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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공부의 신'이라는 드라마가 있었죠. 아이들마저 공부의 신에 빠져 공부를 하지 못하게 한 아주 재밌는 드라마였습니다. 대충 방송 내용을 정리하자면 문제아들만 있는 고등학교가 문을 닫게 되었는데, 변호사 한 분이 그 고등학교를 다시 살리기 위해 아이들을 공부의 신으로 만들어 명문대를 보내려고 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학교 학생들 중 정상적인 가정을 가진 아이들은 거의 없더군요. 부모가 없거나 부모가 있어도 부모 노릇을 제대로 못하는 가정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생활이 어려워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공부하는 아이들도 있더군요.
그런데 방송을 보는 내내 저의 어렸을 적 생각이 났습니다. 저도 어린 시절 참 힘들게 살았거든요.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신 저는 가족이 함께 모여 화목하게 웃어본 기억이 전혀 나질 않습니다.
어릴 적 생각을 되살려보면, 그저 간혹 계신 엄마에게 꾸중이나 듣고, 집에 들어가기 싫어 혼자 길거리를 헤메며 돌아다녔던일, 어두컴컴한 집에서 혼자 무서움에 떨며 잠잤던 일 등, 뭐 그런 행복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일들만 생각이 날 정도입니다. 그래도 저에게 즐거웠던 기억이 있다면 친구들과 동네에서 어울려 재밌게 놀았던 기억 정도랄까요.
저를 칭찬하고 격려을 해준 사람이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왜 안날까요? 없었거든요. 국민학교(예전 초등학교) 졸업식 날이 생각이 납니다. 그 많은 사람들중에 저를 축하하러 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물론 가족 중에서도요.
그날 얼마나 서러웠던지..아직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서럽고 창피하고 눈물이 났습니다. 졸업사진도 한 장 없을 뻔 했는데, 제 친구 어머님이 같이 사진 찍자고 해서 어떨결에 찍은 한장이 전부입니다. 사진을 찍을 때 웃으라는 말에 저는 그저 힘없이 웃었습니다. 그 사진이 지금도 있는데, 한 번씩 보면 지금도 슬퍼지더군요.
그래도 그나마 이렇게 제가 클 수 있었던 것은 고등학교 때부터 가진 신앙과 억지로라도 긍정적인 생각을 가질려고 노력한 것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무도 저를 격려해주지 않았기에, 전 제 자신에게 이렇게 수도 없이 격려를 해 주었습니다. 저는 제 이름을 부르며,
"괜찮아~ 나중엔 더 좋아질꺼야. 그리고 언젠간, 이시간을 추억하며 그리워 할 때도 있을꺼야"
슬프고 힘들 때마다 저는 제 자신에게 스스로 이야기를 했지요.
"넌 할 수 있어. 용기를 잃지마."
거의 고아나 다름 없는 어린 시절을 보냈던 저는 고등학교 때 친구의 권유로 교회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그 때 처음으로 저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저를 격려해주는 분을 만났습니다. 바로 하나님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이지만 하나님께 기도하며, 제 속마음을 털어놓을 때 얼마나 마음이 편안한지, 그리고 제가 소원하는 작은 일들이 하나씩 이루어져가는 것을 경험하고, 또 제가 힘들고 속상해서 울음을 터뜨릴 때, 저는 저를 다독이시며 격려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습니다. 제 스스로를 격려하던 것과는 또 다른 경험이었습니다.
울 큰 딸이 한번은 저에게 이렇게 묻더군요.
"엄마, 엄만 어려서 현모양처가 되어야지 하는 꿈을 꾼적이 있어요?"
제가 딸에게 대답했습니다.
"아니, 엄만 좋은 가정의 본을 보고 자라지 못해서 감히 현모양처가 되고 싶다는 꿈을 꿀 수가 없었단다. 엄마 친구 중에 현모양처가 꿈인 애가 하나 있었는데 엄만 그 아이가 참 신기하게 느껴졌지. 얼마나 가정이 화목하고 행복하면 현모양처가 꿈이 될 수 있을까?
엄만 그저 한 가지만 생각했어. 나중에 커서 결혼을 하고 엄마가 된다면, 아이들이 학교 마치고 집에 돌아왔을 때 무섭지 않게 엄마가 기다리고 있는 가정을 만들어 주어야지. 그래서 엄마가 이렇게 집에 있잖아."
울 큰 딸이 살며시 웃네요.
제가 어려서 어렵게 살아서 일까요? 그래서 힘들게 어린시절을 보내는 아이들을 보면 꼭 나를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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