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어린이집 결근하였습니다. 예전 허리를 살짝 삐끗한 적이 있었습니다 .거의 일도 하지 못하고 한달을 누워 있었답니다. 침 맞고 한약 먹고 해서 겨우 나았는데, 그 후 이 맘 때만 되어 조금만 무리하면 다시 허리 통증이 재발하네요. 제가 하는 일이 0세 아이들을 돌보는 것이라 아기들을 안고 업고 하는 일이 많아 이 맘 때가 되면 누적된 피로가 한계상황에 이르는 것 같습니다. 거기다 추석 명절까지 있으니 몸의 컨디션 최악에 이르죠. 추석 다음날부터 허리가 시큼거리더니 도저히 일어나기 힘들 정도로 아프네요. 겨우 한의원에 가서 침맞고 일단 이번주까지는 쉬면서 요양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원장님께 사정을 이야기하고 휴가를 받았습니다. 덕분에 울 남편 고생이 심합니다. 자기 할 일도 바쁜데 틈틈히 저를 챙기네요. ㅎㅎ 그런데 오늘따라 유난히 제게 친절합니다. 아침에 절 병원에 데려다주고 데려온 후엔 전화도 많이하고, 이것저것 물어보고, 뭐 먹고 싶은 게 없냐며 그러네여. 무슨 일이 있나? 그런데 제 전화기로 문자가 왔습니다. 카드회사인데 생일축하한다네요. 헐.. 제 생일도 잊고 있었습니다. 아 .. 내 생일이구나..
분홍 돼지가 촛불켜는 예쁜 케익@구글이미지에서 퍼왔습니다.
카톡에서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는 표시가 납니다. 뭔가 하고 들어가봤더니 우리 가족 채팅방입니다. 남편이 이렇게 적어놨네요.
"얘들아 큰일났다, 오늘 네 오마니 탄신일이다"
울 아이들도 그제서야 알았다며 채팅방이 순식간에 난립니다. 큰 애가 케익 사오고, 저녁은 아빠가 잘 준비하고 우리는 일찍가서 엄마에게 서프라이즈 해주겠다는데, 울 둘째 이런 말을 적어놓습니다.
"이걸 어째, 난 아빠가 적어논 게 이해가 안가서 방금 엄마에게 전화해버렸어."
ㅋㅋ 산통이 다 깨지는 순간, 더 압권이 글이 뜹니다.
"막내: 에구 지금 엄마 우리 카톡 다 보고 있다. 서프라이즈 하려면 엄마 빼고 카톡해야지 이게 뭐람..툴툴.."
카톡 그거 정말 재밌네요. ㅎㅎ 그렇지만 전 모른 척하고 있었습니다 .오늘 저녁 어떤 일이 일어날까? 울 남편 전화가 오네요.
"여보 당신 생일 선물 뭐가 좋을까? 먹고 싶은거 이야기해봐. 다 사줄께"
아마 울 남편 통닭과 피자 뭐 이런 걸 기대했나 봅니다. 왜냐면 카톡을 보니 아이들이 오늘 저녁 외식이 안되면 피자 통닭 아빠가 쏘라고 난리네요. 하지만 전 아닙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게 있거든요. 제가 이렇게 아프다보니 반찬을 할 수가 없어 울 집 식단이 말이 아닙니다. 그래서 남편에게 저녁으로 먹을 죽과 시장 반찬가게에서 반찬 좀 사오라고 했습니다.
양산 남부시장 장날의 풍경입니다.
울 남편 득달같이 시장으로 가더니 제가 시킨대로 사왔습니다. 그런데 남편이 가져온 걸 보니 입이 쩍 벌어집니다. 무려 일곱가지 밑반찬과 바로 먹을 수 있는 햄조림 등 반찬 세 종류를 푸짐하게 가져왔네요. 사진을 찍지 않아서 좀 안타깝습니다. 조금 큰 반찬통에 한 가득 들어가는데 한 종류당 3천원이랍니다. 깻잎과 콩잎, 쥐포 조림, 콩자반, 오징어 젓갈, 낙지 젓갈, 양념게, 연근 모두 해서 2만 천원인데, 천원은 할인해 주더라네요. 시장 안에 반찬 가게가 몇 군데 있는데, 여긴 할머니가 직접 다 만든 거라고 합니다. 양념이 조미료 맛이 나지 않는 딱 제 스타일입니다. 울 남편이 여기서 산 이유 중 하나가 할머니께서 하시는 말씀이 정말 맛있다고 스스로 자부하시는데 믿음이 가더랍니다.
그리고 다른 골목에 있는 반찬가게는 바로 조림을 해서 먹을 수 있는 반찬들이 있는데, 한 팩에 2천원 세 팩에 5천원이랍니다. 햄 무침과 오징어 무침 그리고 콩고기 조림을 사왔는데, 오 이것도 맛이 괜찮네요. 그리고 돼지족발 큰 팩으로 1만 3천원에 사왔습니다. 그런데 제가 오늘 사온 반찬을 대충 계산해봐도 이 정도 가격에 이만큼의 반찬을 집에서 만들 순 없을 것 같습니다. 훨씬 더 많은 비용을 치뤄야 이정도 장만할 수 있겠죠. 시장인심이 좋다지만 이렇게 장사하면 남는게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특히 할머니 음식 솜씨가 절 감동케 하구요.
이곳에 울 남편을 감동케한 반찬가게가 있었습니다. 양산 남부시장 안입니다.
식탁에 놓인 반찬을 보곤 울 아이들 모두 탄성을 지릅니다. 그리고는 정말 맛있다네요. 울 아들 하는 말 ..
"엄마, 오늘 식탁은 학교 급식보다 더 맛있네요. 오늘 학교 급식도 정말 잘 나왔는데, 저녁은 그보다 훨씬 더 맛있습니다."
울 아들의 비교는 언제나 학교 급식입니다. ㅎㅎ 듣고 보니 좀 미안네요. 최근 가족 식단에 너무 신경을 못썼구나.. 바쁘고 아프다고 핑계만 대지 말고, 때로는 이렇게 시장 반잔을 이용하는 것도 좋겠구나 싶은 생각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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