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2년 전 설날에 발행한 것인데, 제 블로그 주소 이전으로 인해 묵혀져 있던 글입니다. 이제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이 다가오기에, 기독교인들의 명절지내기 문제로 고민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까 하여 재발행합니다.
명절은 잘 보내셨나요?
저희는 시댁과 친정 그리고 저희 집이 모두 부산에 있습니다. 저희 집에서 시댁까지 차로 30분 거리, 시댁에서 친정까지는 10분거리에 있습니다. 모두 부산에 있어서 사실 명절 보내기가 다른 집에 비해서는 상당히 수월한 편이죠.
그런데 이번 명절이 주일(일요일)과 겹치는 바람에 평소와는 다른 명절을 맞았답니다. 일단 명절 하루 전인 토요일에는 시댁에 가서 여느 때와 다름없이 음식을 만드는 등 명절 준비에 분주했죠. 그런데 설날 아침이 되니 여러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모두 교회에서 각자 중요한 일들을 맡고 있어, 꼭 자기들 드리는 예배에 가야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추도예배와 세배하는 시간을 좀 서둘렀습니다. 다행히 부모님과 다른 식구들이 모두 이해를 해주어서 평소보다는 조금 빨리 행사를 치루고는 저희 교회에서 예배를 드렸답니다.
예배를 마친 후 다시 시댁으로 가서 점심을 함께 먹고, 오후에는 친정으로 자리를 옮겨 저녁을 먹었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친정식구들과 함께 맛난 저녁식사를 하며,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그런데 이제 교회에 출석한 지 일 년이 되는 오빠가 이런 질문을 하더군요.
“이렇게 명절에는 가족들이 함께 할 수 있도록 교회도 양보를 좀 해야하는 거 아니냐?”
오빠는 오늘 같은 날에도 아침부터 오후까지 교회에 있어야 했던 것이 불만이었던 같습니다. 그런데 오빠 이야기를 듣다보니 이번과 같은 경우 어떻게 해야 한다는 지침이 교회마다 조금씩 차이가 나는 것을 발견합니다.
죽성 드림성당의 아름다운 모습
먼저 저희 교회의 경우는 주일 오후에 드리는 예배를 가정예배로 대체했습니다. 오전에는 가족들과 함께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오후에는 가족 간에 친교를 하라는 것이죠. 그래서 저희는 점심을 시댁에서 함께 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전에는 예배 후에 민속놀이를 하자는 의견도 있어 그런 행사를 준비하기도 했는데, 갈수록 그렇게 모여서 행사를 하는 것보다는 가족 간의 모임을 더 중요시하게 되어 지금은 그런 행사를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저희 시부모님이 다니시는 교회 목사님은 좀 더 파격적입니다. 40대의 젊은 목사님이신데, 예배 시간에 말씀하시길 교회는 내가 지킬 테니 혹 고향이나 부모님, 친척들 만나러 가실 분들은 마음 편히 잘 다녀오라고 하셨다고 하네요. 신앙인일수록 오히려 가족 간의 만남과 관계를 더욱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 강조하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당일 예배 순서도 간략하게 진행하시고, 오후 예배는 저희처럼 가정예배로 드리라고 하였답니다.
천주교와는 달리 개신교인들은 ‘내 교회’라는 의식이 있어서 예배만은 내 교회에서 드려야 한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그래서 주일에 자기 교회를 떠나거나 예배를 드리지 않으면 뭔가 큰 잘못을 한 것 같은 죄책감을 갖고 있는데, 이 목사님은 그런 죄책감에서 벗어나게 하신 것이죠.
친정 오빠가 다니는 교회는 전통적으로 보수성향을 가진 교회입니다. 목사님 연세도 환갑을 바라보고 계시구요. 성도들에게 주일에는 예배보다 우선되는 일을 없다며 꼭 예배를 드려야한다고 강조하셨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오빠는 오후 늦은 시간에 집으로 돌아왔던 것이구요.
울 남편, 요즘 교회도 그렇고 사회도 그렇고 너무 자기 가정 중심으로 흘러가는 것 같아 좀 아쉽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마을단위로 하든지 아니면 교회에서라도 온 가족들이 함께 모여 윷놀이도 하고, 각종 모임들을 해서 명절이 마을 잔치 느낌이 나 좋았는데 이젠 그런 분위기가 사라져간다는 것이죠. 저도 우리 명절의 풍습이 공동체가 살아나는 그런 분위기를 이어가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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