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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걸린 엄마와 살아가기,오빠가 일년을 함께 살다 포기한 이유

치매 엄마

by 우리밀맘마 2013. 6. 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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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환자 이해, 치매걸린 엄마와 살아가기, 치매걸린 엄마와 함께 산 오빠 1년을 살다 포기한 이유



 


치매 걸린 울 엄마, 이렇게 막내 딸 가정과 함께 산지 벌써 6개월이 지나갑니다. 재작년 처음 우리 집에 왔을 때 4개월만에 엄마의 엉뚱한 고집과 가출로 인해 헤어졌는데,올 초에 다시 우리 집에 오시게 되었습니다. 

(☞ 치매에 걸린 우리 엄마 가족이 감당하기 힘든 돌발행동들)

그간 1년 간 큰 아들(저의 큰 오빠) 집에서 사셨는데, 1년이 그 집에서 견딜 수 있는 한계였습니다. 엄마를 4개월간 먼저 모셔본 경험 상 큰 오빠집의 사정 말 안 해도 얼마나 힘들었을지 이해가 됩니다. 1년을 모셨다는 거 사실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빠 가정 저와 같은 교회에 다니거든요. 그래서 매 주일 오빠네 가족과 엄마가 함께 교회에 옵니다. 주일마다 우린 식사시간에 엄마가 어떻게 지냈는지, 그리고 어떤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엄마가 큰 오빠 집에 처음 들어갔을 때만 해도 엄마나 오빠네 식구 모두 환한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점점 지날수록 오빠네 식구들은 표정이 무거워지고, 말수가 적어지고, 한숨이 늘어가고, 반대로 엄마 표정은 천진난만이었습니다. 그렇게 일 년의 시간이 보낸 후 오빠가 저에게 조심스럽게 요양원 이야기를 꺼내네요. 이젠 도저히 안 되겠다고 하면서요.


치매-빈자리-홀로홀로 남겨진 빈자리,치매환자의 마음에는 오직 자기 외에는 보이는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도대체 치매환자와 살면 무엇이 그리 사람들을 힘들게 할까? 저와 같은 사정이 있는 분을 위해 일 년 간 오빠가 엄마를 모시면서 살았던 어려움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일단 울 엄마 상태가 참 애매하답니다. 겉으로는 멀쩡히 잘 걸어다니시고, 또 대화도 됩니다. 단기 암기도 되고, 돈계산도 되고, 사람도 잘 알아보신답니다. 그런데 기억에 왜곡이 많습니다. 엄마는 거짓말이 하는 것이라 생각지 않겠죠. 하지만 우리 보기엔 거짓말을 아주 자연스럽게 잘하십니다. 덕분에 함께 하는 사람 나쁜 사람 만들기 어렵지 않구, 가족간에 이간질도 잘 시킵니다. 또 어떨 때는 사람 복장터지게 하는 신비한 재주를 부리기도 합니다.


조금 복잡한 기기는 조작을 못합니다. 전기밥솥도 조작 못하십니다. 가스렌지 불피워놓고 잊어버립니다. 그 때문에 오빠네 후라이팬과 냄비를 거의 다 태워버렸습니다. 그리고 가출충동이 있습니다. 자꾸 어디론가 떠나려고 합니다. 그래도 집은 어떻게 하든 찾아오십니다.

 

치매-마음-황폐함폐허가 된 판자집,그리고 그 주위에 피어나는 생명, 우리의 마음은 도대체 어떻게 생긴 것일까요?

 

 

겉으로는 건강한 노인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노인요양등급 신청을 했지만 심사관이 오는 날은 더 멀쩡해지셔서 등급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노인요양사도 부를 수 없고, 노인보호센터도 이용할 수 없습니다. 노인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 보내려고 하니, 이렇게 신체 건강한 분들은 언제 요양원을 나갈지 몰라 안전상 이유로 잘 받아주지 않습니다. 받아주는 곳은 거의 수용시설과 같은 곳이라 그런 곳에는 보낼 수가 없더군요.
 

