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CBS 라디오 뉴스에서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습니다. 양산시가 석계산업단지조성 계획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번 목요일에 경상남도 심의에서 통과가 되면 사업을 시행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상북면 곳곳에 붙어 있는 석계산업단지 계획 중단하라는 현수막
제가 양산시 상북면에 살고 있기 때문에 이 사안은 제게도 중요한 문제라 이 문제를 좀 더 자세히 알기 위해 몇 분에게 전화를 해봤더니 정말 그렇다고 대답을 하네요. 모두들 이렇게 사업을 밀어붙이는 양산시장의 작태에 어이없어 하는 표정들입니다.
양산석계산업단지는 원래 첨단의료복합단지를 유치하기 위해 조성된 것입니다. 약 백만평에 이르는 산업부지를 조성했지만 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가 실패로 돌아가자, 이를 일반산업단지로 전환한 것입니다. 그래서 일차적으로 자동차 모터와 전지산업 업체를 유치하려 했지만 업체들이 이 지역에 들어오는 것을 꺼려해 유야무야 되었고, 시는 어떻게 하든 이 지역에 산단을 조성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역주민들은 이 석계산단이 만들어지는 것을 극력 반대하고 있습니다. 산단 조성에 따른 몇 차례 공청회를 열었지만, 시가 내세운 이유는 주민들을 설득하기에는 역부족이었고, 도리어 더 큰 반대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주민들이 이 석계산단을 반대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석계산단이 예정되어 있는 상북면
첫째. 산업단지에 유치하고자 하는 기업들이 대부분 공해배출업체라는 점입니다. 플라스틱, 고무, 화학 공장들이 들어선다고 하는데, 이런 기업들이 들어서게 되면 아무래도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는 것이죠. 이 석계지역은 인구가 1만8천명이나 됩니다. 이런 대규모 집단 주거지 곁에 이런 공해업체들이 들어선다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둘째, 환경평가에서도 이 지역은 산업단지를 조성하기에 부적격하다는 판결을 받았습니다. 특히 산단이 들어서는 천성산 일대는 이전에 KTX 철로를 건설할 때도 환경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던 곳입니다. 천성산을 자연 그대로 지켜야겠다는 의식과 함께 더 이상의 환경 파괴를 방관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지역에는 이팝나무, 효충사, 원적산봉수대 등 주요문화재가 산적해 있어 개발이 아닌 환경보호를 해야 하는 지역인데, 이 지역에 공해배출업체들이 주를 이루는 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다는 것입니다.
경상남도 기념물 118호로 지정된 원적산 봉수대
셋째, 이 산단 지역에 양주중학교가 있습니다. 산단이 조성되면 이 양주중은 공해업체에 둘러싸이게 되고, 이로 인해 심각한 학습권 침해를 받을 수 있습니다. 어떤 이는 그럼 이전하면 되잖느냐고 하는데, 이런 발상자체가 문제입니다. 산단조성을 위해 학교를 이전시키는 것은 현행법으로도 가능하지 않는 일이구요. 또 양산시도 양주중을 이전시키지 않겠다고 합니다. 당장 눈에 보이는 조그만 이익을 위해 기를 쓰고 산단조성은 하려 하면서도, 우리의 미래인 아이들을 교육하는 데는 무관심하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는 행태입니다.
그리고 양산시에는 무리한 산업단지 조성으로 수많은 공장들 속에서 악취와 공해에 시달리고 있는 학교가 두 곳 있습니다. 바로 어곡초와 소토초등학교입니다. 어곡초는 양산공업단지에, 소토초는 북정산업단지에 둘러싸여 섬처럼 고립돼 있는데, 우리 아이들이 소토초등학교를 나왔습니다. 학교 졸업할 때까지 얼마나 가슴 졸였는지 모릅니다. 악취로 아이들은 교실창문을 열지 못하고, 위험천만한 통학로 때문에 걸어서는 학교에 갈 수조차 없는데, 이런 선례를 두고도 또 이런 짓을 벌이려 하는 양산시 제정신인가 싶습니다. 그리고 최근 경남도교육청에서는 이 때문에 이 지역에 산단이 들어서는 것을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한 때 폐가촌으로 남아 있었던 소토마을. 이 길 끝에 소토초등학교가 공장에 둘러쌓여 있다.
넷째, 이 개발로 인해 누가 이익을 보는가? 하는 점입니다. 반대하는 지역민들은 결코 지금 이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이익 볼 것이 없다는 판단입니다. 시에서는 이 산단 조성으로 지역경제가 활성화되고, 인구가 최소 6천명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지만, 앞서 양산시에 조성된 산단지역을 보면 절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공장들 때문에 그 지역주민들이 더 이상 살 수 없어 이주를 하거나 해서 마을이 사라져버렸고, 공장 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식당 몇 곳만 달랑 남아 있거든요.
그리고 요즘은 일부러 생활환경이 쾌적한 곳에 살고자 이곳으로 이주하거나 계속 정착하고 있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산단조성으로 그런 생활환경이 위협을 받거나, 또 오래된 전통마을, 내 고향이 산단조성으로 인해 이주해야 하거나, 마을 생존에 위협이 된다면 결코 좌시할 수 없는 문제인 거죠.
양산천에서 본 석계
양산석계산업단지, 지역주민들 대다수가 반대하고 있고, 환경평가에서도 부적합 판결을 받았고, 아이들의 교육에도 부적합한 환경을 조성하고, 게다가 주변 1만8천의 주민들의 생활환경을 파괴하는 사업이기에 누가 봐도 해서는 안 되는 일인데, 양산시에서 왜 이렇게 상식에 어긋나는 일을 밀어붙이려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대체로 상식에 어긋나는 일을 밀어붙일 때는 드러내 놓고 말할 수 없는 검은 속내가 있는 경우가 많은데, 혹 이것도 그렇지 않은가 의혹을 지울 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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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리밀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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