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둘째 희야 학교에서 어제 축제를 했다고 합니다. 지금 다니고 있는 학교는 남여공학인데 학교 생활 아주 만족하고 있네요. 며칠 전부터 축제 준비로 부산하더니 잔뜩 기대에 들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축제가 어떻게 진행되냐고 물으니까 강당에서 공연하는 것이 있고, 각 반마다 부스를 만들어 음식도 팔고, 전시회도 하는 등 아주 다양한 이벤트를 한다는 것입니다. 어떤 반은 사이키 조명까지 들고와 나이트클럽을 만든다고 하기도 하고, 입장료를 받을 것인지 말 것인지 고민하다가 남자는 200원 여자는 무료로 하기로 했다는 이야기도 해줍니다. 대충 그림이 그려지는데 예전 우리 학교 다닐 때와는 좀 다른 것 같네요.
그리고 자기 반은 여러가지 음료와 먹을 거리를 판매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온 동네 돌아다니며 홍보를 해야하는데, 홍보요원으로 뽑혔답니다. 반에서 제일 예쁜 아이들 셋을 뽑아 각 반마다 돌아다니며 우리 이거 파니까 놀러와라 했다네요. 그런데 울 히야 키가 좀 큽니다. 제 말로는 172라고 하는데, 어떨 땐 아빠보다 좀 더 커보이거든요. 정확한 진실은 오직 자기만 알고 있는 것이죠. 그런데 그렇게 친구들과 각 반을 돌아다니며 홍보하는데, 특히 남자반 가면 꼭 들리는 소리가 하나 있답니다.
"저 키 큰 거 봐라 ㅆㅂ"
뒤에 자음만 적은 것은 욕입니다. 우리 듣기는 욕인데 아이들은 그냥 평상어라고 하네요. 그런 소리를 들으며 홍보한 효과가 있었는지, 울 히야반 준비한 음식, 남학생들이 떼지어 줄줄이 온 덕분에 매진에 또 매진을 해서 꽤 두둑한 수입을 얻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말을 듣고 있던 울 뚱이, 누나의 말을 고쳐줍니다. 그 개콘에 나오는 "서울메이트"란 코너 있잖아요. 그걸 그대로 흉내내더군요.
"누나? 서울에선 그렇게 세게 발음하면 안돼. 잘 들어봐~. 기근거봐라 ㅅㅂ, 이렇게 하는거야"
순간 우리 식구들 모두 쓰러졌습니다. 그리고는 울 아이들 서로 보면서 기근거봐라 놀이를 하네요.
울 아들의 서울메이트 개그는 잠자리에서도 이어지네요. 울 부부와 아들 함께 한 방에서 동거하잖아요. 보통은 저와 아들이 먼저 잠들고, 늦은 밤 남편이 제 곁으로 들어와 자는데, 어제는 남편이 일찍 들어와 울 셋이 같이 잠들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당연 울 부부의 닭살 행각이 있죠. 서로 꼭 끌어안고 뽀뽀하고 그러니 울 아들 심술이 났습니다. 갑자기 이불을 걷어 차면서 하는 말이
"보소~ 보소 ~ 누가 울 엄마아빠 사이 좀 뿌~싸(부숴의 경상도 말)주소~"
울 부부 또 완전 뒤집어졌습니다. 한참을 웃다 울 남편이 아들의 말을 다시 고쳐줍니다.
"아들아 그래도 그렇게 어떻게 엄마 아빠를 뿌싸 달라고 하냐. 그렇게 무식하게 말하는 것 아이다. 이럴 때는 뿌싸 달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떨~가(떨어지게) 달라고 하는 것이다. 다시 해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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