서 절 기다리고 있다, 그 늦은 시간에 저를 저의 집까지 데려다 주었답니다.

저랑 같은 교회에 다니는 선배라 매정하게 하지 말라고 하지도 못하고, 또 그에 대해 호감도 있었기에 첨엔 좀 말리다가 저러다 지치겠지 생각하고 그냥 두었답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제 주위에서 맴돌다가 제가 그리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그냥 알아서 떠나갔는데, 어찌된 것이 이 사람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열정적인 것 있죠.

스토커는 아니구요. 스토커는 상대를 상당히 귀찮게 하고, 힘들게 하잖아요? 저에게 집착하는 것은 스토커 수준인데, 대하는 태도는 너무 정중하고, 또 친절하고 또 절 많이 배려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제가 어떤 문제로 고민한다고 하면 관계된 책을 사주고, 힘들어 한다고 하면 기도해주고, 제가 그분의 친절이 부담스럽다고 하면 살짜기 거리를 두어주는 센스까지.. 넘 착하죠? 그런데요, 이상하게 그렇게 착한 사람, 좋은 사람인데도 왜 그리 제 마음을 사로잡지 못할까요?


하루는 아침에 전화가 왔습니다. 저녁에 선물을 줄테니 기다리라구요. 바로 저의 성년식 날이었거든요. 그리고 전 사실 약속이 있었고, 그래서 기다리지 말라고 했지요.  그리고 저녁이 되니 비까지 부슬거리며 내리더군요. 설마 이렇게 비까지 오는데, 오래 기다릴까? 그런 생각도 들구요. 전 그렇게 아무 생각없이 친구들이랑 식사하고, 그 날은 수업도 없는 날이라 집에 들어가 쉬고 있었답니다.


 
 


그런데 밤 10시쯤 되었을까요? 갑자기 저희 집 초인종이 울리는 겁니다.

"딩동딩동"

늦은 밤에 손님올 일도 없는데, 제 큰 언니가 누구냐고 물었습니다.

"거기 000님 계시죠? 전해드릴 물건이 있는데, 좀 뵐 수 없을까요?"

제 언니가 놀라서 대문 밖을 보았습니다. 저희 집이 2층이라 현관을 나서면 아래층이 보이거든요. 그런데 웬 젊은 사람이 우산도 쓰지 않고, 대문 앞에 서 있는 것이 아닙니까? 언니가 그 모습을 보고는 기가 막힌 듯, 저에게 빨리 나가보라고 하네요. 언니에게 떠밀리듯 그렇게 대문으로 나가니, 얼마나 비를 맞았는지 입술이 새파랗게 떨며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제가 나오니, 뒷춤에 감추고 있었던 것을 불쑥 내미네요. 바로 꽃다발이었습니다.

"골목 입구에서 세 시간을 기다렸다. 성인이 된 것을 축하한다"

후아~ 직장 앞에서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으니 저희 집까지 온 것입니다. 그리고 그 비를 맞으며 무려 세 시간동안 절 기다린 것이죠. 순간 좀 미안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거는 선물이다,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네."


하면서 꽃다발과 향수를 건네 주더군요. 그리고 한가지 더 줄 것이 있다고 하면서 갑자기 저에게 다가 오는 것입니다. 순간적으로 살짝 그의 입술이 제 입술에 대였습니다. 습격당하듯 빼앗긴 입술에 화가 났지요. 그래서 반사적으로 뺨을 때렸습니다.  


"차 알 싹~"

오랫동안 기다리고, 선물까지 건네주었지만, 뺨만 맞고,  그는 말 없이 뒤돌아서서 그렇게 멀어져갔습니다. 비가 더 많이 내리더군요. 그런데요, 전 정말 이상해요. 이렇게 정성을 들이는 그의 마음에 그리 감동이 되질 않네요. 흔히 여자는 나쁜 남자에게 끌린다고 하는데, 그 땐 저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그 때의 일이 제 추억에 깊이 맺혀있습니다. 이제 좀 철이 든 것일까요? 그 때 제가 왜 그랬을까요. 사실 미안하긴 했지만 그의 맘을 받아드릴 생각이 전혀 없었거든요. 그리고 이렇게 비가 오는 날이면, 아련히 그 때의 일이 생각이 나고, 그의 사랑과 정성이 살짝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아직도 의문입니다.


"절 그렇게 좋아하는 남자에게 감동하지 못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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