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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한 울 남편 큰 소리 치다가 꼬리 내린 사연

알콩달콩우리가족

by 우리밀맘마 2011. 12. 13.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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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남편 성격 참 좋습니다. 그런데 좋은 성격 속에 불뚝 성질이 있답니다. 웬만한 일은 다 웃어넘기고 포용하고 또 이해하다가도 어떨 땐 갑자기 성질을 냅니다. 신혼 초엔 그런 남편의 기질을 알지 못하였기에 상당히 많이 놀랐답니다. 제가 그런 남편에게 왜 그러냐고 따져 물으니 울 남편 하는 말

"내 속에 내 아버지가 있다"

그럽니다. 그 말을 듣고 가만히 시아버님을 생각해보니 남편의 말이 이해가 가더군요. 울 시아버님은 울 남편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다혈질이십니다. 다혈질이라기 보다는 한 번씩 폭발하는데 빈도수가 훨씬 심하고, 이유도 대중이 없습니다. 갑자기 뭔가 아버님 심기를 건드리는 일이 있으면 갑자기 얼굴이 붉어지고 욕이 입에서 튀어나오다가 폭력적으로 변해버리신답니다. 그 때문에 울 시어머님 참 마음 고생 몸 고생 정말 입으로 다 말하기 힘든 세월을 견뎌오신 것이죠. 

울 남편 그런 아버지 밑에서 자라오며 난 저러면 안되겠다고 생각하고, 부던히 자기 자신을 훈련한 결과가 지금의 울 남편 모습인 것이죠. 그러면 안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기도 모르게 갑자기 폭발하는 탓에 그렇게 화를 내고 나면 또 엄청 후회하고..어떨 땐 보기 참 안스러울 때도 있답니다. 

얼마 전이었습니다. 이 날은 큰 딸이 디자인 학원 수업이 있는 날인데, 또 울 둘째도 부산에 노래 연습이 있어서 둘 다 늦게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마치는 시간을 비교해보니 얼추 비슷해서 아침에 마치는 시간 둘이 함께 연락해서 같은 버스로 돌아오라고 당부하더군요. 시차를 두고 오면 밤 늦은 시간 아빠가 두번 나가야 하는데, 오늘 밤은 일이 많아서 시간적으로 어렵다구요.
 




그리고 밤이 되었습니다. 마중 나갈 시간 첫째에게 연락이 왔는데, 둘째랑 만나지 못했다고 하네요. 둘째가 다음 차를 타게 되었다며 20분 정도 늦게 도착할 거라고 합니다. 그 말을 들은 울 남편 화가 머리 끝까지 난 거죠. 그렇잖아도 오늘 밤으로 일을 끝내야 하는데 그래서 마음이넘 바쁜데 딸들이 이러니 화가 날 수 밖에요. 그것도 아침에 부탁까지 했는데 말이죠. 

속을 겨우 삭이고 큰 애 마중을 나갔습니다. 버스에 내려 걸어오는 아이들 보자 울 남편 폭발해버렸습니다. 

" 야, 너희들 너무 하지 않냐? 뭐 아빠 시간은 다 너희들 거냐? 아빠가 그렇게 부탁했으면 좀 서로 맞춰 올 수 있잖아. 이렇게 두 번 걸음하게 해야 하냐? 바빠 죽겠는데 너희들 때문에 한 시간을 더 허비해야 하냐? "

큰 애는 아빠를 좀 아는지라 아무 말 않고 미안하다며 그렇게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렇게 큰 애를 데려다 주고, 한 20분 쯤 후에 둘째에게 연락이 오네요. 울 남편 다시 폭발했습니다. 둘째를 데려다 주며 큰 애에게 한 데로 그렇게 화를 내었는데, 울 둘째 아직 사춘기가 지나가지 않은 중3이랍니다. 아빠의 말을 듣자 그저 미안해요 하면 될 걸 도리어 신경질을 내며 아빠에게 대듭니다.

"아니 연습이 그렇게 늦어진 걸 어쩌라구요. 아빠가 그렇게 신경질 낼 것 같으면 데리러 오지 않으면 되잖아요. 왜 그렇게 화를 내세요."

헐~ 적반하장도 유분수죠. 그 말을 들은 남편 완전 어이없어 할 말을 잊었습니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했다네요.

"알았다. 다음부터는 데리러 오지 않을테니 니 혼자 오너라"

그렇게 두 부녀는 서로 감정이 상한 채로 딸은 집으로 아빠는 남은 일을 마저하기 위해 사무실로 갔습니다. 그렇게 한 시간이 지난 후 남편이 집으로 돌아옵니다. 남편의 얼굴을 보니 아직 화가 풀리지 않은 것 같습니다 .좀처럼 보기 힘든 굳은 얼굴, 이땐 그저 조용히 있어야 하는데 제 입이 방정입니다.

'그러게 뭐하러 데리러 가요? 그냥 혼자 오게 내버려두지. 당신만 힘들잖아..."

제딴에는 신랑편들어주려고 한 말인데 이게 더 울 남편의 심기를 더 불편하게 만들었습니다. 울 남편 굳은 얼굴이 찡그린 얼굴이 되더니 암말 않고 화장실로 들어가 버립니다. 서운하더군요. 그래도 자기 편들어주려고 한 내 마음을 이리 몰라주다니..저도 얼굴을 찡그린채 아들 옆에 누웠습니다. 울 아들 그런 제 모습이 안돼 보였는지 제 두 손을 꼭 잡아 줍니다. 그러면서

"엄마, 그래도 엄마 곁엔 제가 있잖아요. 마음 푸세요."

아들의 그 달콤한 말에 제 불편한 마음이 사르르 녹아납니다. ㅋㅋ 속으로 남편에게 그랬죠.

"흥이다,  난 더 좋은 남자 있거든.."

그러고 있는데 울 남편 다 씻었는지 방으로 들어옵니다. 불꺼진 방으로 들어온 남편 조용히 잠자리에 듭니다. 그런데 울 남편 제 등뒤로 몸을 붙이더니 절 살며시 껴안아주네요. 그리고는 이렇게 말합니다.

"화 많이 났어?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

허걱~~ 순간 제 마음은 완전 하늘을 날아갑니다. 아들이 붙잡은 손을 뿌리치고는 바로 몸을 돌려 울 남편을 안아줬죠.

"아니, 괜찮아..당신이 힘들었지 뭐..나도 사랑해"

우리 부부의 이 닭살 행각에 그리고 방금 전까지만 해도 엄마의 사랑에 흐뭇해하던 아들,  그 배신감에 몸을 떨면서 이 놈의 바퀴벌레들 어디 갔냐며 바퀴벌레 타령을 합니다. ㅋㅋ 아들아 미안... 알고 보니 울 남편 다 씻고 나서 아직 잠들지 않은 딸을 찾아 화내서 미안하다고 말하곤 그렇게 딸과 화해하고 왔다네요. 울 남편 참 착하죠? 그런데 이렇게 딸에게도 아내에게도 화내놓고 먼저 꼬리내리는 울 남편이 안쓰럽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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