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가지는 남편과의 밀월여행
ㅎㅎ 지금이 꼭 신혼같아 밀월여행이라 했으니 시비걸지 마세요. ㅎㅎ 원래 순천만으로 갈려고 했는데, 언제 다시 해남에 오겠냐며 일정을 바꾸어 저희는 땅끝마을에서 여러 곳을 다니며 사진을 찍었습니다. 아침도 먹지 않은터라 12시가 넘어가자 정말 배가 고프네요. 어제 고모집에서 너무 맛난 음식을 먹었기에 아침을 먹지 않고도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지만 한계에 달했습니다.
해남 땅끝마을에 있는 전망대입니다.
어디서 먹을까 고민하다가 주차하기 편한 식당이 눈에 띄어 그곳에 주차를 하고 들어갔습니다. 횟집 안에 들어서니 그리 입맛이 슬그머니 사라집니다. 상을 어떻게 닦았는지 때 얼룩에 진뜩진뜩 하구요, 손을 닦은 수건으로 제가 더 닦았는데도 영 찝찝한 느낌입니다. 주문을 하려는데, 일하시는 분, 누구랑 한바탕 싸운 표정입니다. 이윽고 음식이 나왔는데, 그릇에도 때얼룩이 끼어 있습니다. 가스버너도 너무 낡아 코팅이 벗겨진 곳에 녹이 많이 보이구요. 하나같이 마음에 들지 않네요. 그래도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음식점에 음식만 맛있으면 되지. 음식만 맛있으면 다 용서해준다.'
너무 시장한 까닭에 어떤 음식이라도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드디어 주문한 해물해장국이 나오네요. ㅎ 아주 푸짐하니 정말 맛있어보입니다. 조가비와 각종 조개류가 정말 푸짐하게 얹혀져 있어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돕니다. 그래서 얼른 숟가락으로 국맛을 보려는데, 헉~ 이게 무슨 냄새지요~ 해장국에서 상한 냄새가 심하게 납니다.
"여보, 상한 냄새가 나요."
남편이 냄새를 맡아 보더니 미간을 찡그립니다. 그래도 해물탕에는 종종 상한 냄새를 풍기는 경우도 있기에 참고 먹으려고 했는데, 역겨움이 올라오네요. 먹음직스럽게 올라와 있는 조개살을 집었더니 완전 썩은 냄새가 올라옵니다. 배는 많이 고픈데 먹을 수 없는 음식을 주니 순간 화가 나 남편에게 말을 했습니다.
"여보, 이거 먹어봐요. 저는 도저히 못 먹겠어요."
남편이 조금 먹어보더니 구역질을 하며 뱉어 냅니다.
"아주머니, 음식이 상한 것 같은데요."
일하시는 분이 요리하시는 주인에게 가져다 주네요. 그런데 그 주인 하시는 말씀이~
"어~ 이건 그냥 조개 냄새예요. 살아있는 싱싱한 걸로 한건데. 냄새 괜찮은데요."
넘 어이가 없습니다. 저도 종종 해물탕을 해먹거든요. 해산물도 좋아해서 잘 해먹는 답니다. 그래도 주부 경력이 17년인데 그냥 조개 냄새와 상한 음식냄새를 구분을 못할까요. 정말 황당해서 더 이상 할 말을 잃었습니다. 그런데 더 가관인 것은 주인 아주머니 수족관에서 같은 조개를 하나 더 꺼내더니 이거 삶아서 넣어줄테니 먹으라고 합니다. 아주머니의 그런 태도가 절 더 화나게 만들더군요, 그래서 남편에게 그냥가자고 했습니다.
"아주머니, 저는 도저히 먹을 수가 없네요. 여보 그냥 가요."
남편이 조금은 당황한 모습입니다. 어떻게 하지 하는 표정입니다. 그래서 저 먼저 나왔습니다. 남편은 조금 있다 나오더군요.
사진에 보이는 칼국수집만 사람들이 북적이더군요
"왜 늦게 나왔어요."
"응 계산하려고.."
"왜 계산을 해요. 그렇게 하면 안돼요. 상한 음식을 먹으라고 주는데, 왜 돈을 계산해요. "
상한 음식을 상하지 않았다고 하는 음식점 주인도 화가 나지만, 돈을 계산하려고 한 남편에게 더 화가 나네요. 제가 화를 냈더니 남편이 그러네요.
"그런데 계산 못했어. 일하는 사람은 받으려고 하는데, 요리하시는 분이 주인인 것 같은데 안 받네."
남편이 또 이렇게 말합니다.
"시내가면 한번씩은 해물탕이 상한 맛이 나는 곳이 있어. 그런데 여긴 좀 심하긴 심하더라. 아까 당신이 준 조개는 상한 것이 아니라 아주 썩었고, 다른 것도 썩은 냄새가 배여있데. 뭐 그렇다고 알고 그렇게 했겠어? 하다보니 그리 된 것이겠지."
울 남편도 참 어이가 없습니다. 자신도 음식이 섞을정도로 못 먹을 것으로 느꼈다면서 어떻게 돈을 줄 생각을 했는지... 남편에게 물었습니다.
"당신은 한번씩 나보다 옳은 소리 더 잘하면서 오늘은 왜그래요?"
그러자 남편 하는 말 ..
"당신이 오늘 내 옆에 이쁘게 있는데, 내가 화를 내기가 싫어서 그렇지. "
참 내~ 그 말 한마디에 모든 속상한 마음이 눈녹듯 녹아나네요. 완전 아부 100단입니다. 그러고 보니 저도 참 잘 참았다 싶습니다. 평소 같으면 벌써 '집에 가자, 애들이 보고 싶어, 멀미가 날 것 같애' 그러는데, 오늘은 남편이 좋아하는 사진 실컷 찍도록 해주고, 때로는 모델도 해주고 그러니 좀 이뻐 보인 모양입니다. 무뚝뚝한 갱상도 남편, 요즘은 곧잘 제가 듣고 싶어하는 아부를 잘합니다. 남편은 다 살아남기 위한 비결이라고 하는데, 저는 그 소리가 그리 싫지가 않네요. ^^
그리고 우리 부부, 저희는 일단 손님 많은 집으로 가자 하고 열심히 이집 저집 기웃거리는데 마땅히 먹을 곳을 찾지 못했습다. 이럴 줄 알았으면 인터넷 검색하고 오는건데 후회가 되네요. 이곳을 찾는 관광객은 상당히 많은데 식당에는 손님들이 없습니다. 해물칼국수 집이 있어 가보니 그곳에는 사람들로 넘쳐났지만 자리가 없어 줄을 서야 했습니다. 조금 기다리다 우리 부부 바로 곁에 김밥집이 눈에 띄더군요. 그래서 그곳에서 김밥 두줄과 라면 하나를 시켜먹었습니다. 쩝 ~ 해남에 와서 김밥과 라면을 먹고가리라고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어제 우리 고모가 준비해준 밥상이 눈에 선하네요. 다시 먹고 싶어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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