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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걸린 친정엄마를 다시 우리집에 모시고 살게 된 사연

치매 엄마

by 우리밀맘마 2013. 12. 12.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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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환자, 치매걸린 엄마 다시 우리집에 모시게 된 사연


 

제가 엄마를 모시기전에  저에게 있어서 엄마는 막내딸을 사랑하는 엄마였습니다. 엄마가 우리집에 사시게 되면서 엄마는 그전에 엄마와는 달랐습니다. '치매에 걸렸으니까 그렇지'라고 생각하시겠지만 그런 뜻이 아니랍니다. 모시기 전 엄마에게 있어서 저는 딸중에 제일 사랑스런 막내딸이었습니다. 그런데 모시게 되면서 엄마는 저를 남편처럼 엄마처럼 아님 자기가 의지할 단 하나의 대상이 되어버린 것이지요.

취미생활도 없고 친구도 없고, 그저 자식과 돈밖에 몰랐던 엄마는 이제 오로지 저만 바라보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너무 많은 것을 가지고 있는 것이지요. 엄마, 직장, 아이들, 남편, 교회.... 엄마는 오로지 저만 보는데 저는 돌봐야하는 것이 너무 많은 것이 문제였습니다. 

처음 몸이 편찮으셔서 우리집에 오셨을 때 제가 오로지 엄마를 위해 최선을 다할 땐 엄마는 행복해 하셨습니다. 몸이 점점 완쾌되자 전 다시 우리 아이들과 남편에게 그리고 다른 것에도 마음과 눈을 돌리자 엄마는 점점 이상한 사람으로 변해 갔습니다. 계속적인 돌발행동들, 사람을 괴롭히는 이상한 말들..... 점점  저를 지쳐가게 했습니다.

겨우 4개월이었는데 엄마는 더이상 엄마가 아니라 괴물 같았습니다. 저에게 괴물과 같은 존재로 느껴졌습니다. 너무나 슬픈 현실이었습니다.


망부석간절곶에 있는 망부석

 



그래서 더이상 견디지 못하고 엄마를 오빠 집으로 보내게 되었습니다. 엄마를 보내면서 저또한 무너졌습니다. 엄마를 사랑하지 못한 내가 도대체 누구를 사랑할 수 있을까?하는 자책이 저를 깊은 수렁텅이로 밀어 내렸습니다. 처음으로 위경련이라는 것에 걸려 보았습니다. 물도 음식도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걷는 것조차 힘이 들었습니다. 

시간이 약이라고 하나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제가 안정을 되찾아갈 때쯤, "적대감"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적대감이라는 상담책을 읽으며 전 감탄을 했습니다. 엄마와 관계된 이야기가 여기에 다 있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래서 자신도 힘들고 상대방도 이렇게 힘들게 만들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을 읽어가면서 적대감은 엄마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 적대감이라는 것은 전염이 된다고 하네요.엄마가 가지고 있던 적대감이 저도 모르는 사이 저에게도 다가와 저를 장악한 것을 깨달았습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엄마에 대한 적대감이 엄마를 엄마로 보지 못하고 괴물과 같이 느껴지는 저를 만들어 낸 것입니다.

'엄마만 잘못한 것이 아니구나  엄마를 잘 모른 나도 잘못한 것이 많구나 나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구나....'


적대감적대감은 전염되는 것이랍니다.



오빠가 엄마를 모신지 1년, 오빠도 더이상 견디지 못했습니다. 치매환자를 집에 모시고 산다는 것, 정말 해보지 않으면 그 고충을 어떻게 알까요? 오빠와 언니들이 요양병원으로 보내자고 하더군요. 그 때문에 꼬박 밤을 새며 기도하였습니다. 그런데 제 마음속에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다시 한번 모셔보자! 정말 자신은 없지만 나를 믿지 말고, 하나님을 의지해보자. 많이 힘들 때마다 하나님께 물으면서 한번 더 엄마를 모셔보자'

다음날 남편에게 엄마를 다시 우리 집에 모시면 어떻겠냐고 묻자, 남편은 흥쾌히 승낙을 해주었습니다. 오빠에게도 이야기하자 오빠는 왜 힘든 길을 또 가려느냐고 안타까워합니다. 그리고 고맙다며 너무 힘들다 싶으면 억지고 견디지 말고 그 땐 요양병원에 보내자고 하네요.  

그렇게 다시 치매걸린 엄마와 동거가 시작되었습니다. 화장실이 달린 안방은 엄마 차지, 우리 부부는 거실에 텐트를 치고 매일 야영하는 기분으로 살아갑니다. 그 날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일년이 되어가는군요. 울 엄마 아직도 우리집에 있는 것을 보면 기적같습니다.

울 엄만 좀 달라졌을까요? ㅎㅎ 그럴리 없죠. 계속해서 우릴 힘들게합니다. 그런데 엄마보다 제가 좀 달라졌습니다. 이전보다 조금 더 여유가 있어졌다고 할까요? 여전히 엄만 저를 힘들게 할 때가 많지만, 이전에 괴물 같아 보이던 그 엄마가 이제는 안스럽고 사랑스런 엄마로 남아 있다는 것입니다. 

치매 걸린 엄마와 함께 산지 아직 1년이 되질 않았지만 참 여러가지 이야기꺼리들이 있답니다. 이제 조금씩 엄마와 관계된 이야기보따리를 풀려고 합니다. 저와 같은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 분들과 함께 힘을 낼 수 있는 이야기들이길 소망하면서 오늘 이야기는 여기서 마칠께요. ^^ 


 치매엄마 모시면서 찾아온 첫번째 고비, 왜 짐을 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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