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맛은 있어 보이지 않습니까?
"엄마, 이건 뭐예요."
이럴 경우 절대 표정이 변하면 안됩니다. 도리어 더 당당하고 뻔뻔스럽게 말해야 밀리지 않습니다.
"엄마가 밥을 좀 질게 해서 그래. 닭고기 넣은 볶음밥이야."
자기가 좋아하는 닭고기를 넣었다는 말에 더 따지지 않고 넘어갑니다. 울 아들도 다가오더니 묻습니다.
"엄마, 이건 무슨 밥이예요?"
"응, 닭고기 넣은 볶은밥인데."
"어~ 이건 볶음밥이라기보다는 죽같은데요.ㅎㅎㅎ."
웃음이 심상치가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무렇지도 않다는듯이 아이들을 모두 불렀습니다. 식탁에 앉은 아이들, 제가 내놓은 볶음밥을 보더니 모두들 한마디씩 합니다.
"엄마 이건 뭐야?~."
뭐긴 볶음밥이지, 잔말 말고 걍 먹어라! 울 아이들 저의 포스에 눌렸는지 모두들 군말 않고 밥숟갈을 떠 입으러 넣습니다. 그 모양을 보고 있는 저..솔직히 조마조마하네요. ㅎㅎ
"야~ 그래도 맛은 있다."
자칭 미식가인 까탈이 첫째가 하는 말에
"닭죽 맛인걸... 그래도 맛은 있네."
울 아들도 맛있다며 잘 먹습니다.
"맛있네."
휴~ 다행입니다. 그렇게 모두들 한참을 맛있게 먹더니 갑자기 울 큰 딸이 젓가락으로 파란색 야채를 집으면서 묻습니다.
"엄마, 그런데, 이 파란것은 뭐예요?"
뜨끔~ 이 파란색 야채의 비밀을 알면 아이들이 뭐라 말을 할 지 모릅니다. 하지만 제가 누굽니까? 결혼 20년차의 네 아이를 키우고 있는 우리밀맘마가 아닙니까? 절대 당황하지 않고 아주 능청스럽게 제가 아이들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응. 맞춰봐."
아이들은 한가지씩 댑니다.
"시금치다."
울 첫째와 둘째가 얘기 합니다. 그리고 아들은 아무래도 열무 같다고 말하네요. 제가 정답이 아니라고 하자 울 큰 딸 맛을 봅니다.
"아무 맛도 안나네, 뭐지?"
아이들은 도저히 뭔지 알수 없다는 듯이 저를 쳐다봅니다. 제가 힌트를 줬지요.
"그러니까, 우리가 흔히 먹는 건데, 아마 이걸 볶음밥에 넣기는 이번이 처음일거야. "
울 큰 딸이 알겠다는 듯이 얘기합니다.
"아~ 아무 맛이 안나고 자주 먹는 거는 .... 상추다."
"빙고!"
"상추를 여기 넣었어? 헉~."
"ㅎㅎㅎㅎㅎ...."
어의가 없어 하는 아이들과 저는 한바탕 웃었습니다. 아이들이 몇숟가락 먹지 않으면 어떻하나 걱정 했는데, 그런 얘기를 하다보니 벌써 그릇을 다 비웠네요. 모두들 신기한 볶음밥이라며 이런 맛은 난생 처음이랍니다. 저는 속으로 사실 많이 긴장했지만 이렇게 다 먹어주니 감사할 따름이죠... 아마 우리 가족 모두에게 평생 기억에 남는 볶음밥이 될 것 같습니다. ^^
|
by우리밀맘마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