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에 걸린 울 엄니 우리집에 오신지도 벌써 2개월이 훌쩍 지났습니다. 다행히 그간 큰 사고 없이 잘 지냈고, 건강도 많이 좋아지셨습니다. 얼굴색도 분홍빛으로 뽀얀게 제 피부보다 더 좋아지신 것 같구요. 그냥 외모만 보면 어머니가 이런 병에 걸린 분이지 잘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반면에 전 좀 더 초췌해지고, 피부도 거칠어지고, 몸은 좀 더 피곤에 쩔어가고 있습니다. 게다가 한 번씩 벌이는 엄마의 돌발적인 행동에 가슴이 철렁철렁..엄마 걱정보다 제 건강이 더 걱정이 될 지경입니다.
치매에 걸린 노인들, 울 엄마도 그렇지만 대부분 치매는 우울증과 함께 온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우울증 증세가 좀 남달라서 곁에 있는 사람을 엄청 피곤하게 만든답니다. 울 엄마도 그렇습니다. 완전 어린애 그 자체입니다. 제가 어린이집에서 돌보고 있는 울 아기들, 조금만 제가 시선을 돌리면 앵앵거리며 따라와 저만 봐달라고 합니다. 울 엄마도 그렇네요. 전 아침에 직장도 가야하고, 남편도 챙기고, 울 아이들도 챙겨야 하는데, 울 엄만 그런 저의 사정을 전혀 봐주지 않고, 오직 엄마 생각만 해달라는 식으로 절 귀찮게 합니다.
젤 어려운 것이 제가 출근하려고 집을 나서면 엄마도 같이 따라나서는 것입니다. 엄마만 나서는 것이 아니라 엄마가 키우는 두 강아지도 같이 졸졸 따라나서는데, 그런 엄마 설득해서 집에 앉혀놓는 것이 쉽지 않답니다. 매일 아침마다 벌어지는데 정말 짜증이 나기도 하면서도 한편으론 이해가 되죠. 모두가 제 할일 있어 집을 떠나면 엄마 혼자 떵그러니 집을 지켜야 하는데 얼마나 외롭고 심심하겠습니까?
그런데 이렇게 겨우 집에 계시도록 해놓으면 한 시간을 참지 못하고 밖으로 나오십니다. 강아지들 끌고 나와서 집 근처에 있는 교회도 가고, 동네 주변을 돌아다니시다 마침내 사위가 있는 사무실로 무턱대고 들어가시죠. 울 남편 이젠 만성이 되어서 지금 엄마가 오실 땐데 하고 기다린답니다.
그런데, 그렇게 사무실로 잘 오시면 되는데, 한번씩은 여기저기 한 눈 파시다 딴 길로 가시기도 하거든요. 그럼 울 남편 그 때부터 초조해집니다. 혹시나 길 잃어버리시진 않았나 싶어 조금 더 기다리다 동네를 뒤지며 엄마를 찾아다니죠.
울 엄마 집에 들어가는데 제일 큰 장애물이 있습니다. 바로 전자자물쇠를 열지 못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연습을 해도 곧 잊어버리고 맙니다. 그래서 집에까지 왔다가 다시 사위 찾으러 사무실 갔다 오죠. 덕분에 운동은 참 많이 하십니다.
더 큰 일은 한 번씩 과거 생각에 사로잡혀 집을 찾아 무작정 떠나실 때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럴 때는 정말 우리 가족 모두 혼이 나가죠.우린 저녁에서야 엄마 찾아 고생한 이야기를 들으며 함께 가슴을 쓸어내립니다.
이 동네엔 택시도 거의 오질 않는데 어떻게 택시를 타셨는지, 하루는 택시 기사에게 목포 가야 되니 시외버스터미널로 가자고 하셨답니다. 기사가 가는 도중에 아무래도 이상해서 엄마에게 혹시 연락처가 있느냐고 물었더니 쪽지를 내밀더랍니다. 남편이 혹시나 해서 엄마 주머니와 들고 다니는 손가방에 큼직하게 써서 준 쪽지입니다.
택시기사가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울 남편 넘 놀라 택시기사에게 주소를 가르쳐주고 엄마를 집으로 모시기도 한답니다. 울 엄마, 영문도 모른 채 택시에서 내리자 사위가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고는
"자네가 여기까지는 웬일인가?"
그렇게 묻는데, 참 웃을 수도 없고, 이거 알고 그러시는건지 모르고 그러시는건지.. 택시기사가 얼마나 고마운지, 울 남편 요금 외에 감사하다고 사례했다고 합니다.
이런 일을 한 주에도 서너번씩 겪다보니 요즘은 엄마 걱정에 말이 아닙니다. 직장에 있으면서도 집에 자주 전화해서 확인해봐야 하고, 전화를 안받으면 걱정이 되고.. 울 남편 일하다가도 엄마 찾으러 가야 하고..
저희가 집을 비운 낮 시간만이라도 누가 엄마를 좀 돌보아주면 좋겠는데 그런 사람 찾기도 쉽지가 않네요. 일단 다시 요양보호사 신청을 해보려고 합니다. 요즘 신청을 잘 받아주질 않는다고 하는데, 그래도 해봐야겠네요. 오늘은 글이 넋두리가 되어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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