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어제 그 착한 남자의 이야기 후편을 이어가고자 합니다. 사실 이 글을 세 편으로 나누어 적으려고 했구요, 어제 첫번째 이야기를 한 거죠. 솔직히 글을 적을 땐 대박이 나지 않을까 기대도 되었고, 혹 착한남자들의 악플이 이어지면 어쩌나 걱정도 되었습니다. ㅎㅎ 그런데 제가 생각한 그런 일은 일어나질 않아 좀 실망했습니다. 이편을 쓸까 말까 하다가 아직 연애를 잘 못하시는 분들을 위해 그냥 적기로 했습니다. 오늘 제 글은 착한 남자들에게 연애에 대해서 그리고 여성의 심리에 대해서 좀 다른 생각을 가져보심 좋을 것 같다는 마음에서 적어봅니다. 재밌게 읽어주세요.
어제 그 착한 남자는 제게 뺨을 맞고도 언제 맞았냐는 듯이 그저 제 곁에 그렇게 있어주었습니다. 그날의 일이 좀 괘심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지만 우린 언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예전과 다름없이 생활을 하였습니다. 그는 아침이면 제게 전화를 하고, 저녁이면 기다려주고, 밤이면 집에 데려다 주고..남이 보면 완벽한 연인사이인데, 조금만 다가서보면 아무 사이도 아닌 그런 이상한 관계가 계속되었습니다.
그러다, 제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습니다. 그런데요, 이전까지는 별 신경 쓰이지 않던 그의 친절이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니 좀 부담이 되기 시작하더군요. 사귀는 사람에게 눈치도 보이구요. 그래서 제가 사귀는 사람이 생겼다고 말을 하자, 당신이 불편하니 그만 만나자라고 얘기하자고 결심을 했습니다.
그 때가 크리스마스가 얼마 남지 않았을 때였기에 전 선물을 하나 준비했습니다. 이별 선물인 것이죠. 성탄 전날 전화를 하니 너무 반갑게 전화를 받는 그에겐 정말 미안한 마음도 들었지만, 전 그날 그에게 선물을 주고 이별을 고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잔인했던 것 같습니다. 성탄이브에 좋아하는 여자의 전화를 받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나온 사람에게 이별 선물을 주고 돌아섰으니 말입니다. 그리고 전 교회도 옮겼습니다. 꼭 그 사람 때문은 아니었지만 매주일마다 만나야 했던 부담은 덜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 해가 넘어갔습니다. 그런데, 그 착한 남자 그래도 제 주위를 맴돌더군요. 그에겐 상당히 특이한 재주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정말 멀어졌다 싶었는데, 어떻게 그렇게 자연스럽게 다시 그 자리에 있는지, 지금 생각해도 신기할 따름입니다. 어느 새 우린 다시 영화도 보고, 수업 마치면 집에 데려다 주기도 하고, 그렇게 스스럼 없이 지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연말이 되었습니다. 아마 모르는 사람이 저희를 보았다면 제가 그분의 연인인 줄 알았을 것입니다. 그 사실을 당시 사귀고 있었던 사람도 알고 있었고, 그는 제게 그 사람과의 관계를 정리했으면 하더군요. 저도 그것이 좋겠다 싶어 전화를 했습니다. 그런데 그 때가 또 성탄절이 다가오더군요. 저는 다시 이별 선물을 사고, 그를 만나 이별 선물을 주곤 그를 떠나갔습니다.
그리고 다시 새해는 밝았구요. 그의 소식을 한 동안 듣질 못했습니다. 이젠 정말 내 곁을 떠났구나! 아침마다 밝은 목소리로 전화해주는 그의 음성을 듣지 못해 좀 아쉬움은 있었지만 정말 홀가분했습니다. 그리고 야간대학에 진학했기 때문에 정말 바쁜 생활을 해야 했기에 그에 대한 생각을 할 틈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직장일과 학교 생활, 또 연애까지 정신없이 바쁜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가 또 예전처럼 제 곁에 있는 것이 아닙니까? 정말 그는 특이한 능력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만나서 차도 마시고, 수다도 떨고, 수업 마치면 기다리고 있다가 집까지 데려다 주고, 저희는 그렇게 다시 다정한 친구가 되어 있었던 것이죠.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구요? 솔직히 저도 모르겠어요. 어떻게 그가 다시 제 곁에 그렇게 다가서 있었는지 이해가 되질 않구요. 더욱 놀라운 것은 전혀 남자로 생각이 되질 않는다는 겁니다. 그냥 자상하고 다정한 오빠 같이, 힘들고 어려울 때 의지하고 싶은 든든한 아빠 같은 존재로 느껴질 따름이죠. 이성적인 감정은 전혀 느끼지 못하고, 그저 편안하고 같이 있으면 좋은 사람, 그래서 다시 그렇게 만나게 된 것 같습니다.
