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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미치도록 기다리게 하는 것 그게 사랑이라구?

알콩달콩우리가족

by 우리밀맘마 2011. 10. 21.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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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성격이 급한 편입니다. 결혼 전엔 그리 급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밥도 천천히 먹고, 행동도 그리 빨리 하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결혼하면서 조금씩 달라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맏며느리라는 부담감도 있구요, 또 아이들 넷을 키우다 보니 저도 모르는 사이에 성격이 그렇게 변해 간 것이 아닐까 싶네요. 그래서 
저에게 있어 기다림은 정말 힘든 일입니다. 


달력을 볼 때 25일이 지나가면은 벌써 달력을 때고 싶은 충동을 느낍니다. 이런 저의 성향이 아이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애요. 우리 애들도 은근히 급하거든요. 아마도 제가  빨리하도록 다그친 영향을 크게 받은 것 같아요. 그런 걸 생각하면 아이들에게 미안하기도 하구요 그래서 이제 성격을 좀 다시 고쳐보려 노력합니다.

요즘 이번 달이 아직 5일이나 남았을 때에도 달력을 떼고 싶은 충동을 이기기 어려웠는데, 지금은 저 한테 이렇게 말합니다. 

'기다려, 다음 달 1일이 되면 때자.'

그리고 기다려봅니다. ㅎㅎ 손이 근질거리지만 그래도 참고 있습니다. 예전에 비하면 기다릴 때의 초조함도 많이 없어졌고, 아이들에게도 그전엔 '빨리 해라'고 말했던 것들을, 이젠 '괜찮아, 천천히 해도돼.'라고 말을 합니다. 진작에 그랬음 좋았을 것을요. ㅎ


남편은 저에 비하면 정말 느긋한 사람입니다. 어떨땐 그 성격이 부럽고, 어떨땐 정말 화가 날 정도로 답답할 때도 있습니다. 그런 까닭에 아마 우리 부부의 부부싸움 절반은 이 성격과 직간접적으로라도 연관된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좀 기다렸다 말하면 좋게 대화로 해결될 것을 기다리지 못해 때에 맞지 않게 이야기가 튀어나오고 이것이 또 오해를 불러일으켜 싸움이 되거든요. 

우리 아이들은 이렇게 느긋한 아빠가 좋은데, 아빠 편들기 하면 제가 섭섭해할까봐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 

"아빠는 아빠로서는 점수를 많이 줄 수 있는데, 내가 볼 때 남편으로서는 아닌것 같아."

" 왜?"

" 돈도 잘 못 벌지, 매일 늦게 들어오지....."

"그래도, 엄마를 사랑해 주고, 성격이 좋잖아."

"그건 그래 ~"

그렇게 말하곤 웃었습니다. 사실. 전 남편에게 좋은 점수를 주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매일 늦게 들어오기 때문이죠. 저를 항상 기다리게 하니까요. 이곳으로 이사 온 뒤엔 좀 달라질까 했는데, 이제는 울 딸들 귀가 시간때문에 아예 공식적으로 늦게 들어옵니다. 큰 딸 수업 마치고 학원갔다 오면 11시, 그러면 남편은 지하철역까지 마중 나가서 데려옵니다. 요즘 넘 힘들어 하는 것 같아 안쓰럽기도 하구요.

전 어려서부터 일찍 자는 습관이 있어 밤 10를 넘기는 것이 그리 힘이 듭니다. 남편을 보고 자야하는데, 남편 들어올 때까지 기다리려니 너무 힘이 들어요. 남편은 그냥 일찍 자라고 하는데, 그럴 수 있나요. 남편은 저의 이런 사정을 너무 몰라주는 것 같아 더 속상하기도 하구요. 이 남자는 왜 맨날 날 기다리게 할까? 예전 연애할 때는 제가 많이 기다리게 했는데, 그 복수를 하는 것인가?   


한번은 예배 시간에 우리 목사님 설교 제목이 "깊은 곳에서의 기다림"이었습니다. 제목이 상당히 철학적이죠? 문학적인가? 그 설교 말씀에는 하나님께서 우리 인간들을 구원하기 위해 그토록 오랜 세월을 포기않고 기다리신다는 내용이었는데, 설교를 듣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기다림이야 말로 진정한 사랑의 표현이 아닐까?"
 
옛날 "테스"라는 소설을 읽을 적이 있습니다. 그 소설에 테스의 엄마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런 구절이 있었던 것이 기억납니다. '테스의 엄마는 황혼이 지는 저녁 아기 젖을 물리며, 아빠가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그녀에게 이렇게 아기에게 젖을 빨리며 아빠를 기다리는 이 시간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 때 이 구절을 읽으며 여자의 인생을 뭘로 보고? 하며 분노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공감이 가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요?

요즘 제가 좀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남편이 오지 않으면 잠을 잘 수 없었거든요. 혼자 잠드는 것에 대한 불안 같은 것이 있었는데, 요즘은 제 몸이 넘 피곤해서 10시만 되면 남편이 오든 말든 잠이 들어버립니다. 이렇게 잠들 수 있는 제 모습에 깜짝 놀라기도 하구요. 언젠가는 남편과 손 꼭잡고 잠자리에 들 날이 있겠지요.

남편은 쉬 변화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생활환경이 바껴지지 않으니 어쩔 수 없겠죠. 
그래서 저의 기다림의 사랑은 오래도록 계속 될 것 같습니다. 어제도 제가 자고 있는 곁에서 절 꼭 안아주고 자네요. 잠결에 느끼는 남편의 포근한 느낌, 남편의 사랑을 느낍니다. 간혹은 정말 얄미울 때도 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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