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 10년 전부터 시추 부부를 입양해 키웠습니다.
남편의 이름은 대박이, 아내의 이름은 이삐, 이 두 부부가 홀로 사시는 엄마의 가족이었죠.
엄마가 우리집에 들어오시는 날 이 부부도 함께 들어왔습니다. 우리 가족만 해도 여섯 식구인데, 반려견까지 아홉식구가 한 집에서 살게 된 것이죠.
집안에서 애완견을 키워보지 않은 우리 가족에게 대박이와 이삐는 정말 별난 존재였습니다.
이삐는 차도녀의 기질을, 대박이는 순진한 눈빛으로 우리 가족의 사랑을 독차지 했답니다.
하지만 전 대박이가 마냥 이쁠 수만 없었죠.
가장 힘든 것이 바로 대소변을 가리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거의 전쟁 수준이었죠.
- 치매가 심해지는 친정엄마 저희 집으로 모셨습니다
- 배변가리기를 거부하는 시츄 대박이 그 반항의 끝은?
그렇게 한달이 지나자 대박이도 이삐도 완전 우리 식구로 적응이 되어 서로 정이 쌓여갈 때쯤 사건이 터졌습니다.
건강염려증에 치매기가 심해진 울 엄마, 저와 남편이 출근하고 나면 집에 가만 있지 못하고
두 강아지를 끌고 밖으로 나들이를 나온 것입니다.
목줄이라도 제대로 매고 나오면 좋으련만 목줄 맬 줄도 모르니 두 강아지를 껴안고 무작정 집을 뛰쳐 나왔습니다.
그렇게 나와서는 일단 사위 사무실로 갔는데, 마침 그 때 남편은 라면을 하나 끓여서 먹고 있는 중이었다고 합니다.
"어머니, 잠시만 기다리세요. 이거만 먹고요.."
갑자기 들이닥친 장모 일행에 놀란 사위,
먹던 라면 마저 먹는동안 잠시만 기다리시라고 했는데, 잠시 후 엄마가 사라져 버렸습니다.
놀란 남편 그 때부터 엄마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 3시간을 헤맸지만 결국 못찾고 허탈한 마음으로 사무실로 돌아왔는데,
세상에 엄마가 사무실에 와 계시더라는 것입니다. 연유를 물어보니
갑자기 대박이가 밖으로 뛰쳐나가 한 손에는 이삐를 차고 대박이 잡으로 뛰어나갔는데,
대박이가 평소 가는 길로 가지 않고 반대편으로 달아났다는 것입니다.
그때부터 남편 대박이 찾으러 다시 온 동네를 헤매며 다녔지만 대박이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동네에 방송도 하고, 벽보도 붙이고,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도움을 구했지만 도대체 어디를 갔는지..
.그래도 엄마 잃어버리지 않은 것만 해도 넘 감사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넘 마음이 아픕니다.
겨우 한 달 정들었을 뿐인데 마치 우리 식구 중 하나가 사라진 그런 느낌입니다.
길을 나서면 대박이가 바로 앞에 머리를 디밀고 따라올 것 같고,
집에 들어오면 그녀석 저랑 눈 마주치며 아주 간절한 눈빛으로 안아달라고 할 것 같습니다.
길 가다가 개짖는 소리만 들려도 우리 대박이 아닐까 싶구요.
그런데 저만 그런 것이 아니라 우리 가족 모두 같은 증세를 앓고 있더군요.
그래서 애완견이라고 하지 않고 반려견이라고 하는구나, 그 의미를 이제야 몸으로 느끼겠네요.
겨우 한 달 정든 우리가 그런데 울 엄마는 어떻겠습니까?
태어나자마자 집에서 10년을 그렇게 자식처럼 키웠는데..
또 그렇게 대박이가 사라진게 엄마탓이 크니 그 자책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죠.
한동안 우울증이 심해지더니 치매와 겹쳐 엄마를 볼 때 한 번씩 겁이 덜컹 나기도 하더군요.
저러다 큰 일 나는 거 아닌가 싶어서요. 다행히 요즘은 안정을 많이 찾았습니다.
이제 포기할 때도 되었는데 울 남편 오늘 아침도 기도하면서 대박이 속히 집으로 돌아오게 해달라고 하네요.
빨리 돌아왔으면 ..그리고 예전처럼 사랑해달라고 드러누워 애교도 부리고, 안아달라고 간절하게 절 바라봐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더 잘해주지 못한 것이 못내 미안하기도 합니다.
대박아 돌아와줘 제발~~~
by 우리밀맘마
*이 글은 2025.2.28. 수정 업데이트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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