저의 절친한 친구가 그 모습을 보고 너무 안타까워 그 분을 만나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00는 당신을 전혀 좋아하지 않으니 이제 그만 좇아다니라구요. 그런 말을 들어도 그는 여전히 변함없이 제 곁에 있었습니다. 그런데요, 연말이 되어갈 즈음 이전에 사귀던 사람과 문제가 생겼습니다. 절 너무 힘들게 하더군요. 얼마나 힘들게 하든지... 세상 남자들이 다 싫어졌습니다.
그리고 저는 또 이별을 준비했답니다. 성탄절이 다가오고 그분을 위해 이별 선물을 사고, 성탄절 이브에 그를 만나 선물을 주고는 이별을 고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내리 삼년동안 그분은 성탄 이브 날마다 제가 주는 이별 선물을 성탄 선물로 받은 셈입니다. 이 글을 쓰면서도 그 땐 제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네요.
그런데 그 날은 좀 특별한 이별이었습니다. 만난 자리가 우리 동네였거든요. 달이 휘영청 밝게 떠 있고, 영화의 한 장면처럼 마을 어귀에 있는 정자나무 아래에 놓인 평상에 나란히 앉아 선물을 주었습니다. 그러자 이제껏 안하던 행동을 하더군요. 제 손을 살며시 잡는 것입니다.
그런데요.... 아무런 느낌이 없는 거 있죠. 혹 그 때 제 손을 잡는 순간 찌릿한 어떤 그런 사랑의 느낌이 있었다면 생각을 달리 했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분명 남자가 제 손을 잡았는데, 그것도 이렇게 분위기 절정인 순간에 잡았는데도 아무런 느낌이 나지 않는 거예요.
"오빠, 오빠 마음 잘 아는데, 도저히 오빠가 남자로 느껴지지가 않아. 지금도 내 손을 잡았는데, 마치 내가 내 손을 잡은 거 같애. 아무래도 우린 아닌가봐. 그냥 좋은 오빠 동생 사이로 지내자. 아니 그러지 말고 오빠 좋아하는 여자들 많잖아. 그 애들 사귀는게 더 좋을 것 같애. 날 잊어줘."
그리고는 돌아서서 집으로 왔습니다. 한 남자를 삼년동안 매 년 한번씩, 그것도 성탄이브 때마다 찰 수가 있을까요? 그런데 그는 정말 착한 사람입니다. 그 후로 정말 절 조용히 떠나가더군요. 그 후로 저는 그의 연락을 다시 받지 못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제가 그를 떠난 것이 아니라 그의 기억 속에서 제가 이제 잊혀진 것이죠.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그렇게 절 좋아하고 사랑했는데, 왜 제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을까요? 아니 왜 저는 그의 진심을 알면서도 그를 받아들이지 못했을까요? 정말 미스테리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있습니다. 뭐냐구요?
바로 그 사람, 용기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저는 삼년동안 성탄 이브 때마다 이별을 고했지만, 실제 그 이별고함도 이상한 것이었습니다. 왜냐면 한 번도 그가 제게 "우리 사귀자"라고 정식으로 고백한 적이 없었던 것이죠. 그렇게 말하면 정말 제가 "싫다"고 말할까 두려워서 그 말을 못하도록 제 주위를 맴돈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드네요. 흠~ 만약 그가 제게 "우리 사귀자"라고 했다면 어땠을까요?
대답은 .... 솔직히 "글쎄요" 입니다. 지금 같으면 "좋아요"라고 할텐데, 이미 그 시절은 지나가 버렸으니까요. 이 글을 읽는 착한 남자들, 용기를 내서 고백해보세요. 용기 있는 자만이 미인을 얻는다고 하는 옛말, 제 경우를 봐도 틀린 말이 아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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