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대학의 한 교수님이 '스승의 날에 쓰는 교수의 반성문'이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스승의 날에 스승이 쓰는 반성문, 조금은 신선하면서도 이채로운 사건이라 관심을 가지고 그 분이 쓴 글을 읽어보았습니다. 그 내용 중 제 마음을 울컥하게 한 내용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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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에 교수가 쓰는 반성문
1. 학생을 '제자'가 아닌 '수강생'으로 대해온 것을 반성합니다. 2. 사람을 가르치는 스승 역할을 소홀히 하고, 정보지식 유통업자처럼 정보와 지식만 가르쳐온 것을 반성합니다. 3. 학생들에게 행복한 삶의 가치관이나 태도를 가르치기보다는 성공의 처세술을 가르친 것을 반성합니다. 4. 학생의 잘못된 삶을 보고도 꾸짖지 않고 방관해온 것을 반성합니다. 5. 학기를 마칠 때까지 학생들의 얼굴과 이름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한 것을 반성합니다. 6. 가슴 두근거림 없이 매년 신입생을 맞이해온 것을 반성합니다. 7. 학생들의 고민 상담을 귀찮아 하고 "바쁘다"는 핑계로 기피해온 것을 반성합니다. 8. 여러 고민으로 아파하는 제자들을 일으켜 세우기보다는, 획일적인 잣대로 냉정하게 질책하여 넘어지게 한 것을 반성합니다. 9. 제자들이 졸업 후 살아갈 직장사회에 대해 충분히 연구하지 않고 가르쳐온 것을 반성합니다. 10. 세상은 급변하고 직업이 요구하는 내용도 달라지고 있음에도, 시대에 뒤진 내용을 매 학기 그대로 가르쳐온 것을 반성합니다.
11. 학생에게 현재 필요한 것, 앞으로 필요할 것보다는 교수가 배운 것, 교수가 연구한 것을 우선적으로 가르쳐온 것을 반성합니다. 12. 다른 학문과 융합하지 않고 내 전공 분야만 고집함으로써, 학생들을 편협한 학문의 세계에 묶어두려 한 것을 반성합니다. 13. 학생들이 학교 밖 학원을 다니며 자신에게 진짜 필요한 것을 따로 배우게 한 것을 반성합니다. 14. 수업 내용과 방법을 제대로 알 수 없는 부실한 수업계획서를 제시하거나, 수업계획서와 다른 내용과 방법으로 수업을 진행해온 것을 반성합니다. 15. 사명감이나 열정 없이 시간 때우기로 학생들을 가르쳐온 것을 반성합니다. 16. 실제 수업 시간에도 못 미치는 짧은 시간 동안 수업을 준비하고 가르쳐온 것을 반성합니다. 17. 더 많은 학생들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수업을 정성껏 설계하여 가르치지 못한 것을 반성합니다. 18. 학생들을 수업에 참여시키지 않고 교수 혼자 수업을 주도하며 가르쳐온 것을 반성합니다. 19. 학생들과 상호작용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수업을 진행해온 것을 반성합니다. 20. 시간 부족, 진도를 핑계로 체험을 통한 수업방식을 생략하고 이론을 암기시키는 방식으로 가르쳐온 것을 반성합니다.
