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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걸린 시어머니 며느리에게 남긴 마지막 말 한마디

치매 엄마

by 우리밀맘마 2012. 1. 26.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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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친정 엄마가 치매에 걸리다 보니 치매 환자에 대한 이야기에 많은 관심이 가네요. 사실 사람들은 남의 일을 이해한다고는 하지만 직접 그런 경험을 해보지 않으면 생각으로 이해한다는 것과 실제 겪는 것과 얼마나 큰 차이가 나는지 제가 겪어보니 알겠더군요. 

예전 서울에서 살 때의 일이 생각 납니다. 당시 제가 다니던 교회는 300여명의 성도들이 출석하는 그리 크지 않으면서 가족적인 분위기가 느껴지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교회 분위기가 그러다 보니 서로 간의 개인적인 일도 대부분 다 알게 되더군요. 그런 점이 불편하기도 하면서 또 그렇기에 정감이 갔답니다. 벌써 20년이 다되어 가는데도 당시 함께 했던 분들의 이름과 얼굴이 떠올려지거든요. 몇 년 전 여름 휴가 때 한 번 들렀는데, 목사님과 친하게 지냈던 분들이 저희를 잊지 않고 기억하며 반갑게 맞아주시는데 눈물이 핑 돌뻔 했습니다.

당시 교회 생활을 열심히 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그 집이 대가족이었습니다. 시할머니 시어머니 그리고 자기와 자녀들 이렇게 총 4대가 함께 살아가는 조금은 드문 가족이었습니다. 그 시어머니와 친구 모두 참 착하고 신앙생활에 열심이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이해가 잘 가지 않는 것은 연세 많은 시할머니를 두 고부가 너무 미워하더군요. 차라도 한 잔 할라치면 여지없이 시할머니에 대한 좋지 않은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입니다. 그 할머니의 며느리는 말할 것도 없고, 손주 며느리까지 그렇게 욕을 하니 도대체 시할머니가 어떤 분일까 궁금하더군요.

그런데 하루는 교회 앞에서 그 시할머니를 만났답니다. 제가 청소할 차례가 되어서 교회 청소를 마치고 나가려는데, 그 할머니가 교회에 들어오시더군요. 얼마나 선하게 생기셨는지, 하얀 머리에 단정한 차림을 하고 교회 기도실로 들어가시는 겁니다. 그러고 보니 예배 시간에 많이 뵈었던 기억이 나더라구요. 그렇게 그 할머니의 뒷모습을 바라보는데, 저와 함께 청소를 했던 친우가 이렇게 말합니다.

"에구 저 할머니 오늘도 교회에 오셨네. 쯔쯔 불쌍해서 어쩌누.."

그렇게 그 할머니 이야기를 들어보니 저랑 친했던 그 친구의 시할머니였습니다. 이상하더군요. 어떻게 내가 매 주일 보면서도 그 친구의 시할머니라는 것을 몰랐을까? 기억을 떠올려 보니 그 친구가 할머니를 제게 소개시켜준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왜 불쌍하다고 하는거지? 궁금해서 제가 더 관심을 가지자, 지금 그 할머니 치매에 걸리셔서 자기 이름도 모르고, 하루 종일 이렇게 동네를 돌아다니시다가 한 번씩 집도 잃어버리시는데 동네 사람들이 어디 사는 분인줄 알기에 늦은 시간이 되면 찾아준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신기하게 꼭 이 시간이 되면 교회에 와서 기도실에 한참을 앉았다가 다시 길을 나선다는 것입니다. 무슨 기도를 그렇게 간절하게 하실까?




며칠 후에 그 친구를 만났습니다. 제가 좀은 망설이다 며칠 전 교회에서 니네 시할머니를 만났다고 하니, 그 친구 한숨부터 쉬더군요. 제가 니 할머니 인상 너무 좋으시고 착해 보이시던데 왜 그렇게 할머니 욕을 하는지 난 좀 이해가 되지 않더라는 말도 해버렸습니다. 그러자 그 친구 아주 착찹한 표정으로 자기 가정사를 이야기 해주네요.

