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19일자 한겨레 신문을 보면 대구서부고용노동지청이 관내 어린이집과 유치원 25곳을 대상으로 서면근로계약, 최저임금, 임금체불 등 3대 기초 고용질서 준수 여부를 조사한 결과 23곳에서 80건의 위반사실을 적발했다고 보도하였습니다.
이 조사는 지난해 1월1일 이후 대구서부고용노동지청에 민원이 접수된 일이 있는 대구 서·북·달서구와 경북 군위·성주·고령·칠곡군의 어린이집 19곳과 유치원 6곳을 대상으로 지난 4월15일부터 지난달 10일까지 이뤄진 것입니다.
조사 결과를 보면 현재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행태가 그대로 드러난 것 같아 참 씁쓸합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어린이집 2곳은 보육교사 4명에게 시급 4860원인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않는 임금을 지불하였고, 1곳은 퇴직교사에게 퇴직금 229만원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11곳은 직원들에게 최저임금 등에 관해 사전에 알려줘야 하는 '주지의무'를 위반했고, 어린이집 1곳은 서류 보관의무를 위반하였으며, 어린이집 12곳은 성희롱 예방교육을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어린이집 교사들이 바보가 아닐텐데 어떻게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받고 그 고된 일을 하고 있었을까 좀 의문이 듭니다. 하지만 현실에 와보면 그럴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드네요. 제 경험 상 이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고용계약서를 제대로 작성하지 않는 관행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어린이집 교사들의 처우 개선 문제가 많이 이슈가 되고 있는데, 처우개선을 위해서는 일단 법적으로 지급받게 된 것부터 교사들이 제대로 챙길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도 이제 보육교사 삼년 차이지만 그간 현재 근무하는 곳이 세번째 어린이집입니다. 일년에 한 번씩 이직한 꼴이죠. 정말 이를 악물고 일년은 있어야겠다고 버틴 결과입니다. 저만 그런 것이 아니라 어린이집 교사들이 이렇게 빨리 이직하게 된 데는 두 가지의 이유가 있습니다. 하나는 일이 너무 고되어서 건강상 더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저도 지금 허리를 다시 다쳐 병원에 통원치료를 하고 있습니다만 한 일년 정도 한 원에서 계속 일을 하다보면 이렇게 허리를 다쳐 일을 그만둘 수 밖에 없는 경우가 생기게 됩니다.
또 하나는 배신감입니다. 그래도 원장님을 믿고 일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위 신문에서 보도한 것처럼 내가 당연히 받아야 할 것을 받지 못했던 것을 알게 된 것이죠.
부산대학교 부설 어린이집, 담장에 피어있는 예쁜 장미꽃의 풍경
보통 선생님들은 자기가 받는 임금을 남에게 잘 공개하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내 임금에서 법적으로 보장된 것이 무엇인지 그 금액이 얼마인지 잘 알지 못하고 그저 주는대로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알아서 잘 해주겠거니 하는 것이죠. 그리고 다른 선생님이 자기보다 더 많은 임금을 주면 그 선생님에게 더 받아야할 이유가 있겠거니 합니다. 그러다 나중에 알고보니 당연히 나도 그렇게 받아야 하는데, 모르고 있어서 챙기질 못한 것입니다. 이럴 때 엄청난 배신감이 옵니다. 그리고 이직을 생각하게 되죠.
신문보도를 보니 어린이집 교사들 평균 임금이 155만원이라고 하는데, 그렇게 많이 받는 사람 그리 많지 않습니다. 우리 원만 하더라도 10년이상 근무한 초베테랑 선생님이 겨우 그정도 됩니다. 나머지는 여기에 미치지 못합니다. 그런데 그런 박봉 속에도 차이가 조금씩 있습니다. 이유는 받아야 할 것을 제대로 챙긴 선생님과 그렇지 못한 선생님이 있다는 것이죠.
다른 직장은 어떤 지 모르겠는데, 여기 어린이집은 사람을 고용할 때 구두로 계약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구두로 계약하다보니 임금에 대해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없게 되고, 또 구두로 했기 때문에 나중에 말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죠.
당신이 받을 임금의 내용과 금액은 이렇다고 명시되어 있는 제대로된 고용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이 관례가 되면 앞서 보도된 것과 같은 그런 부정은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어린이집 교사의 처우개선 문제 일단 이렇게 투명한 고용계약부터 선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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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우리밀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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