21. 현재의 수업 방식을 개선하지 않고 늘 같은 방법으로 가르쳐온 것을 반성합니다. 22. 낮은 수업 성과의 원인을 학생의 책임으로만 돌려온 것을 반성합니다. 23. 학생의 개인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우수학생을 중심으로 가르쳐온 것을 반성합니다. 24. 제 시각에 수업을 시작하고 제 시각에 마치지 못한 것을 반성합니다. 25. 교과 내용의 암기 수준으로만 학습 성과를 평가하고, 채점하기 쉬운 방법으로 출제를 함으로써 학습자의 학습 풍토를 왜곡시켜온 것을 반성합니다. 26. 편견이나 개인적인 관계 등 공정하지 못한 기준으로 학생을 평가해온 것을 반성합니다. 27. 학생의 학습성과는 철저히 평가하면서, 교수 자신의 교수성과는 제대로 평가하지 않고 가르쳐온 것을 반성합니다. 28. 학생이 오랜 시간 작성한 과제물을 성실하게 꼼꼼히 살펴보지 않고 짧은 시간에 대충 평가하고 성의없이 피드백해준 것을 반성합니다. 29. 강의평가 결과에 급급하여 학생들의 눈치를 보며 소신있게 가르치지 못한 것을 반성합니다. 30. '연구' 때문에 '교육'을 못하고, '교육' 때문에 '연구'를 못하겠다고 변명했으며, 개인적인 연구실적만 중시하고 가르치는 일은 뒷전에 미뤄온 것을 반성합니다. 31. 교수는 '현자(賢者)'라는 고정관념에 빠져 학생의 창조적인 생각을 존중하지 않고 교수의 생각을 일방적으로 주입시키려 한 것을 반성합니다. 32. 학생의 학습보다 교수의 연구자료 수집을 위해 과제를 내준 것을 반성합니다. 33. 학생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나 자료를 교수의 학술자료로 활용해온 것을 반성합니다. 34. 교수를 '갑'으로, 학생을 '을'로 여긴 나머지 학생에게 시간적, 금전적 부담을 부당하게 줘온 것을 반성합니다. 35. 타과 수강생, 부전공 수강생, 복수전공 수강생을 차별해온 것을 반성합니다. 36. 소속 대학을 '우리 학교'가 아닌 '이 학교'로 칭함으로써 학생들의 자존감을 손상시킨 것을 반성합니다. 37. 교수 자신과 자신의 영역 외에는 모두 비판의 대상으로 여기며, 대안 없이 비판만 해온 것을 반성합니다. 38. 커리큘럼과 강사 선정의 최우선 기준을 학생들의 학습성과에 두지 못했음을 반성합니다. 39. 교수 사이에 서열과 신분을 지나치게 중시했으며, 비정규직 교수를 동료로 충분히 인정하고 배려하지 못한 것을 반성합니다. 40. 교육이나 연구는 부업으로 여기고, 학교 외부 활동을 본업으로 삼아온 것을 반성합니다.
미국 하버드대학의 설립자 존 하버드의 동상, 이 동상의 구두를 만지만 합격한다는 전설이 있어 이 구두를 만지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고 합니다. @사진 레몬박기자
반성할 것이 무려 40가지나 됩니다. 그런데 이 분의 글을 읽다보니 우리 대학의 현실이 너무 가슴 아파옵니다. 며칠 전 신문을 보니 각 대학마다 인문학이 퇴출되고 있다는 기사가 있었는데, 정부에서 하는 교육 평가시스템이 취업 위주로 평가되고 있다보니, 취업에 약한 인문학 분야가 홀대를 받는다는 것입니다. 모든 학문의 기본이 되고, 대학의 꽃이라고 하는 인문학이 평가절하되며, 인문학이 설 자리가 없는 대학, 이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이 교수님도 대학이 이런 학문 연구보다는 취업교육기관으로 전락하고 있는 대학의 모습에 자괴감을 갖고 있지 않나 생각도 들구요. 현실은 대학교수로 하여금 취업상담과 취업을 위한 정보제공자의 역할을 요구하는데, 그 속에서 스승이고픈 자기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는 현 대학의 현실이 양심 바른 교수님에게 이런 반성문을 쓰게 하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교수를 갑으로 학생을 을로라는 문구도 비정규직 교수에 관한 언급 역시 마음을 울적하게 만드는 우리 대학의 현실이군요. 언제나 우리 사회에 갑과 을이 아닌 우정을 나누는 동료로서, 그리고 학교에서는 스승과 제자의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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