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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섬뜩하게 하는 치매걸린 엄마의 엽기적인 행동들

치매 엄마

by 우리밀맘마 2012. 1. 9.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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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환자의 증상, 치매걸린 엄마가 하는 이해하기 힘든 엽기적인 행동들

 


새해가 밝았습니다. 지난 해를 가만 돌아보니 제게 있어 가장 힘들기도 했지만 또 가슴 뿌듯한 것이 바로 엄마와 함께 살게 된 것이 아닐까 합니다. 지난 추석 때 우리집에 오셨으니 벌써 넉달이 되어가네요. 울 엄마 아주 심하진 않지만 치매를 앓고 계시고, 파슨스 병과 몇 가지의 질병을 함께 앓고 있습니다. 재가요양서비스를 받아보려고 의사에게 소견서를 작성해달라고 했더니 열댓가지의 질병 목록들이 쭉 열거되어 있더군요. 그런데 이렇게 의사소견서를 작성했는데도 대상이 아니라고 하네요. 도대체 어느 정도가 되어야 하는건지..

엄마와 함께 살면서 참 많은 일을 겪었습니다. 치매 환자들의 특징 중 하나가 돌발적인 행동을 한 번씩 하거든요. 이게 제일 힘든 부분이었습니다. 갑자기 집을 뛰쳐 나가셔서는 택시를 잡아타고 목포간다면서 버스 터미널로 무작정 가다 아무래도 수상히 여긴 택시기사 덕에 다시 돌아온 적도 있고, 사소한 일에 얼마나 심하게 고집을 피우시는지 어휴 말로 다하기 힘들답니다.

많은 부분 그래도 잘 해결되고 있는데 아직도 저와 엄마가 갈등을 겪고 있는 것이 아직 한 가지 있습니다. 바로 강아지 이삐에 관한 것입니다. 귀에서 심한 냄새가 나서 병원에 가봤더니 중이염을 심하게 앓고 있다고 하네요. 한달을 치료해서 겨우 다 나았습니다. 의사의 말이 개사료만 먹이는 것이 좋다네요. 사람 먹는 음식을 먹이면 이렇게 탈이 나는 경우가 많답니다. 가만 보니 울 엄니 강아지에게 별 것을 다 먹이더군요.

이전에 강아지들이 사료를 먹지 않는다면서 소고기 캔을 사와 그것을 사료와 섞어 먹였습니다. 그 캔도 가격이 만만치 않습니다. 맛있는 것은 비싸구요. 저더러 사달라고 해서 전 좀 싼 것을 사줬더니 강아지들 입맛이 어찌 그리 까탈스런지 잘 안먹습니다. 엄마가 절 원망하면서 싼 거 사왔다고 계속 투덜댑니다. 그런데 그게 피부병을 유발한다며 의사가 절대 먹이지 말라고 하네요. 그래서 그 다음부터 안사줬더니 울 엄마 안타까워 죽으려고 합니다. 제가 워낙 완강하게 버티니 제 눈치 보면서 어떻게든 먹이려고 난리랍니다.

제가 관찰해본 결과 울 이삐 밥(사료)를 안먹는 것이 아니거든요. 밥그릇에 사료를 한그득 넣어주면 울 이삐 배가 고플 때 먹을만큼 먹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그릇이 비워지면 울 엄니 밥을 안먹은 줄 알고 또 채워넣습니다. 당연 안먹죠. 배부른데..그러면 울 엄니 봐라 이삐가 밥을 안먹는다며 걱정에 걱정을 하십니다. 그리고 밥을 안먹는 이유는 고기가 없기 때문이라고 결론을 내리죠.


병원에 간 이삐중이염 치료 받으러 병원에 간 이삐입니다.

 



하루는요..갑자기 부엌에서 맛있는 고기 냄새가 나는거예요. 뭘 해드시나 하고 봤더니 냉장고에 넣어둔 쇠고기를 양념해서 볶고 계신 겁니다. 혹 절 주나 하고 부엌으로 갔더니 울 엄니 후다닥 볶은 고기를 챙기시더니 방으로 들어가서는 문을 잠궈버립니다. ㅋ 나중에 보니 사료에 볶은 고기를 섞었는데, 그걸 이삐가 먹지 않아 그대로 있더군요. 제가 어이 없는 표정으로 방에 들어가니 울 엄니

"맘마야 큰일 났다. 이제는 고기도 안먹는다"

그러면서 걱정합니다. 한 날은 보니 개밥통에 사료가 가득 들어있는데 어떻게 된 건지 눅눅한게 밑에 깔려 있는 것은 바닥에 붙어 있더군요. 울 엄니

"봐라..이삐가 사흘을 밥을 안먹었어야..사료가 다 눅눅해졌다. 이를 어쩌면쓸까이"

저는 정말 그런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사료에 올리고당이 발라져 있는 것이었습니다. 혹 단걸 넣어주면 먹을까 싶어 그리하셨던 것이죠. 올리고당 뿐만 아닙니다. 뭔가 맛있는 것이 있다 싶으면 울 엄니 그걸 개밥통에 넣어 이삐 먹이려고 합니다.

