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날이 다가옵니다. 교회에서도 아이들을 위한 선물 준비에 고민이 많습니다. 뭘 선물로 줘야 아이들이 행복해할까? 저는 다행히 우리집 아이들을 위한 선물은 고민하지 않습니다. 왜냐면 막내가 올해로 중학생이 되었기 때문이죠. 이제 우리집에서 어린이날 선물은 끝이다. ㅎㅎ
이제 조카들이나 챙겨주면 모를까? 헐 그러고 보니 손주도 있었네요. 제 나이 40대에 손주가 생겼습니다. 제 큰 언니 딸, 그러니까 제일 큰 조카가 시집가서 재작년에 아들을 낳았거든요. 졸지에 할머니가 되고 말았습니다. 이 엄청난 사실을 숨기기 위해 당분간 그 손주 녀석 우리집에 출입금지입니다. ㅎㅎ
그런데 퇴근해서 집에 돌아와보니 우리 아이들과 아빠가 언쟁 아닌 언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첫째가 이러네요.
"아빠, 올해 어린이날 선물은 뭘로 할꺼야? 난 핸폰 바꾸고 싶은데..그냥 갤쓰리 정도면 이해해줄께~ 알았지?"
울 남편 눈을 똥그랗게 뜨고는 큰 딸을 향해 니가 어떻게 어린이냐고 마구 따집니다. 그러자 울 큰 딸 하는 말,
"아빠, 어린이는 나이로 하는게 아니예요. 날 봐, 이렇게 순수한 귀염둥이를 두고 어린아이라고 하지 누가 어린이겠어요? 아빠 따랑해요^^"
헐~ 정말 가관입니다. 그런데 그런 큰 딸의 애교에 울 남편 거의 넘어가기 직전이네요. 그러자 둘째부터 막내까지 줄줄이 자기는 어린이라고 주장하고 나섭니다.
"아빠, 난 아직 정신 연령이 낮은가봐, 어린이날 선물을 받고 싶네. 선물주세요."
"아빠, 난 아직 덜자랐으니까 어린이가 맞는 거 같애. 어린이날 선물주세요."
그러자 막내가 이렇게 애교를 부립니다.
"아빠, 난 중학교 다니기가 싫어. 초등학교로 다시 갈거야. 어린이날 선물 안주면 초등학교로 다시 갈꺼야!"
참 내~ 아빠와 아이들이 식탁에 앉아 이러고 있습니다. 울 남편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절대 안된다고 하고, 아이들은 자기들이 아직은 어린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제가 한 마디 했습니다.
"모두 들어가서 공부해!"
어린이날 선물, 다 자라서도 받고 싶은가 봅니다. 그런데 제가 잘 아는 지인이 자기 아들 학교에서 받아온 상장을 자랑합니다. 무슨 상인가 했더니 담임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상장 용지를 나누어주면서 숙제를 내주었다고 합니다. 무슨 숙젠고 했더니 집에 가서 자기가 상을 주고 싶은 친구 이름을 적고, 무엇때문에 상을 주고 싶은 지 내용을 적어오라고 했다네요.
그런데 자기 아들은 무려 일곱명의 아이들에게 상을 받아왔다고 자랑합니다. 한 학급에 스물이 조금 넘는다고 하는데, 거의 1/3 아이들에게 상장을 받은 것이죠. 그 아들 정말 자랑할만합니다. 그 상장 한 번 구경해보세요.
아이들이 친구에게 직접 만들어 준 상장입니다.
그런데 상장 내용이 재밌습니다.
이 친구는 "1인 1역을 잘해서, 바르고 조용해서, 바른 말을 사용해서, 바르고 고운말을 사용해서, 눈이 항상 선생님을 향해 있어서, 마음이 곧고 눈이 맑아서, 발표를 잘해서" 상을 준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친구를 참 유심히 관찰했구나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데 이 아이 엄마 위 상장을 보면 좀 이상한 점이 없냐고 또 묻네요. 뭔가 하고 봤더니 상을 준 아이들 이름이 모두 여자입니다. ㅋㅋ 이 정도면 자랑할만 하네요. 그런데 이 상장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어린이날 아이들에게 부모가 아이를 위한 상장을 만들어주면 어떨까? 과연 우리 아이 어떤 점이 잘났는지 곰곰히 관찰해보고, 아이의 자존감을 높여주고, 또 아이에게 부모의 사랑이 느껴지도록 할 수 있는 멋진 상장을 만들어서, 어린이날 아침에 집에서 시상식을 하는 것이죠. 부상으로 마음을 담은 선물을 함께 주면 아이는 정말 그날이 날아갈 듯 행복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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