그 할머니 지금은 치매로 아주 불쌍한 모습이지만 예전에는 완전 호랑이 시어머니였다고 합니다. 얼마나 시집살이를 모질게 시켰는지 지금 시어머니께서 완전 한이 맺힐 정도라네요. 까닭없이 한 겨울에 집에서 쫓겨나기도 수십번이고, 심지어 매를 맞기도 했다고 합니다. 머리채 잡히는 것은 일도 아니고, 퍼부어대는 온갖 욕설에 하루에도 몇번씩 그 모욕감을 이기지 못하고 집을 뛰쳐나가려고 했답니다. 한 날은 물을 끓여놓지 않았다며 물이 든 주전자를 휘둘러 병원에 실려가기도 했는데 그것 때문에 정신이상증세를 한참을 겪기도 한답니다.

그런데 그렇게 기세 등등했던 양반이 치매에 걸렸습니다. 전세가 역전이 되어버렸습니다. 치매로 인해 시어머니가 가정의 주도권을 쥐게 되니 그 때부터 시할머니가 구박을 받는 처지가 된 것이죠. 그리고 치매환자 정말 얼마나 사람을 괴롭히는지 그건 겪어봐야 안답니다. 그래서 시어머니는 옛날 당했던 일들 때문에 시어머니를 더 구박하게 되고, 또 손주 며느리는 치매 할머니가 저질러논 뒤치닥거리를 하다보니 너무 힘들어서 할머니를 미워하게 된 것입니다. 

이것이 나중에는 며느리와 시어머니가 합세해서 시할머니를 구박하는 것처럼 보여지게 되고, 그 속사정을 잘 알지 못하는 동네 사람들은 뒤에서 두 사람을 욕하며 할머니를 불쌍하게 여기게 된 것이랍니다. 신기한 것은 그 호랑이 시어머니가 치매에 걸리자 성격이 완전 달라져서 며느리의 온갖 구박을 받으면서도 허허거릴 뿐 다른 반응을 하지 않으니 사람들은 더 크게 오해하게 되어 자기들만 죽일 나쁜 사람이 되었다며 한탄하네요. 

그 다음 해 치매에 걸린 그 할머니는 돌아가셨습니다. 장례를 다 치르고 난 뒤 그 친구를 만났습니다. 제 생각에 이제 마음고생에서 좀 벗어나겠구나 그리 생각을 했는데, 그 친구 저와 할머니 이야기를 하자 마자 엉엉 울어댑니다. 

"할머니 미안해요, 엉엉, 미안해요, 엉엉..그럴려고 한 건 아닌데..미워해서 미안해요 엉엉 " 

얼마나 서럽게 울던지. 미운정이 무섭다더니 그런 것인가 생각을 했습니다. 그 친구 한참을 울고나더니 임종하실 때의 상황을 말해줍니다. 

" 할머니가 거의 숨을 거두실 때가 되었는데 아직 시어머니는 오시질 못했어. 시내에 볼 일 보러 가셨거든. 그런데 그런 느낌 있잖아. 할머니가 안간힘을 쓰고 계신 것 같은.. 아들도 옆에 있고, 손자들 모두 곁에 있는데도 아직 누굴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아. 그래서 숨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그런 생각이 들었어. 그리고 시어머니가 들어오셨어. 눈도 못뜨시던 분이 소리를 들어셨는지 손을 허우적거리며 며느리를 애타게 부르시는거야. 어머니가 놀라서 할머니 곁으로 갔어. 그러자 할머니가 어머니 손을 잡으려고 하시네. 어머니가 마지 못해 손을 잡아드렸어. 그러자 그 손을 꼭 잡으며 할머니 이렇게 한 마디 하시고는 숨을 거두셨어." 

"뭐라고 하셨는데?" 

"있잖아 어머니의 손을 꼭 붙더니더니, 미.안.하.다, 미안하다, 그러시면서 눈물을 흘리시는거야.그리고는 숨을 거두셨어." 

 마치 영화의 한 장면과 같은 ...그 친구 그 말을 하면서 다시 엉엉 울어댑니다. 시어머니 돌아가시면서 남긴 그 말 한마디에 손을 꼭 잡은 며느리 통곡하면서 자기가 미안하다며 용서해달라며 그렇게 울었다고 합니다.

회자정리라고 했나요? 때가 되면 다 헤어질 것인데 한은 풀고 정은 쌓아두어야죠. 엄마 우리 그렇게 살아요. 사랑합니다.



오늘 글 -> 아내의 주부파업 도무지 그 이유를 이해못하는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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