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세 이하의 무상보육, 어린이집 교사가 보는 무상보육시스템의 장점과 단점 그리고 지향해야 할 방향
무상보육, 만 2세 이하의 영아에 대해 전액보조하겠다는 무상보육, 정부가 무상보육을 하겠다는 의도는 무엇이며, 무상보육 왜 이런 이야기가 지금 나오게 되었을까? 언론을 통해 보도된 무상보육 과연 어떻게 시행하며, 과연 그 실효성은 어떨까? 현제 0세반을 맡고 있는 어린이집교사의 입장에서 정부가 말하는 무상보육에 관한 내용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어제 뉴스를 보니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2세 이하의 영아 전액보조에 대해 원칙 없는 포풀리즘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더군요. 보도 내용을 살펴보면
만 2살 이하 무상보육은 원래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와 예산안에는 없던 내용인데, 만 2살 이하 무상 보육이 불쑥 치고 들어온 거라 합니다. 그런데 실효성도 의문인 것이 만 2살 이하 영.유아 중 어린이집에 가지 않는 63만 4천여명은 지원이 없다는 것이죠. 만 2살 이하 아기는 집에서 키우라는 OECD 권고와 정반대의 상황인데다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만 보육지원을 한다는 것은 자칫 어린이집과 같은 보육기관의 배만 불려주는 정책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는 내용입니다.
저는 지금 어린이집에서 0세반을 맡고 있습니다. 어린이집 규정상 0세 아이 3명을 교사 1인이 돌볼 수 있는데, 현재 3명을 맡고 있습니다. 어린이집에서 아기들을 맡아 키우는 일 정말 엄청나게 힘듭니다. 아마 자기 아이도 엄마가 하루종일 돌보면 어떨 땐 짜증나고 지치고 한 대 쥐어박고 싶을 때가 한 두번이 아닐 것입니다. 그만큼 육아는 전문적인 지식이 있어야 하고, 또 깊은 사랑과 애정을 갖고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죠. 자기 아기도 이리 키우기 힘든데 남의 아기를 그것도 셋이나 키운다고 생각해보세요. 어떤 문제가 있을지 바로 생각이 들지 않으시나요?
1. 만 2살 아기는 집에서 키워야 한다는 OECD의 권고
OECD의 이 권고는 정말 받아들이고 지켜져야 할 권고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0세 아이들을 돌보는 직업을 갖고 있지만 제게 맡기는 아이들은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아이를 맡길 데가 없는 부모를 위한 곳이 되어야지, 엄마 대신 아기를 맡아 키워주는 곳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아기는 최소한 만 2세까지는 엄마 품에서 자라야 정서도 안정되고 지능도 발달되고, 그리고 건강하게 자랍니다. 이건 만고불변의 법칙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정부의 이번 계획은 아기들을 엄마 품에서 떼어내도록 하는 정책이 아닐까 생각되네요. 이번 정부의 발표 후 전업주부로 아기를 키우고 있는 엄마들의 문의가 엄청나게 오고 있습니다. 육아로 지쳐가는 엄마들에게 탈출구를 마련해준 것이죠. 하지만 이건 탈출구가 아니라 자기 아이를 방치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어린이집 교사들이 아기를 잘 돌보려해도 현실적으로 돌보는 것이 아니라 그냥 관리해주는 것입니다. 너무 무책임한 일이 아닐까 싶네요.
2.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만 보육료를 지원해준다
그리고 이렇게 아기를 어린이집에 맡기도록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만 보육료를 지원해준다는 것은 앞서 이야기 했듯이 엄마들이 아기를 키우지 않도록 부추기는 일입니다. 무책임한 엄마들을 양산하는 결과를 낳는 것이죠.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이렇게 집에서 키울 수 있는 아기도 어린이집에 맡기려 하기 때문에 정말 아이를 맡길 수밖에 없는 워킹맘들이 아기 맡길 곳을 찾기 어려워졌다는 것입니다. 어린이집 입장에서는 아기를 이른 시간에 맡기고 늦은 시간에 데려가는 워킹맘의 아기보다는 늦게 맡기고 일찍 데려가는 전업주부들의 아기들이 훨씬 편하기 때문에 이를 더 선호하게 될 것이구요.
3. 어린이집 배만 불리게 하는 정책이다.
솔직히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0세 아기 한 명당 지원되는 금액이 약 80만원 정도입니다. 교사 1인당 3명을 맡을 수 있으니 계산 상으로 240만원정도가 매달 어린이집 수입이 되며, 그중 100여만원은 교사 월급으로 나가게 되겠죠, 아기들의 우유나 기저귀 등은 부모들이 챙기기 때문에 어린이집에선 별도의 물품이 필요없는 점을 보면 꽤 많이 남는 장사인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이건 3명을 다 채웠을 때의 일이구요. 문제는 교사 수급이 어렵습니다. 0세 아기 3명을 돌볼 수 있는 능력자를 구하는 것은 더 어렵습니다.
4. 그렇다면 어떻게?
저는 개인적으로 아기들뿐만 아니라 대학까지의 교육은 나라가 책임져야 하지만, 그 정책은 연령대에 따라 각각 달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상보육 취지는 좋지만 2세 이하의 아기들을 기관에 맡겨 교육시켜야 한다는 발상은 보육에 관해 전혀 고민해보지 않은 처사라고 생각합니다. 포풀리즘이라는 지적 받아들여햐 하며, 다른 각도로 이 문제를 접근해야 합니다.
일단은 2세 이하의 아기가 전면 무상보육을 할 수 있는 재원 마련이 가장 시급한 일이고, 그게 어렵다면 0세 아기부터 엄마품에서 아기가 자랄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지원해주는 것이 좋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워킹맘을 위해서 어린이집에 맡겨야 하는 아기와 집에서 엄마가 아기를 키울 때 지원받는 양육비를 같이 산정해서 지원하는 것입니다.
이 정책을 제안한 분들 아마 단순히 수치상으로만 계산한 것 아닌가 싶은 의구심이 듭니다. 현재 어린이집에 맡긴 0세 아기들 수는 그리 많지 않거든요. 이 정도의 숫자면 전액 보조해줘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막상 시행해보면 어린이집 정원은 다 차게 될 것이고, 대기자까지 생길 것입니다. 이게 과열되면 앞서 말한 워킹맘의 아기들, 정말 맡겨야만 하는 상황에 있는 아기들은 뒷전으로 밀려나게 될 것이며, 시설 확충이라는 또 다른 문제에 봉착하게 될 것입니다. 재원을 얼마나 마련했는지는 몰라도 처음 계산한 것과는 엄청난 차이가 발생할 것이구요, 그럼 이 정책은 좌초될 것이 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정책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무엇보다도 아기를 엄마품에서 잘 자라게 할까?라는 가장 원초적인 질문에 답하려는 태도를 가져야 할 것입니다. 그러면 저출산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해결책이 나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 보육현장에서 느끼는 20만원 양육비 지원의 실제체감온도는?
우리 사랑스런 아기에게 엄마를 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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