이런 사정이다 보니 맞벌이인 오빠 부부가 아침에 모두 출근하고, 아이들 학교 가고 나면 엄마 혼자 집에 남게 되는데, 여간 불안한 게 아닙니다. 그래도 오빠집은 엄마가 40년을 산  동네라 집을 나서더라도 어떻게 하든 집을 찾아오기는 합니다. 하지만 만약 어떤 충동에 택시를 타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되면 힘들어지는 것이죠.


엄마는 건강염려증이 있습니다. 이미 오랫동안 몸에 좋다는 약은 다 사야했고, 사흘에 한 번은 병원에 가서 영양주사를 맞아야 안심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침에 집을 나서면 병원과 약국을 들르는데 돈이 있는 대로 이것저것 다 사오는 겁니다.


병원에 안가는 날은 장을 봐온다면서 먹지도 않는 식품들을 잔뜩 사가지고 와서 냉장고에 가득 채워놓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가지고 요리를 하는데, 양념이 제대로 되질 않습니다. 어떨 때는 간장을 병째 쏟아붓기도 하고, 어떨 때는 참기름 한 병을 다 넣기도 합니다. 그렇게 만든 음식을 가족들에게 먹으라고 내놓으니 먹을수도 없고, 안 먹을수도 없고.. 먹자니 고역이고, 안 먹으면 엄마 정성을 몰라준다고 삐치니..이것도 하루 이틀이죠. 이 때문에 아침과 저녁을 굶게 되는 경우가 일주일에 사흘은 된다고 합니다. 제발 그러지 말라고 해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또 그렇게 해버립니다.

 

치매-도시-불빛도시의 흔들리는 불빛, 이렇게 흔들리는 불빛 속에서 방황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이렇게 돈을 쓰니 주머니는 비게 되고, 그러면 아들에게 돈달라고 압력을 넣습니다. 주머니에 돈이 없으면 불안하고, 불안하면 이상행동을 하게 됩니다. 돈 줄 때까지 가족들 못살게 굴고, 핍박하고, 거짓말하고, 들들 볶습니다. 그래서 돈을 주면 이틀이 멀다하고 다 써버리는 것이죠. 오빠 가정형편이 넉넉하지 못하니 엄마의 이런 씀씀이 때문에 더 힘들게 되구요.

 

낮에 이렇게 열심히 방황을 하다 보니 저녁이 되면 녹초가 됩니다. 저녁 식사가 끝나고 나면 엄마 방에 들어가 주무시죠. 문제는 다음 날 아침까지 주무셔야 하는데, 새벽 두 세 시가 되면 일어나셔서 화장실도 가고, 부엌을 들락거리고, TV도 보고, 때문에 다른 가족들 잠을 설치게 하는 경우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이러니 우리 착한 조카들, 할머니와 함께 있는 걸 무서워합니다. 손주들 말 절대 안 듣습니다. 그러니 가족들과의 관계 서먹해지고, 힘들어지는 것이죠. 그런데 또 그런 느낌에 민감합니다. 다들 나만 미워한다고 생각이 들었는지 우울증 증세를 보입니다. 나중에는 자살하겠다며 함께 15년을 살아온 애완견에게 약을 먹여 죽게 하고, 당신도 약 먹고 죽겠다고 하는 걸 간신히 말렸다고 합니다.

 

이렇게 일년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오빠가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어 형제들 모임을 갖자 합니다. 울 남편 이 소식을 듣더니 제게 그러더군요.

 

“엄마 현 상황으로 요양병원 보내는 것도 어려울테니 다른 대책이 없으면 우리집으로 모시자. 그래도 지난번 경험도 있으니 좀 더 잘하지 않겠나?”

 

그래서 울 엄마, 오빠네 집에서 다시 우리집으로 이사왔습니다. 화장실이 달린 안방을 다시 엄마에게 내주고, 우린 아들방에서 더부살이 하고 있답니다. 그런데 엄마 아빠랑 함께 자는 것이 좋은지, 울 아들은 좋아라 합니다. ㅎㅎ 남편과 저는 한 이불에서, 울 아들은 다른 이불 펴고 구석에서..양 옆에 멋진 두 남성을 두고 황홀한 밤을 보내고 있습니다.

 






by우리밀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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