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울 남편 역시나 늦게 들어옵니다. 전 아이들과 TV 보다가 저의 한계선인 10시가 되자 그만 자리에 누웠습니다. 그래도 울 남편 전화는 해봐야겠다 싶어 전화를 걸었죠.
"자기 언제와?"
'우리 큰 따님이 오시면 제가 모시고 집으로 가야하니 큰 따님이 오시는 시간이 제 퇴근하는 시간이죠."
" 울 우가 넘 나쁘다. 울 남편을 뺏어갔어. ㅜㅜ "
" 그래 그렇지? 우가 나쁘다. 오는대로 얼릉 들어갈께. 잘 자 내사랑, 쪽쪽 ~~"
그렇게 울 남편 제게 전화로 뽀뽀해주고 갖은 아양을 떨면서 전화로 절 위로해줍니다. ㅎㅎ 그렇게 전화를 끊자 제 옆에 어느새 울 아들 누워서 엄마가 하는 짓을 바라보고 있네요. 그 표정, 저러고 싶을까? 결혼한 지 몇 년인데 아직도 저러나 ..뭐 그런 표정입니다. 한 소리 해줄까 하다가 그냥 저도 자리에 누워서는 그런 울 아들의 두 손을 꼭 잡아 주었습니다. 이녀석 아주 흐뭇해하는 표정입니다. 기분이 나름 좋았는지 제게 이렇게 말하네요.
"엄마 나는 세상에서 울 엄마가 젤로 좋더라"
ㅋㅋ 당연하지. 그런 울 아들을 향해 저도 뭐라 한 마디 해줘야 하잖아요. 그래서 이렇게 말해줬습니다.
"아들아 난 울 아들을 아주 많이 좋아한단다. 하지만 역시 제일 사랑하는 것은 네 아빠란다."
아무래도 전 병인 것 같습니다. 그냥 아들에게 그래 엄마도 널 제일 좋아해 그렇게 해주면 어디 덧나나요? 그런데 전 그게 안된답니다. 그렇게 하면 꼭 거짓말 한 것이라 양심에 찔리고, 그렇게 거짓말 한 아들에게도 남편에게도 그리고 저에게도 영 불편하거든요. 이 놈의 정직병 어디 좀 팔아버렸으면 싶은데 어쩌나요? 이게 제 모습인 걸요. 그러자 울 아들,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고함을 칩니다.
"그래 알았어요. 뭐~ 나도 엄마가 세컨드라구요."
그러면서 죄 없는 이불을 차더니, 몇 번을 씩씩 대면서 풀썩.. 이불 뒤집어쓰고 잡니다. 에구 무서워서 말도 못 붙이겠더군요. ㅎㅎ
이 말을 울 남편에게 해주었더니 완전 뒤집어집니다. 울 남편은 어떻게 처신하냐구요? 울 남편 아주 능구렁입니다. 막내 이삐가 물으면 "이삐 네가 최고로 좋아" 그 옆에 있는 아들이 다시 물으면 " 그렇지 울 아들이 제일 좋아" 우리 큰 딸이 물으면 "울 딸은 내 최고의 작품이야." 작은 딸이 물으면 "두말하면 입아프지 울 히야가 최고지" 이럽니다. 묻는 사람마다 최고 제일을 입에 침도 바르지 않고 잘도 술술 불어댑니다. 그러다 제가 눈에 불을 켜고 묻습니다.
'정말 누가 제일 좋아?"
그러면 울 남편 아무렇지도 않은듯
"물론 당신이 제일 좋지. 오직 내 사랑, 아이러뷰..."
이럽니다. 그러면 울 아이들 모두 헐~ 그런 표정이지만, 모두 제 각각 그래도 아빠는 날 젤 좋아해 하면서 더이상 시비를 걸지 않죠. 정말 고단수입니다. 그래서 제가 사람이 어찌 그러냐고 따지면 이렇게 말합니다.
"난 우리 아이들과 당신 모두 최고로 좋아. 언제나 난 진실하거든요.."
제대로 사진 찍힐 줄 아는 우리 이삐~~ 사랑해
아~ 이런 가증스런..어떻게...그러면서도 그런 남편이 좀 부럽습니다. ㅎㅎ 그런데, 이런 저에게 진실을 강요하는 유일한 존재가 있습니다. 바로 울 막내 이삐입니다. 어느 날 집에는 저와 울 이삐 둘만 있습니다. 피아노 학원 가는 시간이 우리 저녁 시간이라 이삐는 항상 한 시간 일찍 저녁을 먹죠. 그렇게 이삐를 위한 저녁을 준비하는데, 울 이삐 아주 사랑스런 목소리, 애교가 철철 넘치는 목소리로 묻습니다.
"엄마~ 엄마는 세상에서 누가 제일 좋아?"
헐~ 이 나이에 어린 딸에게 이런 질문을 받다니..이건 나의 전매특허인데..그러면서도 제 가슴이 벌렁거립니다. 이거 뭐라고 대답해야 하나? 잘못 대답하면 저녀석 삐치고, 또 울텐데..걱정으로 가슴이 조마조마해집니다. 에구 이 놈의 정직병..제발 남편 속에 있는 능구렁이 한 마리라도 좀 꿔와야겠네요. 그렇게 제가 대답을 머뭇거리는 사이 울 이삐 이렇게 말합니다 .
"엄마, 내가 정답에 대한 힌트를 하나 줄께요. 지금 여기에는 아빠가 없답니다. 그리고 진실을 말하지 않으면 삐칠거야..."
ㅋㅋㅋㅋㅋ 입을 삐죽히 내밀고는 정말 제대로 대답하지 않으면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말합니다. 저의 정직병, 울 이삐의 이 표정과 압력 앞에 그만 무릎을 꿇고 말았습니다. 아주 환한 표정으로 그리고 사랑을 듬뿍 담은 음성으로 대답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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