 

한 날은 보니 그렇게 먹이는데도 이삐가 먹질 않으니 왜 밥을 먹지 않냐고 야단을 치고 계시네요. 희안한 것은 울 엄니 이삐가 그렇게 밥을 먹지 않는다고 걱정하는데 사료 봉지에 있는 사료는 점점 줄어가고 있고, 이삐는 토실토실 살이 올라서 여간 이쁜게 아닙니다. ㅋ


그런데 하루는요 갑자기 이삐가 고통스럽게 낑낑 비명을 질러대지 않습니까? 놀라서 엄마 방에 들어가보니 이삐가 먹을 것을 다 토해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아주 고통스런 표정으로 낑낑대고 있는데 그 곁에서 엄마가 막 야단을 치고 있네요.

"이것이 이게 몸에 좋은 것인게 어여 먹어. 왜 안 먹어야!"

뭘 먹이고 계신 걸까요? 울 엄니 손에 있는 건 다름 아니라 엄마가 드시고 있는 약이었습니다. 매일 세 번 약을 드셔야 하는데, 그 약 양이 장난 아닙니다. 그런데 그 약을 당신이 드시지 않고 개에게 먹이고 있는 겁니다. 이삐는 그걸 억지로 먹이니까 먹었는데 속에서 탈이났고, 그래서 다 토해내 버렸는데 엄마는 그 아까운 걸 왜 안먹냐며 호통치고 있는 것이죠. 제가 너무 어이없어 왜 개에게 엄마 먹을 약을 먹이냐고 했더니, 당신은 절대 그런 적이 없답니다. 눈에 뻔히 보이는 증거가 있는데도 울 엄니 딱 잡아떼는데...정말 못말리겠더군요.

 

 

대박이와이삐_시츄엄마가 키우던 대박이와 이삐, 이렇게 한쌍이었는데 지금은 이삐 혼자 엄마 곁에 있네요.

 



개에게 밥먹이는 집착은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제가 절대 사료 외엔 다른 거 못주게 하니까 이젠 사위를 들들 볶습니다. 낮에 점심 드시던 어머니 식사를 다하시고는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고는 사위 앞장 세워 개 간식 사러 가자는 것입니다. 장모 등쌀에 어쩔 수 없이 끌려나간 사위 그나마 부작용이 없다는 간식을 한 봉지 사가지고 왔습니다. 그게 한 달 먹을 양이더군요. 그런데 울 엄마 이틀에 끝장을 내 버렸습니다. 오리고긴데 이삐가 그걸 굉장히 좋아하거든요. 잘먹으니 또 먹으라 하곤 하루에 두 개만 먹여야 한다는 약속을 잊어버린 것이죠. 저 몰래 벌인 일이니 사위가 간식 어떻게 됐나 하고 엄마 방에 들어가 찾아보니 하나도 없는 겁니다.

 

"어머니 벌써 다 먹이신 겁니까?" 하고 물으니 울 엄마 약속한 것은 생각이 났는지 하루에 두 개씩만 먹이고 남은 것을 잘 감춰두었다고 하는 겁니다. 그러면서 여기 저기 찾는 시늉을 하는데 그 연기력 연기대상을 받을 수준입니다. 휴지통에 보니 간식 들어 있는 봉지가 가득 있네요. 


 간식이 떨어졌으니 이삐가 또 밥을 안먹는다며 사위를 들들 볶습니다. 맘 약한 사위 할 수 없이 또 간식을 사왔구요. 그런데 이번에는 제게 딱 걸렸습니다. 제게 속사포 공격을 당했죠. 울 남편 완전 울상이 되어서는 이렇게 항변합니다.

"야 너무 그러지 마라. 난 얼마나 힘든 줄 아냐? 어머니가 몸을 바르르 떨며 좀 실성한 표정으로 이판사판이여 하고 막무가내로 옷입고 집을 나서는데 그럼 어쩌냐? 그거 얼마나 무서운줄 아냐?"

그 말 들으니 이해는 갑니다. 울 엄니 저한테는 절대 안그러거든요. 통하질 않으니까요. 그런데 맘 약한 사위한테는 직빵입니다. 이판사판이여.. 굶어죽으나 먹어서 죽으나 죽는건 매한가진데 이 불쌍한 거 차라리 먹여 죽이는게 더 낫다며 막무가내로 집을 나서는데 어느 사위가 항복하지 않겠습니까?

 

요즘 울 남편 점심 때 밥 먹으러 들어오는 것도 무섭답니다. 자기 말로는 두 여자 사이에 낀 새우라나요. 고래 싸움에 새우 등터진다구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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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11  나홀로 아이들 집에서 가장 많이 하는 행동 조사해보니

 

 



 

 

by우리밀맘마

 



추가) 제 글이 다음 메인에 떴군요. 이제 퇴근하고 봅니다. 많은 분들이 댓글을 달아주셔서 넘 감사하구요. 제 글은 어떻게 하자는 내용이 아니라 저와 같은 일을 겪는 분들 그리고 또 그러실 분들과 경험을 나누고 서로 마음을 나누자는 것이니 그저 편하게 읽으시면 좋겠네요. 그리고 우리집 강아지 이삐는 이전에 엄마가 키우던 강아지입니다. 원래는 대박이란 숫컷과 한쌍으로 왔는데 대박이는 가출해서 지금은 없구요. 이삐는 엄마랑 10년을 같이 살아서 사실 딸인 저보다 더 살가운 사이랍니다. 주인이 엄마니 제 마음대로 처분할 수는 없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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