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에 살고 있는 언니에게서 아주 맛있는 선물을 받았습니다. 올해 수확한 감을 홍씨로 만들어 보내 왔네요. 청도에는 4월에 우박이 와 감을 전혀 생산하지 못한 곳도 있었다고 합니다. 정말 고생해서 얻은 것을 동생이라고 정성들여 포장해 보내왔는데, 너무 고맙고 미안하고 그렇습니다.
우리집 아이들 모두 홍시를 좋아하긴 하지만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바로 울 남편입니다. 남편이 제일 좋아하는 홍시, 남편이 이렇게 홍시를 좋아하게 된 데는 사연이 있답니다.
울 남편 어릴 때 할머니 손에서 자랐습니다. 할머니는 청도에서 농사를 짓고 있었구요, 남편이 명절 때 시골에 가면 여기가 옛날 내가 살던 집이라며 보여주는 할머니 집은 그곳에 있는 다른 시골집과 다를바 없었지만 마당이 엄청 넓었습니다. 지금 이 집은 다른 분에게 팔렸는데, 그 마당은 복숭아 과수원으로 변해 있더군요.
그 마당 주위로 아름드리 감나무가 십수그루 심겨져 있었습니다. 가을이 되면 그 감나무에 감이 빠알갛게 익어가고 동네 아이들은 할머니 몰래 감서리 하기도 했답니다.
그런데 어느 바람이 세차게 불던 늦가을 어느 날 아침, 할머니는 밤새 바람소리에 무서워 잠 못 들다 늦잠 잔 손주를 깨웁니다. 부시시 눈을 비비며 문 앞 마루로 내려서니 할머니께서 귀한 손주 머리를 쓰다듬으며 담쑥 안아주시더니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저기 감나무 밑이 보이지? 가서 뭐가 있는 지 보고 가져오너라"
할머니 말을 들은 손주 한 달음에 달려가 보니 그 감나무 밑에 소복히 낙엽이 쌓여 있고, 그 위로 정말 잘 익은 빠알간 홍시 하나가 놓여 있었습니다. 손주는 그 홍시를 손에 들곤 할머니 홍시가 정말 잘 익었어 하며 들고 옵니다.
그 홍시를 받아든 할머니 아주 흡족한 웃음을 지으며 뒷춤에 감춰둔 것을 꺼내십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시루떡입니다. 그 시루떡을 조금 떼어서 홍시를 발라 손주에게 주십니다. 그렇게 할머니와 손주 늦가을 아침 볕을 맞으며 시루떡에 홍시를 발라 먹었다고 합니다.
"아니, 이제 할매도 먹어!"
그 맛이 어땠을까요? 오늘 울 남편 홍시를 먹다말고 할머니가 그립다며 눈물짓네요. 아무래도 저녁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시루떡 한 되 해놔야 할까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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