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생일을 맞아 엄마 아빠에게 보내는 감사편지
지난 토요일 우리 첫째 딸 우가의 생일이었습니다. 생일이 되기 한 달 전부터 생일선물로 이거 해줘 저거 해줘 하며 엄마 아빠와 타협을 하던 울 우가, 기다렸던 생일이 그렇게 지났습니다. 생일이 토요일이라 이미 친구들과 약속이 다 잡혀 있어 낮에는 없고, 저녁에 모여 같이 오붓한 식사를 했답니다.
그런데 울 우가 생일케익 자르고 밥 다 먹고, 그리고 동생들에게 생일선물과 축하 편지를 거두고 있습니다. 보니 남동생에게 숙제를 내줬더군요. 내가 그래도 남동생에게 축하편지를 받아야겠다며 정성이 담긴 편지를 써오라고 했던 모양입니다. 그러면 생일선물 따로 안줘도 된다구요.
울 아들, 누나의 명령대로 아주 정성이 담긴 편지를 썼네요. ㅋㅋ 편지지 한 가득 아주 크게 "정성이 담긴 편지"라고 적혀있습니다. 그러면서 아주 뿌듯한 모습으로 누나를 위해 정성이 담긴 편지를 썼노라며 건네줍니다.
그러자 울 우가 글자를 하나하나 세어보면서 다시 써라고 합니다. 200자가 안되었다구요. 200자 이상이라고 했다는데, 울 아들 그냥 정성이 담긴 편지면 된다고 이해했네요. ㅋ 한대 맞지 않은 것이 다행입니다.
그런데 울 우가, 아주 이쁜 봉투를 우리에게 내밉니다.
"엄마, 아빠 절 낳아주셔서 고마워요. 그래서 고마움을 편지에 담았어요."
편지 봉투에게 엄마 아빠에게, 그라고 사진처럼 맛있는 초콜릿을 달아두었습니다. 일단 제 걸 재빨리 먹고, 남편에게 당신 초콜릿 안좋아하지 하면서 뺏어먹었습니다.
역시 뺏어먹는 초콜릿은 더 맛있네요. ㅎ
무슨 내용이 들었을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편지를 열어 읽어보았습니다.
마마, 우가!
생전 안쓰던 편지쓰려니까 좀 ..먼저 낳아주셔서 감사하고(고통과 기다림을 뚫고)
이렇게 이쁘게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
성격상 듬직한 큰딸보다는 아프니까 맨날 신경써야 하고
바빠서 뭐 부려먹지도 못하는
집에 박혀 있는거 싫어해서 맨날 돌아댕기고
평범한 길은 싫다해서 먼곳으로 일찌감치 떠날 준비해
걱정시키고 속썩여서 죄송합니당께
요즘 울 엄마 투잡뛰느라 힘든 거 뻔히 보이는데도 별 도움이 될망정..두번 sorry
엄마 내가 호강시켜준다고 말은 뻥뻥해댔는데..
그럼 울 엄마 건강히 오래오래 살아야되니까 꼭 그래! 기다려주라, 딸 될 때까지.
언제나 감사하고(특히 나를 존중해주고 언제나 내 편이 되어주어서)
아빠랑 둘이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다 아빠 먼저 가면 재혼해도 돼!
사랑해 MAMA♡
편지 읽다 살짝 울컥..그러다 마지막 구절에 파~하고 웃었습니다. 울 신랑 저보다 먼저 가면 재혼해도 된답니다. 곁에서 곁눈질로 보던 울 남편..우이씨~ 그럽니다.
ㅎㅎ 그럼 아빠에게는 뭐라고 적었을까요?
사랑하는 my bear 빠빠♡
골칫덩어리 우가에용 ㅎㅎ
일단 날 이렇게 키워주신 것 감사해요. 난 내가 너무 좋거덩..
아빠 딸 이래서 시집이나 갈런지 모르겠네 .. ㅋㅋ
아빠 내가 요즘 아빠 속 안썩이고 있는지 모르겠넹.
항상 어느 정도는 미안하지만 나도 뭘 어찌해야될지 모르겠어서 죄송해용
항상 아빠한테 감사하고 고맙고, 그런거 알징?
딴 애들 보면서 울 아빠는 날 참 많이 사랑하면서두 잘 키우고 있다는 생각이 ㅋㅋ(나대로 자라도록) 사실 한국 사회나 학교가 원하는 그런 반듯한 아이는 아니지만
내가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결정하고 책임지도록 키워준 울 아빠께 새삼 감사중^^
런던 가면은..심심해하지 말고 ㅋㅋ 기도 말 안해도 새빠지게 하시겠지만
너무 걱정하지 마요 ㅎㅎ 다 저 위에 계신 분께서 꾸미신거면 무사하겠지 ㅋ
아빠♡ 앞으로도 잘 부탁하고
80kg 올해 안으로 꼭 찍고 마의 40대 못넘기면 천국에서 아빠 안봐!
울 우가는 아빠의 건강이 제일 염려스런가 보네요.
울 딸..벌써 이렇게 컸네요.
고마워~~ 네 말대로 이쁘게 잘 커줘서..사랑해♡
|
by우리밀맘마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