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도 전 울 남편에게 이런 유치한 질문을 해봅니다.
"당신 나와 어머니가 물에 빠졌다면 누구 먼저 구할건데?"
왜 이런 질문을 하느냐? 울 남편 효자거든요.
쫌 효자입니다. ㅎㅎ 그래서 시어머니께서 뭘 하라 하시면 다 죽어가도 합니다.
시어머니는 그래도 장남이라 든든한지 그렇게 남편을 찾습니다.
제가 보기에 참 안스러울 때도 있구요.
어떨 땐 괜시리 질투가 나기도 합니다. 그래서 시빗조로 이렇게 물어봅니다.
그런데 이 질문을 받는 울 남편, 대답이 조금씩 달라집니다.
결혼 초에는 "당연 어머니지!"
아주 단호하게 넌 왜 그런 쓸데 없는 질문을 하냐는 식으로 대답했습니다.
그런데 10년 쯤 지나니
"엄마 한테는 말하지 마라, 니부터 구해줄께.." 그럽니다. ㅎㅎ
제 시어머니는 울 남편이 이렇게 달라진 걸 아직 모르십니다.
그런데 이제 오십줄에 들어서니 또 대답이 달라지네요.
얼마 전 다시 이 유치한 질문을 하니 울 남편 하는 말이..
"아무래도 너하고 엄마 하고 수영 배우게 해야할까부다.
에구 요즘은 내 몸 간수하기도 힘들다.
그러니까 쓸데없이 위험한 곳에 갈 생각 하질 말아라."
헐~~ 울 남편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괜시리 미안해지네요.
미국의 유명한 상담가에게 어떤 부인이 찾아왔습니다.
"선생님, 제 얘기 좀 들어보세요. 제가 며칠 전에 남편하고 유람선을 탔지 뭐예요. 그런데 흘러가는 물을 바라보고 있으니까 갑자기 불안한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래서 남편에게 물었죠. "여보, 혹시 당신하고 나하고 어머니하고 배를 타고 가다가 갑자기 배가 침몰하면 어떻게 할 거예요? 나와 어머니 중에 누굴 먼저 건져줄 거냐고요?"
그랬더니 남편이 저를 위 아래로 훑어보면서
"당연히 어머니부터 건져야지.
어머니는 한 번 돌아가시면 끝이지만 부인이야 또 얻으면 되잖아."
라고 하는 거예요. 언제는 나 없으면 못 산다고, 무슨 일이 있어도 나를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고 그러더니 결혼하고 나서 어쩌면 그렇게 달라질 수 있는지 모르겠어요. 선생님, 제가 이런 남편과 계속 살아도 될까요? 아니면 헤어지는 게 나을까요?"
현명한 상담가, 이 말을 듣더니 이렇게 대답했다고 합니다.
"그래요? 그러면 차라리 부인이 수영을 배우세요."
첨에 이 글을 읽었을 땐 웃자고 하는 이야기구나 했습니다. 그런데 자꾸 이 상담가의 말이 곰곰히 마음에 씹히네요. 거참 그렇구나..
결혼 생활에서 힘들어지는 이유 중 하나가 배우자가 내게 뭘 해줄까 그것만 바라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러다 보니 내가 원하는 사람이 되어주었으면 하는 그 기대가 무너질 때마다 힘들어지는 것이구나..
나는 나의 남편이 완벽한 내 사람이고, 또 날 지켜줄 수 있기를 기대하지만, 울 남편 역시 자신의 몸도 제대로 간수하기 힘든 나약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리는 것이죠.
하나님께서 여자를 만들어 남편과 결혼시킬 때 "돕는 배필"이 되게 하셨는데, 우리는 늘 내가 돕는 배필이 아니라 날 도와주는 배필을 찾다보니 자꾸 불협화음이 생기고, 위기가 찾아오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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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리밀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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